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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한디!

딸바보의 딸바라기

by JJ teacher

딸이 오늘 혼자 서울로 떠났다.

서울에 있는 가야금 선생님과 경기도로 일주일 산공부를 가야해서 홀로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전통 음악을 하는 대부분의 전공자들은 방학이면 산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다.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산속에 있는 숙소에 틀어박혀 악기 연습을 한다. 그때 실력이 많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딸아이의 경우도 그랬다. 제주도에 살아 서울에 자주 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 산공부만은 꼭 참석했다. 또 다른 노력도 있었겠지만 본인이 원하는 중학교에 입학한 것을 보면 중요한 공부인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딸을 볼 때면 두 가지의 마음이 교차한다. '평범하게 공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왜 힘든 예술의 길을 선택했을까?'하는 마음과 '특별한 재능을 가진 딸이 대견하다.'라는 마음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우리 가족을 참 특이하게 본다. 왜 굳이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와서 고생을 사서 하는지, 딸은 왜 음악을 하기 가장 어려운 환경인 섬에서 그것도 가야금을 한다고 하는지. 그럴 때마다 나와 아내가 하는 말이 있다.

"딸이 가야금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만일 미리 알았다면 제주도로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딸아이가 서울에 있는 '국립전통예술중학교'에 합격을 하고 우리 가족 모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 기쁨 뒤에 바로 근심거리도 생겼는데 이 어린 아이를 어떻게 서울로 보내야 하나 문제였다. 전예중이 기숙사 학교여서 기숙사에 보낼 수 있지만 금요일이면 모두 집으로 보내는 기숙사 규정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매주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내려오라고 할 수도 없고 서울의 외갓집에 보내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사춘기딸이 할아버지 할머니 말을 들을까....? 다시 느끼지만 제주도는 예술을 시키기에는 참 좋지 않은 환경이다.

KakaoTalk_20250209_224909975_03.jpg 공항에서 찍은 사진, hello jeju가 아닌 goodbye jeju가 되었다

예전에 tv에서 운동을 하거나 연예인을 지망하는 자녀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들을 볼 때면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해? 저 부모들은 자기 인생도 없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그런 상황이 되어 보니 그 생각이 속사정도 모르고 했던 생각인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자식이 원하고 소질을 보이는데 매몰차게 모른 척 할 수 있는 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 자기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자식을 외면할 부모가 있을까? 직장에서도 딸 아이 일이라면 조퇴를 하고 연가를 쓰며 달려가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직장동료가 많았다.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상관하지 않지만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

"한 번 해봐라. 별 수 있나!"

뭣이 중한디! 딸바보 아빠에게 뭣이 중요하겠는가? 지금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가족 밖에 없다. 자아실현, 명예, 사회적인 지위 등은 지금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제주도에 내려온 것도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었고, 딸을 서울로 보내는 것도 딸이 원하는 길이기에 지금의 상황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40대가 되니 선택해야 하는 것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참 많다. 이제는 물흐르는대로, 주어진 상황을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이며 살아야겠다. 아무리 계획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인생 아니겠는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40대의 덜어내며 살기 연습이다. 딸이 떠났다.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허전한 마음을 적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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