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춘기 딸은 방학과 학기중 눈빛이 다르다

방학이 끝이 났다.

by JJ teacher

한 달, 집안에 평화가 흘렀지.

사춘기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은 잘 아는 사실이겠지만 방학중에는 집안이 편안하다. 학교를 다닐 때 별 것도 아닌 말에 부모를 쏘아보던 눈빛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해지고 온갖 날카로운 말로 화살촉을 만들어 날렸던 딸의 언어는 아주 솜털 같다. 학기중에

"오늘은 아빠랑 잘까?"

라고 말하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이 경멸하며 바라보던 딸은 방학중에는 슬그머니 이층에서 내려와 내 품에 안겨 잠이 들기도 했다. 한 달 동안 부녀 사이가 참 좋았다.


딸아이의 방학이 끝이 났다. 개학 전날부터 신경질이란 신경질은 다 부려대더니 점점 예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사춘기 여자아이인데다 음악을 하는 예민한 아이라 그런지 감정에 따른 기복이 남다른 것 같다. 오늘 아침밥을 차려주고 '세월아~ 네월아~' 하며 밥을 먹는 아이가 답답해서

"이러다 늦겠어. 얼른 먹어."

라고 말하자 돌아오는 말,

"내가 알아서 해!"

내일부터는 나도 출근을 해야해서 출근전쟁이 시작될텐데 벌써 아찔하기만 하다.


사춘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저 시절이 있었지만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에게도 신체적 정서적 변화가 있었겠지만 부모님에게 풀었다가는 회초리가 돌아올 것이 뻔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분출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요즘 같이 자녀의 인권이 중요한 시대 욱하는 감정을 꾹꾹 누르기만 하다보니 머리에서 사리가 나올 것만 같다. 사춘기 자녀로 저절로 인격수양을 하고 있으니 이것도 좋은 일이려나?

나와 같은 딸바라기, 딸바보는 딸의 기분에 따라 자존감이 왔다갔다해서 딸이 나에게 친절하게 굴면 자존감이 올라갔다가 그 반대면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음악하는 아이를 뒷바라지 하려고 제주도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다시 서울에 와서 딸과 단둘이 살고 있으니 딸이 나에게 어떤 존재이겠는가? 남들은 뭐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딸아이를 위해 사는 내 인생을 의미있다고 말하고 싶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우리의 아이는 어른의 모든 것을 쏟을 만큼 가치가 있는 존재이다.


아직 개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괜찮지만

2학기 시험기간이 되고 친구와 갈등이 생기고 학교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또 나에게 어떤 말로 상처를 줄 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그래도 다행이다.

딸의 힘듦을 내가 들어줄 수 있어서,

딸에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상이 있어서....

아무쪼록 2학기 때는 1학기 때보다 덜 상처 받고 잘 견뎌낼 수 있기를

나 자신에게 바라본다.


대한민국의 사춘기 학부모님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제주도 공연 끝나고 인터뷰중, 이날 엄청 더웠는데도 방학이라 표정이 좋았구나.


keyword
이전 17화40대 남자의 은밀한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