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고 남편을 2년째 들들 볶던 어느 날, 그와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런데 가격은 우리가 생각한것보다 몇 천씩 초과하고, 가격이 얼추맞으려하면 위치나 집 구조나 실평수나 바깥 풍경이 지금 집보다 못했다. 지어진 지 5년 이내라는 것만 빼고는 이사할 이유로 충분치가 않다. 내 입장만 고수할 수 없으니 다음 집으로, 다음 집으로 이동하는데 별다른 소득이 없다.
그러다 다섯 번째 만난 지금의 집.
전세와 매매 차이가 삼천만 원. 남편은 집을 보고 나오자마자 확신있게 말했다.
"그냥, 우리 이 집 사자."
집을 사자고? 그것도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를 산다? 당시, 아파트는 값은 미친 듯 오르고 있었고(그 때 전세로 살고 있던 33년 된 21평 아파트가 4억을 넘고 있었다.) 주택과 빌라는 가망없이주춤거렸다. 매매를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는 잘 생각해보라며 진심으로 말렸다. (부동산 아주머니도 빌라보다 단층 아파트 매매가 장기적으로 더 나을 것이라고)낡디 낡은 아파트는 그래도 아파트라서 계속 오를 거라는 사람들의 말.
빌라는, 글쎄. 아무래도 비추야. 잘 생각해봐.
나는 새 집으로 가는 게 몇 년째 소원이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오케이 했다. 그리고남편의 확신만큼이나 나도 첫눈에 알았다.
여기다. 우리 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창문을 열면 큰 베란다가 있고, 복층 구조로 남편이 조용하게 공부를 할 수 있고, 집에서 작은 도서관이 가깝고, 버스정류장도 멀지 않고, 아이들 학교도 걸어 다닐 거리. 또 5년 된 빌라라 깨끗해서 손 볼 곳이 없었다. 무엇보다 주변에 있는 30년 된 아파트 전세 가격이면 이 빌라는 매매가 가능했다. 가격이 또 저렴했던 이유는 북향이었는데 거실 창이 커서 다행히 어둡지 않고, 살아보니 남향만 못하겠지만 불편함 없이 괜찮은 정도.
다행히 디딤돌 대출이 가능했고, 우리는 생각지도 않았던 빌라의 주인이 되었다. 이사 온 지 이제 8개월이 되어가는데 우리 집의 모든 점이 다 좋다. '베란다 있는 빌라의 비밀'을 사람들이 몰라서 이사를 하지 않은 걸까, 싶을 정도로. (그 다음 혹시 이사를 간다면 아마도 마당이 있는 주택이 될 것이지만. 아이들이 늘상 강아지랑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해서 나도 모르게 관심이 생기고 있는 중)
이 시국에 우리는 모두가 말리는 '빌라'를 샀다.
그리고 아주 잘한 일.
암만 생각해도 잘 생각했다.
나는 '나중'말고
'지금'을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 '베란다 있는 복층 빌라'(북향)의 장단점
장점
1. 공간이 분리되어 활용성이 좋다. (아이가 줌 수업을 할 때, 부모님이 와서 주무실 때)
2. 계단이 있어 늘 펜션에 놀러 온 기분이 든다. (이사 오고 거의 여행을 안 가고 있음)
3. 방은 작은 구조, 거실과 부엌은 커서 취향저격.
4. 베란다를 마당처럼 이용할 수 있다. (고기 굽기, 꽃이나 텃밭 가꾸기, 텐트 치고 캠핑하기, 여름 수영장, 가벼운 운동하기, 야외 티타임, 빨래 널기, 해먹그네타기 등)
5. 관리비가 5만 원으로 저렴하다.
6. 가격은 주변의 브랜드 네임 있는 아파트의 반값이며 실평수는 더 넓고 더 깨끗하다.
단점
1. 전기세, 가스비, 수도세가 일반 집보다 더 나올 수 있다. 워낙 전에 집에 살 때 조금 나왔기도 했다.
(전기세 월평균 35,000원, 한 겨울_2022. 1월 기준 가스비 14만 원, 수도세 월평균 15,000원)
2. 두 층을 청소해야 하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의식적으로 부지런해져야 한다.
3. 자꾸 짐이 한 층으로 쌓이게 된다. (위층에 장난감을 두었는데 아이들이 자꾸 가지고 내려옴)
4. 세탁기와 수도가 야외에 있어 한 겨울에 얼 수 있다.(동파하지 않도록 철저한 노력이 필요)
5. 아파트 단지 내처럼 놀이터가 없어 동네 공원까지 나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산책 겸 매일 밖에 같이 나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