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고등학교 기숙사

by B O S

기숙사를 써본 적이 있는가? 나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체육고등학교 기숙사에서 3년 간의 생활을 보냈다. 3년이라는 시간을 또래 아이들과 보낸 만큼 여러 일이 있었다. 재밌던 일도 있었고, 1학년 때는 기억하기 싫을 만큼 힘든 경험을 했었다.


당시의 체육고등학교는 웬만해서는 기숙사 생활을 권장했다. 내가 있던 체육고등학교는 기숙사를 쓰지 않으면 꽤나 번거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기에 기숙사를 쓰면 사실 편했다. 집에서도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어쨌거나 내가 입학할 당시에 기숙사는 매우 낡았었다. 학교의 시작을 같이한 거 같이 보이는 기숙사였다. 남녀 다른 기숙사를 사용했었다.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공용 화장실과 공용 빨래장이 있었다. 보통 같은 부의 4명이 한방을 썼었다. 모든 방은 사각형의 모양으로 이층 침대가 한 개 있었다. 그러나 침대의 매트릭스는 매우 오래돼서 다 꺼져있었고, 관리가 되지 않았어서, 바닥에서 자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2층에는 짐을 쌓아놓는 방도 많았다. 웃기게도 고등학생 기숙사 방이지만 책상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부를 할 거라는 기대조차 안 했던 거 같기도 하다. 가끔은 손바닥만 한 지네가 어디선가 들어와 있었다. 뭐 다른 벌레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가 3학년 때 새롭게 기숙사가 지어졌고, 2인 1실로 내부 화장실이 있었고, 2층 침대, 책상도 있었다.


기숙사 생활은 다음과 같이 돌아갔다. 5시 45분쯤에 기상송으로 알람이 울린다(당시에는 휴대폰을 수거했으므로 알람을 통해 전교생이 일어났다.). 기상송은 홍진경의 사랑의 배터리, 노라조의 슈퍼맨과 같은 노래였다. 내 기억으로는 3년 내내 대부분 같은 노래였다. 하지만 아무도 이 노래들의 유행이 지났음을 딴지 걸지 않았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기상 후 5시 55분에 기숙사 앞에서 점호를 한다. 그 사이에 화장실도 모두 다녀와야 한다. 각 부의 인원을 보고하고, 육상 트랙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했다. 노래를 듣고 편하게 불평할만한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트랙으로 올라가면 전교생이 2바퀴 달리기를 뛴다. 그리고 트랙 가운데에 잔디에서 전교생이 체조를 했다. 보통은 각 부의 감독님들이 단상에 올라가 체조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각 부별로 개별 훈련, 훈련이 끝난 후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한 후, 8시쯤 정규 수업을 들으러 간다. 수업은 4교시까지만 한 후 점심을 먹고 2시부터 각 부별 훈련이 진행된다. 5시쯤 훈련이 끝나면 6시에 저녁을 먹고 8시쯤 야간 운동이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그리고 9시 30분쯤 점호 후 10시에 취침을 했다. 이것의 반복이다. 전국체전이 가까워지면 수업은 없어지고, 오전 수업 시간은 훈련으로 대체된다. 낡은 기숙사를 쓰던 당시 나의 앞 방은 레슬링부가 사용했었는데, 정말 깔끔했다. 보통 투기부는 지저분한 방이 많았다. 고등학교 남학생들끼리 사용하기도 했고, 훈련이 너무 고돼서 청소할 여유가 없어, 지저분한 방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 방은 땀 냄새만 조금 뺀다면 먼지 한 톨 없을 만큼 쓸고 닦았었다. 바닥에서 광이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1학년 때 기숙사는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 나쁜 문화가 있던 당시라 부조리나 폭행이 이루어지던 장소기도 했다. 신입생들이 샴푸를 가지고 다니고, 선배들의 빨래를 대신했다. 그리고 밥줄이라고 하여, 밥을 빨리 먹기 위해서 각 부의 신입생들은 급식실에 먼저 가서 줄을 서 있었다. 훈련할 때 마실 물 얼리기 및 가져오기, 훈련장 정리하기, 선배보다 먼저 준비해서 훈련장 들어가기, 먼저 씻고 대기하기, 대회장에서는 선배의 가방 심부름 등등 너무 많았다. 어쨌거나 1학년 1학기가 어느 정도 지나고 여름쯤 같은 부 3학년 선배와 사이가 안 좋아졌었다. 이유는 본인이 지시한 부당한 일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 후 기숙사로 그 선배의 친구들이 찾아와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나를 괴롭혔었다. 폭행은 없었지만, 욕과 더불어 정신적으로 못되게 굴었었다. 저녁 점호가 끝나고 방에 찾아와 쌍욕을 퍼부었다. 선배가 만만하냐, 왜 인사 안 하냐, 웃기냐 등 말이다. 참지 못한 나는 짐을 싸서 기숙사를 도망 나온 적도 있었다(물론 당시의 코치님의 설득으로 도망가진 않았지만). 전국체전이 가까워지면서 괴롭힘도 끝났다. 컨디션 관리를 이유로 기숙사에서 나가 집에서 다녔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지나고, 2학년과 3학년 때는 기숙사가 집과 같아졌다. 익숙해지기도 했고, 훈련과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부 동기와 방을 썼기 때문에 신경 쓸 문제가 없었다는 점도 있었다. 딱 하나 힘든 점은 새로운 기숙사로 옮기면서 같은 부가 아닌 다른 부 동기와 쓰게 되었던 건데, 취침 시간 때 라면을 꼭 먹었다는 것이었다. 저녁도 안 먹던 내가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조금 열받는 거 같다. 그 늦은 시간에 매너 없이 라면이라니. 이래서 룸메이트는 잘 만나야 한다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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