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자의 은밀한 취미
뒤늦게 위스키에 빠지다
난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특별히 스포츠를 좋아하지도 않고 사교적이지도 않으며 동호회나 모임에도 관심이 없다. 나는 그냥 혼자 있는 것이 좋다. 제주도에 살 때 지인들이 내게 꼭 물어 보았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제주도에서 낚시 하니?"와 "골프는 치니?"였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고개를 저었는데 그럴 때 돌아오는 반응은 오직 한 가지였다.
"그럼 넌 거기에서 뭐해?"
그렇게 취미가 없던 내게도 요즘 은밀한 취미가 하나 생겼다. 바로 위스키를 사서 모으는 것이다. 사서 모은다는 것보다 다양한 위스키로 하이볼을 만들어 혼술을 한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20~30대에도 위스키를 좋아하기는 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위스키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아 그냥 비싼 술일 뿐이었다. 지금은 위스키가 대중화되면서 부담감이 줄어든 탓인지 최애하는 술이 되었다.
순전히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술도 그 나이에 어울리는 것이 따로 있는 것 같다. 20대 때는 소주든 맥주든 소맥이든 닥치는대로 먹었다면 30대~40대 초반에는 '네 캔 만 원' 맥주에 빠져 지냈다. 4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요즘은 위스키의 달콤함이 좋다. 거기에 탄산수를 타서 먹는 하이볼은 하루의 피곤함을 날려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50대, 60대에 어울리는 술은 무엇일지 아직은 모르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술은 위스키가 분명하다. 문제는 하이볼에 빠지면 하루가 멀다하고 마시게 된다는 것인데 마치 하나의 루틴과 같다. 냉장고에 있는 예쁜 위스키 병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고 잔에 얼음을 채워 위스키를 따를 때면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 거의 매일 2~3잔씩 하이볼을 마시며
'그만 마셔야겠다. 내일부터는 끊을 거야'
라고 다짐하지만 다음날 밤이 되면 여지없이 위스키를 찾고 있으니 나도 참 못말린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이 나이에 이것도 마시지 못하면 인생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모두 자기합리화이겠지만 하이볼, 위스키 한 잔은 나에게 주는 하루의 선물과 같다.
40대 후반이 되니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떠들며 마시는 술보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혼자 마시는 술이 더 맛있고 좋다. 그렇게 외롭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다.
취미도 없이 살던 40대 후반의 남자에게 뒤늦게 찾아온 위스키!
비록 그리 건강하지 않은 은밀한 취미이지만
아내와 떨어져 딸과 단둘이 사는 고단함을 위로해 주기에 당분간은 친하게 지내야 할 것만 같다.
잠시만 더 친구로 지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