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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SS Oct 07. 2016

詩 초를 켜는 일에 대하여

사는게 뭐라고 161006





초가 얇아지고 작아질수록

머리 위 불은 커져가고 

맹랑스럽게 까부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초는 자신의 몸이 작아지는 것을 알고 있을까

느끼고 있다면 그건 좋지 않아,

글 쓰는 사람을 위해 방 한 켠을 밝히려고

자신의 몸을 태우는 존재의 고통, 그 고통까지

담기에 세계는 이미 충분히 가득 

차있다

때때로 눈물 한 방울도 

조심스럽게 

땅에 떨구고 있으니까


어제도 그제도 

촛불을 켰다

어제도 그제도

나는 의식을 치렀다는 말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짙어지는 어둠을 맞이하며

오늘 하루 당신은 어떠했는지

당신의 평온을 기도한다

,

오늘 하루 나는 어떠했는지

나의 평온을 기도한다

,

오늘 하루 이 세상은 어떠했는지

세상의 평온을 기도한다


고요가 달싹거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초는 눈물을 흘리고

글 쓰는 사람은 이제 막 몰입하여 연필을 흔들고

흑심은 점점 뭉툭해진다


기도

한다


초와 당신과 세상과 이 어둠이


계속해서


살아가기를.





-(黑愛, 초를 켜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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