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라면 피해 갈 수 없는 것은 바로 체력측정이다. 체력은 여러 가지 요소를 엮은 단어이지만, 이것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으로 선수가 돼서 체력측정을 해본 나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한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꼬맹이였던 나는 무려 서울까지 올라가서 체력측정을 받았었다. '태릉선수촌'에 있는 스포츠과학원에서 말이다. 나중에 내가 여기서 체력측정을 받은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꿈나무 수영선수를 선발하기 위해서였다. 짧게 설명하자면 꿈나무 수영선수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대표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국에서 몇 명을 선발해 주기적으로 합숙을 하면서 훈련을 시킨다.
측정을 한 때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봄 무렵이었던 거 같다. 누구와 같이 갔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코치였는지, 학교에 수영부 담당 선생님이었는지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무엇을 하는지, 왜 갔는지 이유도 잘 알지 못했다. 태릉에 도착한 후, 처음 보는 전국의 또래 아이들과 체력측정을 했다. 신체계측부터 등속성 검사를 하는 테스트, 심폐지구력과 회복력을 보기 위한 하버드 스텝 테스트, 기본체력 측정을 몇 시간에 받았었다. 무작정 운동을 하다가 여러 체력 측정을 받으니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 후에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수 없이 많은 체력측정을 받았다. 부산에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체력측정, 꿈나무 수영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력측정, 상비군에서 했던 FMS TEST, 대표팀에서 했던 전문적인 체력측정과 수영장에서 했던 순간 가속측정 등 말이다. 그중에 몇 가지만 말해보고자 한다.
등속성 근력 검사는 운동선수의 근력 검사, 재활에 주로 사용된다. 선수촌에서는 주로 CYBEX사의 기계를 썼기 때문에 CYBEX테스트라고도 불렀다. 방법은 일정한 속도 이상을 내지 못하게 특수한 기계가 부하를 건다. 그러면 아무리 최대의 힘을 써도 특정 속도 이상 기계를 움직일 수 없다. 이 검사는 글로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운동선수들이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3회에서 5회 정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팔, 다리, 어깨 모든 곳을 의자에 앉아서 진행하면 고문이 따로 없다. 입에서는 윽, 익, 엑이라는 소리가 자동으로 나온다.
다음으로는 무산소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윙게이트 테스트다. 이것도 특수한 자전거에 앉는다. 이 검사는 짧은 시간에 끝나지만, 매우 힘들기 때문에 주로 마지막에 한다. 최대의 속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그러면 나에게 맞게 설정된 부하로 패들이 무거워진다. 그만두라고 하기 전까지 돌아가지 않는 패들을 끝까지 밟아야 한다. 사실 CYBEX보다 더 너무한 테스트다. 끝나고 나면 다리가 풀리는 것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나도 모르게 침이 나오기도 한다. 재밌는 것은 이 테스트는 상당히 시끄러운 상황에서 진행된다. 주위에서 연구원과 동료들이 응원을 하기 때문인데, 해당 테스트를 할 때 연구원이나 동료가 기합을 잘 넣어준다면, 끝까지 힘을 잘 쓰게 되고, 조용하다면 힘이 나질 않아 테스트가 잘 되지 않는다. 이 테스트는 분위기가 재밌는데 유튜브에서 winggate test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유산소 능력을 측정하는 운동부하 검사다. 영화나 언론매체에서 많이 보이는 트레드밀 위에서 마스크를 끼고 달리는 그것이다. 프로토콜은 노약자부터 엘리트 운동선수까지 다양하다. 보통 경사도와 속도가 증가하면서 호흡을 통해 나오는 가스를 검사한다. 심박수와 혈압도 당연히 측정한다. 이 검사는 윙게이트 검사보다는 사실 무난한데, 내가 원할 때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트레드밀 위에 앉아서 장비를 부착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체력측정을 정말 많이 받아봤지만, 검사한 후 가이드가 대부분 없었다. 나중에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연구자들을 위한 측정이 사실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종목을 잘 아는 연구원들도 부족한 실정이라, 딱 맞는 가이드는 부족했다. 스포츠과학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맞을까? 나는 체감하지 못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