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지금 전국의 학교는 한창 인사철이다. 누군가는 승진을 해서, 또 누군가는 년차가 차서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한다. 난 2월 인사이동 시기만 되면 인간관계의 부질없음을 느낀다. 한 학교에 함께 있는 몇 년 동안은 매일 붙어 다니며 한시라도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아했던 사람들도 다른 학교로 옮김과 동시에 '빠이빠이!'가 된다. 모든 직장의 인간관계가 같겠지만 근무기간이 정해져 있는 교사의 경우에는 만나는 순간부터 시한부 인연이기에 만남과 이별이 너무도 쿨하다. 이제는 누구와 헤어지든 별 감정이 없다. 어차피 인생은 그런 것이다.
올해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내가 몇 년을 부장교사로 교무실에서 열심히 근무했다고 해도 떠나면 어차피 남인 것을 알기에 아무런 내색없이 아무도 모르게 짐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그리고 지난주 마지막 근무를 하며 마음속으로 지금의 직장을 떠나보내 주었다. 컴퓨터의 자료들과 내 기록을 모두 삭제하고 짐을 챙겼으며 교무실 명패를 제거했다. 그리고 마치 내일이라도 볼 것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먼저 가보겠습니다." 라며 퇴근했다. 어떠한 이별의 말도, 인사도 하지 않았다. 내가 계속 근무한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고 아무렇지 않게 지낼 것이기 때문에 유난스러울 것도 없었다. 교직 경력 20년쯤 되니 만남과 헤어짐이 참 지루하다.
사람들은 학교라는 곳을 회사와는 다르게 정이 넘치는 따뜻한 공간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도 종류만 다를 뿐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이며 동료끼리 정을 나누고 갈등을 겪는 인간 사는 곳이다. 특별한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그래서 직장동료는 퇴근과 동시에 잊어버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나 보다. 사실 나도 마지막 출근일 저녁에 두 명의 동료와 조촐하게 송별회를 했다.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짓는 착하고 정많은 선생님을 보며 냉정한 사회지만 아직 따듯한 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새롭게 출근하는 곳에서는 아이들만 바라보며 직장내에서는 그림자처럼 지내리라 다짐해 본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이 관계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것은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만큼 너를 생각하는데 너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는 생각에 서운하고 배신감을 느낀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누가 그렇게 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 그냥 혼자 섭섭해 하고 열받아 하는 것일 뿐...... 사람은 인간관계를 맺음에 있어 그 관계의 상한선과 한계를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이분은 직장상사, 부하직원, 동료, 선임자, 후임자! 직장세계에서 형, 누나, 언니, 오빠, 동생은 있을 수 없으며 그런 관계를 맺는 순간 피곤해진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관계의 상한선과 한계를 분명히 하지 못해 상처받고 상처주기 일쑤이지만 이제 나이도 들었는데 그렇게 지내보고 싶다.
외로울 것도 소외감을 느낄 것도 없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