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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an 22. 2024

이사를 하면 알게 되는 것

제주도에 집이 두 채가 되었다.

  이사를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를 할 때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에만 살 줄 알았는데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첫째가 제주시 중심 학교에 배정이 되면서 근거리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1,2층 50평이 넘는 마당있는 단독주택에서 30평대 아파트로 들어가게 될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전원생활을 하며 산 잔디깎기 기계를 비롯한 정원용품, 창고에 빼곡하게 들어가 있는 캠핑용품, 넓은 공간을 믿고 집안에 마음껏 사놓은 물건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파트에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고심끝에 이사 기간을 아주 길게 가지기로 하였다. 시골집 계약이 만기되는 날보다 두 달을 여유있게 새집을 계약하였다. 새로 들어가는 아파트에는 침구류, 몇 벌의 옷, 식기류만 가져다 놓고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지내다가 주말에는 시골집으로 와서 짐정리를 했다. 필요없는 물건은 팔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며 짐을 줄여 나갔다. 그러는 동안 다시 한 번 느꼈다.


사람이 참 필요없는 물건들을 이고지고 사는구나.

집에서 이러고 살았으니.... 짐이...

  재미있는 것은 꼭 필요한 물건 몇 가지만 아파트에 가져다 놓고 살았을 뿐인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물건이 많지 않아 깔끔한 아파트는 호텔에 온 것과 같았다. 신축 아파트에 15층,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뷰도 한몫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미니멀이었다. 퇴근하면 호텔로 오는 느낌이 들어 집에 오는 것이 설렜다. 내 인생에 별장을, 그것도 제주도에 가지고 살 지 상상하지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잠시 제주도에 집이 두 채가 되었다. 처음에는 주말이나 시간이 될 때면 시골집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이 새집의 컨디션이 좋다보니 시골집은 잘 가지 않았다. 시골집에 들어섰을 때 집안을 꽉 채우고 있는 짐들을 보면 한숨이 먼저 나왔다. 별장은 편하게 쉬다오는 곳이어야 하는데 그곳만 가면 짐을 정리하고 일하기에 바빴다. 오히려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아파트가 내게는 쉴 수 있는 힐링의 장소였다. 나와 아내는 이 기회에 쓰지 않는 물건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멀쩡하고 비싼 물건이어도 쓰지 않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으면 무조건 처분하였다. 그렇게 50여일 짐 정리를 한 후에야 이삿짐 센터를 불러 짐을 옮겼다.

  '정말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삿짐센터가 짐을 내려놓고 돌아가자 한숨이 나왔다.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짐들을 제 자리에 정리하고 옮기는 데에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지금도 정리중이기는 하다.)


  사람은 왜 그토록 많은 짐들을 이고지고 살까? 살 때는 설레고 기분 좋지만 며칠만 지나도 옷장 어딘가에 쳐박아 두는 옷들을 왜 사고 또 사는 것일까? 살 때는 꼭 필요하다고,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는데 왜 창고 어딘가에서 녹이 슬고 먼지만 쌓여가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사람은 외롭고 허전한 존재인 같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물건을 결제할 때의 떨림과 택배 상자를 받아드는 잠깐의 충만함을 위하여 지금도 소비를 하고 있으니까.    

  제주도에 잠시 집이 두 채이지만 사실상 내 집은 없다. 1년 단위로 연세를 내며 살고 있기에 잠시 빌려 살 뿐이다. 사람들은 매년 주거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는 나에게 

  "돈이 너무 아깝다. 그냥 사지 그래?"

라고 말하지만 이사를 자주 해보니, 꼭 집을 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사게 되면 결국 이 집도 내가 이고지고 살아야 하는 짐이 되지 않을까? 내 주변을 미니멀하게 만드는 가끔의 기회도 사라지지 않을까?

 

  나는 언제든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가벼운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

아주 잠시였지만 미니멀했던 아파트와 창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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