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본모습이란

by B O S

스위스 로잔에서 미슐랭 별 3개짜리 식당을 운영하던 유명 셰프 브누아 비올리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날은 그가 1천 개 레스토랑 순위에서 1위를 하여 '세계 최고 셰프' 타이틀을 얻은 지 한 달 여 되던 날이었다고 한다. 유서도 유언도 없는 탓에 많은 추측이 있지만, 끊임없이 타인에 의해 평가되고 등급 매겨지는 문화 때문이었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다. 스포츠계도 이와 비슷한 문화다. 소위 말하는 1등이 아니면 대부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스포츠 마니아라도 어떤 종목에 올림픽 1등은 바로 기억해도 2등은 누구였는지 바로 기억하기 어렵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던 시기에는 내 정신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개인적인 문제와 얽혀서, 대학교를 다닐 때는 유지되던 기록이 4학년이 되면서, 연봉이 결정되는 시기에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자기 위해 침대에 앉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내 괜찮아졌지만, 운전을 할 때 약간의 충동이나 일상의 불안감이 그전에도 나타나 전 참이었다. 사실 심한 우울감도 선수시절 가끔 있었지만 그 시기에는 자주 나타났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았었다. 상담과 여러 장치를 착용하고 검사를 진행했었다. 의사는 장시간 과도한 긴장 상태로 인해서 부교감신경이 과활성화 되는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긴장을 하게 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그 상태가 극도로 높아지거나, 오래 지속되면 부교감신경이 교감신경을 낮추기 위해 높아지는데 그 항상성이 약간 무너진 상태로 보인다고 말이다.


운동선수로써 은퇴를 하면서, 절대 어떤 스포츠의 대회도 출전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었다. 과도한 긴장이 싫었고, 극도로 예민해지는 내가 싫었기 때문이다. 선수시절 나는 대표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순위권에 남기 위해,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나와 경쟁하고, 타인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예민하고, 이기적이었다. 순수함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스포츠의 본질을 잊은 지 오래였다. 올림픽에서 멋진 선수들이 보이는 경쟁이 끝난 후, 서로를 높여주는 모습은 내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러나 스포츠의 본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건강하고, 타인을 위하는 게 스포츠의 본모습이었다. 어쩌다 작년에 10km부터 풀코스까지 마라톤 대회를 여러 번 나가게 됐었다. 그때 내가 느낀 점은 '이렇게 순수하게 즐길 수 있구나.', '나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구나'였다. 모르는 사람이 나의 이름을 크게 불러주면서 응원해 준다. '다 왔어요! 파이팅'과 같이 말이다. 그때의 감정은 말로 할 수 없다. 현재도 그 감정을 느낀다. 달리기를 하고 있으면, 반대편에서 뛰어 오시는 분들이 가끔 파이팅 하면서 지나가신다. 서로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즐기는 것이다. 이게 바로 스포츠의 본모습인 것 같다. 결과를 떠나서 과정도 즐겁게 만들어갈 수 있는 것 말이다.


그때의 나는 왜 즐길 수 없었을까. 지금의 상태라면 장담할 순 없지만, 그나마 건강하게 훈련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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