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복은 어떻게 고르게 될까?

by B O S

수영선수들이 입는 수영복은 상당히 얇다. 그리고 타이트하다. 개인차는 있지만 딱 맞는 게 아니라 작은 듯 맞는 듯 그 사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선수들마다 선호하는 브랜드의 시합 수영복은 다르다. 스피도, 아레나, 미즈노, 아식스, 티어 등등 각 브랜드 별로 시합 수영복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 내가 좋아했던 브랜드는 미즈노였다. 동양인 체형에 맞게 나왔고, 생각보다 튼튼해서 입을 때도 찢어질 걱정이 덜 했다고 해야 하나?


수영 대표팀에 있을 때는 대표팀이 아레나에 후원을 받아서 대체적으로 아레나를 입었었다. 인피니티, 카본이라는 이름의 수영복이었다. 내가 수영복을 고르는 기준은 다음 2가지였다. 허벅지 근육을 잡아주는 느낌이 있어야 하고, 부력이 어느 정도 느껴져야 한다. 햄스트링 근육을 잡아준다는 느낌은 킥을 찰 때 약간의 힘으로 수월하게 킥을 차진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부력의 경우 다이브를 해서 브레이크 아웃까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강하게 나올 수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시합 수영복은 언제쯤 입으면 될까? 시합 수영복은 대부분 매우 타이트하기 때문에 오래 입고 기다리다 보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쥐가 나는 느낌도 든다.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라 경기 30분 정도 전에 가서 입었었다. 그러나 느긋하거나 수영복이 근육을 조이는 느낌을 싫어하는 선수들은 소집실에서 부르기 거의 전에 즉 10분이나 15분 전에 입는다. 입기 어려운 수영복은 마음 가짐을 제대로 잡고 가야 한다. 수영복 전용 장갑을 준비하고(손가락 끝에만 수영복을 잡기 쉽게 고무 재질로 되어 있다.) 시합 수영복 밑에 덧대는 천을 두른다.(수영복 입기 전용 천이 있었다.) 그리고 최대한 시원하고 공기가 건조한 영역을 찾은 후 바닥에 물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입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도 시합 수영복을 입다 보면 지치고 땀이 많이 났었다.


그럼 이쯤에서 내가 입어보고 기억에 남는 시합 수영복을 설명해 보겠다. 먼저 기술 도핑이라 불렸던 스피도사의 레이저 레이서를 빼먹을 수 없을 거 같다. 맞다. 당시에 많은 세계 신기록이 갱신되었다. 해당 수영복은 정말 입는 순간 부력의 차이가 느껴진다. 물의 저항감이 최소한으로 줄어들면서 너무나도 놀라운 수영 경험을 했었다. 놀라운 성능과 더불어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사악했다. 발목까지 오는 9부 수영복이 7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신은 100만 원 가까이했던 거 같다. 거기에 매우 얇고 타이트해서 입는데 오래 걸리고 사자마자 입다가 찢는 실수를 한 수영선수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탈의실이 습하고 더우면 그 수영복을 입는 난이도는 극악으로 바뀌었다. 다음으로는 스피도사의 페스트스킨 엘리트다. 입고 벗기 매우 쉬운 축에 속하는 수영복으로 허벅지 근육을 잡아주는 느낌은 덜하지만, 그만큼 편안함이 있어서 가끔 입었다. 이 수영복을 자주 입는 선수들은 탈의실에도 머무르는 시간이 짧았다.


다음은 아레나의 인피니티와 카본이다. 아레나사의 인피니티는 햄스트링을 잡아주는 느낌이 강하면서 대퇴사두근 쪽의 원단은 얇아서 수영할 때 느낌이 좋았다. 카본의 경우는 허벅지가 전체적으로 타이트해서 단거리 수영을 하기에 좋았다. 당연히 입고 벗는 게 어려운 쪽은 카본 수영복이었다. 카본 수영복은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 아시안게임 때 대회 30분 전 입고 있는데 찢어져버린 것이었다. 그때 한 15분 정도 입은 상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히 여분의 시합 수영복이 있었고, 새롭게 입을 수 있었지만 손톱 위에 살이 까지고, 굉장히 많은 땀을 흘렸었다. 카본은 여러모로 입고 벗기 불편했고, 대회 때도 그렇게 편하지 않았었다.


미즈노와 아식스의 수영복은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즈노와 아식스의 수영복은 비슷한 느낌의 수영복이었다. 아레나 수영복들보다는 입기 편하고 스피도보다는 어려웠다. 느낌은 스피도와 아레나 사이였다. 자유형 200m를 하기에 좋고, 100m에는 조금 부족한 타이트함이었다. 그러나 장시간 입고 있어도 허벅지 근육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적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피도와 아레나는 상대적으로 서양인들의 핏에 맞춰져 개발되지만, 미즈노와 아식스 수영복은 동양인 체형에 맞춰 개발되기 때문에 입고 벗기 편하고 오래 입고 있어도 편하다고 느껴졌던 것 아닐까?


이제는 시합 수영복을 입을 일이 거의 없지만, 시합 수영복은 생각보다 헤프다고 생각한다. 가격에 비해 너무 적은 횟수만 기능을 유지하는 것 같다. 당연히 얇고 물에 들어가니까 그런 것이겠지만, 반도체도 나노미터가 나오는 엄청난 세상인데 수영복 내구성은 왜 발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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