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에서 단체전이란

by B O S

올림픽 수영에서 단체전에는 남자와 여자 각각 계영 400m와 800m, 혼계영 400m 그리고 혼성 혼계영 400m가 있다. 여기서 계영이란 자유형으로 하는 경기를 말하고 400m는 4명의 주자가 각 100m씩, 800m는 4명의 주자가 200m씩 레이스를 한다. 혼계영의 경우 배영, 평영, 접영, 자유형 순서로 진행되며 각 100m씩 레이스를 펼친다. 내가 선수를 했던 당시에는 혼성 경기는 없었으므로 경험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계영과 혼계영을 말해볼까 한다.


수영에서 단체전은 보는 사람도 재밌지만, 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들도 재밌다. 개인전과 다른 이유로는 수영 자체가 개인 종목이지만 단체전에서는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다는 든든함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순위권에 들어간 팀이 부정출발로 실격을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수영장 전체에 탄성이 나오기도 한다. 잠시 더 얘기를 이어가자면 부정출발의 경우는 앞순번 주자와 출발하기 위한 주자가 사인이 맞지 않아서다(터치를 하고 스타트를 해야 하는데). 그래서 선수들은 단체전 전에 워밍업 시간에 릴레이 스타트 연습을 꼭 한다. 다시 돌아와서 전국체전 기준으로 국내 단체전의 경우 몇몇 순위권 시나 도를 제외하고는 사실 큰 격차가 벌어지는 편이다. 각 지역에 단체전을 뛰는 4명의 멤버가 모두 다 훌륭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실업팀으로 갈수록 몸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4명의 멤버를 모으기 힘든 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단체전은 1번과 4번을 주목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1번은 레이스의 스타트를 끊기 때문에 어쩌면 분위기를 좌우하고, 4번의 경우 3번이 1등으로 들어온다면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하고, 2등이나 3등이라면 역전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4번째 영자로 경기를 했었다. 보통은 1번의 경우 스타트가 좋고, 멘탈이 강한 선수에게 맡기는 편인 거 같다. 첫 번째로 뛰게 되면 일반 경기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 대에 올라가서 심판의 신호를 듣고 출발한다. 당연히 모두 동시에 출발한다. 그래서 가끔은 개인전에서 기록을 내지 못한 선수들이 1번을 뛰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사실 나는 1번으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4번의 경우 보통은 제일 빠른 선수들을 배치한다. 앵커라고 배에 있는 그 닻을 말하는 게 맞다. 혼계영도 마찬가지다. 배영 선수는 항상 부담을 가지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배영 선수가 스타트를 끊기 때문이다.


나는 순번이 너무 중요한데, 크게 경험한 적이 있다. 바로 아시안게임 때였다. 솔직히 말해 나는 멘탈이 그렇게 강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계영 800m에서 1번 영자로 뛰게 됐었다. 당연히 원해서 정한 순번이 아니었다. 코치의 독단적인 선택이었다. 결과는 내 기록보다 1초 넘게 나오지 않았고 한국팀은 6등인가 7등으로 시작을 하게 됐었다. 다행히도 다른 팀원들이 나의 실수를 덮을 만큼 최선을 다해주어 3등을 했었다. 국제 경기 경험도 부족했기에, 레이스 운영도 엉망이었고, 레이스를 펼치면서도 생각보다 빠른 다른 나라 선수들을 보고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레이스를 마치고 어떻게 시상대에서도 내려온 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째 저째 숙소에 왔고, 내 멘탈은 당연히 최악이었다. 변명의 여지도 없었고 말이다. 만회하기 위해서는 남은 계영 400m에서 좋은 성적을 냈어야 했다. 그리고 이틀 뒤, 계영 400m에서는 3번 주자로 뛰었다. 예선을 끝내고 결승전을 하기 전 워밍업 시간에 엄청난 부담을 느꼈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워밍업 시간의 대부분을 뒷 주자를 위한 터치 연습에 전념했다. 어쨌거나 결과는 내 기록보다 1초 넘게 단축시켰고, 4등으로 유지되고 있던 한국팀을 3등으로 역전시키기도 했다. 48.8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48초 정도의 기록이면 아시아에서도 매우 좋은 기록이었다. 아쉽게도 개인전에서는 한 번도 그 기록을 찍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순번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만약 1번 선수가 매우 잘해주면 예상하지도 못했던 순위를 기록할 수도 있고 말이다.


지금도 가끔 단체전을 생각하면 아직도 두근두근하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냈던 경험들이 떠오르고, 그 스피드감과 긴장감이 함께 떠오르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무엇인가를 할 때 더 얻을 수 있는 걸까? 그나저나 나는 혼자 하는 게 더 편하기도 한데 도대체 뭘 좋아하는 걸까?



keyword
이전 13화체육고등학교 기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