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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딸과 단 둘이 지내려니......

사춘기와 오징어국의 상관관계

by JJ teacher

오늘 하루는 우리 가족에게 너무도 큰 변화와 중요한 일들로 가득했던 날이다.


학교가 개학을 했다. 학교가 개학을 한다는 것은 우리 가족 네 명이 모두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제주도에서 근무하는 아내는 서귀포의 학교로 출근을 했고 서울에서 근무하게 된 나는 새로운 학교로 출근을 했다. 아들은 중3이 되어 새로운 학급으로 등교를 했고, 딸은 서울의 중학교에 입학했다. 부부교사의 가정은 3월 개학일이 가족 구성원 모두 동시에 새출발을 하는 날이다.


딸아이가 서울의 학교로 첫등교를 하는 오늘, 나는 숨쉴 틈 없는 전쟁과 같은 하루를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딸아이를 깨우고 국을 끓이고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딸아이 입학식이 10시인 관계로 딸아이를 남겨놓고 새학교로 8시 30분까지 첫출근을 했다. 방송조회 시간에 아이들에게 부임인사를 하고 교감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9시 10분에 학교를 나와 딸아이를 태워 입학하는 학교로 향했다. 학교안에 주차가 되지 않아 딸을 내려주고 집에 다시 돌아와 주차를 하고 학교까지 뛰어 올라갔다. 하필 날씨는 춥고 눈까지 오는지라 체력소모가 배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입학식장, 딸아이의 입학식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그토록 원하는 학교에 진학해 마냥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에 고단함이 잠시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도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예술학교의 입학식은 참 근사했다. 입학식을 마치고 독사진, 친구와 사진을 잔뜩 찍어주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사주고 딸아이를 집에 넣어주고 부리나케 차를 몰아 두 번째 출근을 했다.

전통음악을 배우는 곳이라 그런지 애국가도 다르다.

오전 시간을 잠시 비웠을 뿐인데 컴퓨터를 켜니 메시지 폭탄이 와있었다. 제출서류와 업무파악을 하다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할일은 가득 쌓여 있었지만 딸아이 저녁을 챙겨주어야 하기에 짐을 쌀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집에 와 저녁식사를 차려 주었다. 교재연구를 하려고 가방에 잔뜩 교과서와 지도서를 짊어지고 왔는데 나도 모르게 벽에 기대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켜자마자 연습실에서 가야금을 가져와야 한다는 딸의 말에 다시 차를 몰고 경기도 부천의 연습실까지 다녀왔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밤중이다.


아내도 없이 직장을 다니며 사춘기 딸아이를 챙긴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겨우 오늘 첫날인데 말이다. 가야금을 가지러 가면서 피곤하다며 짜증을 내는 딸아이를 보며 입술을 깨물고 미소를 지으며 달래주었다.

'딸아, 지금 누가 왜 운전하고 있지?'

집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자연스럽게 편의점으로 향하는 딸에게 원하는 간식을 사주니 어느새 기분이 풀어져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놈의 사춘기는 왜 있는 것인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내일 아침은 뭘 먹여야 할 지 머리가 아프다. 딸이 서울에 가게 되었을 때 아내가 나에게 '당신이 나보다 딸이랑 사이가 더 좋으니 당신이 가.'라고 했는데 아내에게 이미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짝 의심이 든다. 이건 뭐..... 좋은 사이도 멀어지게 생겼다.


지금도 딸아이는 열심히 피부 관리를 하며 말한다.

"근데 아빠, 우리보다 집이 가까운 아이들도 다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왜 나만 여기 사는 거야? 기숙사에서 다 해주는데 도대체 아빠는 왜 따라온 거야?"

자신을 위해 서울로 학교를 옮기고 주말부부가 되고, 두 집 살림에 생활비는 배가 드는데, 이렇게 야속한 말을 하는 딸! 어차피 성인이 되면 떠나갈 딸과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픈 부모의 마음을 모를까? 뭐.... 모른다고 해도 괜찮다. 이것이 딸바부팅이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할테니까.


사춘기 딸과 단 둘이 지내려니.... 참 쉽지 않다.

내일 아침은 우딸(우리딸)이 좋아하는 오징어국을 끓여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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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앞날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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