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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 돈 많은 백수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아이들

by JJ teacher

요즘 초등학생에게 하기 두려운 질문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른들이 어렸을 때 수도 없이 들어왔던 질문,

"너 장래희망이 뭐야? 꿈이 뭐야? 커서 뭐 되고 싶어?"

내가 어렸을 때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하시면 아이들은 '판검사, 의사, 교사, 군인, 소방관, 회사원, 사장님....' 과 같은 다양한 직업을 기계적으로 쏟아냈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잘 모르겠어요."

라는 대답이 다수이고, 자신감있게 대답하는 아이들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직업을 말해서 나를 당황시키고는 한다.

"건물주요! 돈 많은 백수요!"

라고 답을 해서 교사로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모르겠다. 아이가 가진 생각을 마냥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런 생각을 하고 살면 안 된다고 가르치려 하면 자칫 꼰대가 되기 때문에 그냥 씁쓸하게 웃어 넘길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구나!

요즘 아이들은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아서인지 굳이 무엇인가 되어야겠다는 욕심이 없다. 또한 초등학교 때부터 꿈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느끼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직업은 고등학생이 되어 자신이 얻은 성적에 결정되는 것이기에 굳이 지금부터 꿈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의 욕심과 의지에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의사로 장래희망이 결정되는 강남 대치동의 극소수 부유층 자제들도 있지만 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초등학교 학생들은 꿈이 없다.

나는 아이들을 비난하거나 질책하고 싶지 않다. 내가 자랐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40대 후반의 90년대 후반 학번으로 일생을 경쟁하며 치열하게 살아야했지만,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요즘의 아이들은 큰 목표와 욕심만 갖지 않는다면 그리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부족한 것은 부모가 채워주고 어떻게든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건물주, 돈 많은 백수!

이 환상의 직업은 사실 내 꿈이기도 하다. 20년을 넘게 한 직업으로 쉴 틈없이 살아와서인지 요즘은 나도 좀 쉬고 싶다. 물론 이룰 수 없는 꿈인 것을 알지만 마음 속의 그 꿈은 여전하다.

무엇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굳이 하지 않는 초등학생, 나는 한 편으로 이런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우리 세대의 어른들은 어린 시절이 항상 부족하고 쪼들리고 결핍이지 않았는가? 우리 세대 모두라고 단정짓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지만 나는 어린 시절에 빨리 어른이 되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나와 다르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지금의 아이들,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풍족한 시대를 사는 만큼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세상을 너그럽고 여유롭게 바라보며 살았으면 한다.

그것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된다. 내일 아이들을 만나면 더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어야겠다.

얼마 전 방문한 63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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