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에 대한 고찰

by B O S

수경은 수영을 할 때 눈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다. 수영선수들은 대부분 수경이라 부르는 것 같지만, 일반인들은 물안경이라 많이들 부르기도 한다. 사실 시합복을 고를 때보다 어쩌면 조금 더 까다로울 수 있기도 한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시합복의 경우 시합 때만 입지만, 수경의 경우 훈련 시간에도 사용해야 한다. 즉, 긴 시간 착용하기 때문이다. 또, 수경은 시야를 확보하는 역할을 하고 수영을 할 때 저항을 받는 위치이므로 자기 얼굴형에 맞아야 한다.


수경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거 같다. 실리콘 패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말이다. 실리콘 패드가 있는 것은 초보자가 쓰기에 적절하다. 왜냐하면 패드가 없는 것은 눈 주위를 아프게 하기도 하므로, 적응되지 않는다면 쓰고 있기 불편하다. 또한 여기서 세분화한다면 미러 수경과 미러가 없는 수경으로 나뉠 수 있다. 미러가 있는 수경은 자외선 차단을 해주므로 야외에서 수영해도 눈이 부시지 않다. 사실 미러 수경은 눈이 밖에서 볼 때 비치지 않아 선호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미러가 있는 수경은 실내에서 쓰기는 조금 어둡기도 하다. 3시간씩 훈련하다 보면 수경을 벗을 때마다 세상이 이렇게 밝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러가 없는 수경은 실내에서 쓰기에 적합하지만, 눈이 비쳐서 조금 부담스럽다. 쓰고 있는 나는 괜찮지만 보는 상대방은 다양한 눈의 형태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눈 모양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눈 알이 빠질듯하게 꽉 쓰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그냥 봐도 상당히 강하게 쳐다보는 느낌이다. 양 손가락으로 눈을 크게 뜨기 위한 동작을 하고 거울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한 때 대표팀까지 같이 한 친구는 대회 때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겠다고 눈알이 비치는 수경을 착용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기선 제압이 정말로 됐는지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었다. 스타트대에 오르는 순간에 선수끼리 마주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이때를 노린 것이다.


나는 수경을 어떻게 골랐냐고? 일단 내가 동경하는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다가 새로운 수경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구해서 써봤다. 그렇지만 돌고 돌아 미러 렌즈 + 내 얼굴형에 맞는 수경이었다. 그냥 좋았던 수경은 패스트스킨 하이퍼 수경, 아레나 코브라 수경이었다. 두 수경을 은퇴 때까지 썼으니까 말이다.


한 때 Speedo사에서 레이싱 수경으로 외계인 같은 수경을 출시했다. 아래 이미지와 같다. 수경을 착용 후 세트인 수모를 쓰면 수경의 상단 부분의 저항을 수모가 보완해 준다는 콘셉트이었다. 수경 가격도 비쌌다. 현재는 10만 원이 넘는 수경이 많지만 당시에는 10만 원이 넘는 수경은 저 수경이 유일했다. 써봤냐고? 당연히 써봤다. 저 수경은 생각보다 실리콘 패드 부분이 크다. 조금 쓰다 보면 매우 빨리 닳아서 내구도도 처참했었다. 또한 코 부분도 너무 약해서 잘 부러졌다. 외관으로 따지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무엇보다 못 생겼고, 이 못생김은 기록보다 멘탈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았다. 성능도 생긴 것만큼 별로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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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수경으로는 Speedo사에서 나온 Swedish 수경이다. 아래 이미지와 같다. 이 수경은 정말 simple 그 자체로 패드가 없는 수경의 원조격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 수경 패키지는 보이는 저게 전부다. 코 부분은 실로 연결하게 된다. 사실 겉멋으로 써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대회 때 쓰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크기도 했다. 저 수경을 쓰면 요즘 수경의 형태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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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수경을 보면 렌즈가 정말 커서 눈 전체를 덮는 수경도 있는 것을 봤다. 눈에 수경 착용 자국이 남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은 그런 수경을 착용하시는 것을 봤다. 근데 사실 수영 속도가 올라간다면 그 수경을 쓰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래도 저항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AI가 적용된 고글을 개발하고 있다던데 가까운 미래에는 수경도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훈련하기에도 나의 상태를 알기에도 매우 좋을 거 같다. 몇 초가 떨어졌는지 나오고 올바른 페이스가 가상의 라인으로 눈앞에 나오고 말이다. 아닌가? 페이스가 떨어지면 수경에서 난리가 날 수도 있겠다. 난 힘들어 죽겠는데 수경에서는 경고 메시지가 계속 뜰 것 같다. 꼭 기술의 발전이 좋은 건 아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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