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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아파트보다 '베란다 있는 빌라'가 좋은 이유

매일매일 베란다에서 캠핑을 할 수 있으니까!

by 정아름

아파트보다 '베란다 있는 빌라'가 왜 좋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이거다.

베란다 캠핑!


여름에는 수영을 하고, 겨울에는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 그리고 간단하게 불 피우기가 가능한 여기는 바로 베란다 있는 빌라다. 아이가 원격수업을 줌으로 하는데 아이들은 우리 집을 보고 휘둥그레진다. 그리고 친구들이 꼭 묻는 말이


"너네 집 부자야?"

"아니."


아이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집을 자랑한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야외 베란다를 화면으로 무심하게 비추면서 결코 자랑 아닌 듯 '부자는 아니야.'라고 말하며 웃는다. 베란다 있는 빌라는 우리가 원하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주변 아파트 값의 반이니 우리는 정말 호사를 누리며 살고 있는 셈이다.(큰 베란다가 있는 빌라는 건축법상 북향이어서 가격이 저렴합니다.) 게다가 겨울 내내 베란다를 못써서 아쉬웠는데 눈이 오니 아이들은 베란다에서 엄청 신이 났다.


다음 겨울에는 대봉을 사다가 곶감을 만들자고 남편이랑 이야기했다. 시골마당에서 곶감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게 너무 예뻐서, 그리고 맛있는 간식이기도 하니 꼭 해보자고. 시골에서 살 때 마당에 고추를 널고 마루 위엔 감들이 매달려 있던 풍경이 그때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보인다. 촌스럽고 어쩌면 지긋지긋해던 기억이 아름답고 그립다. 그때는 몰랐고, 지나 봐야 보이는 것들이 요새 꽤 있다. 엄마의 해진 발 뒤꿈치나, 아빠의 닳아진 거친 왼발.

우선 대봉을 다섯 개 사다가 베란다에 놓았는데 남편이 세 개를 먹고, 새가 날아와 두 개를 먹었다. 남편은 새에게 감을 나눠줄 수 있어 기뻐 보였다. 뭐가 그리 기쁠까? 새가 와서 우리 감을 쪼아 먹었는데.

결혼하고 더 느끼는 것이지만 그는 모든 생명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고 싫증이 나면 눈사람을 만든다. 집 안에서 아이들이 눈을 뒹굴며 노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영상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듯, 실재 같지가 않다. 춥다고 창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코코아를 타 주는데 아이들은 기어코 아빠를 끌고 나가 더욱 격렬한 눈싸움을 한다. 창문 안에서 관람은 언제나 즐겁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눈이라 너무 반갑단다. 같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아빠가 있어 더욱 좋은 것이고.


그러고 보면 아들에게 아빠란, 도대체 얼마나 큰 의미일까.


남편은 불을 좋아한다. 그래서 벌써 피어난 불. 우리는 아주 조심히, 작게 불을 피운다. 여기는 도심이니까 조심조심. 다행히 눈이 펑펑 와서 숯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다. 나는 불 옆에서 언 발을 녹이며 추위를 달래고, 춥지 않은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다. (함박눈이 아주 많이 오는 날만 잠깐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겨울도 괜찮네. 베란다에서 캠핑도 하고. 아이들과 남편과 불 옆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도 봄이 와서 빨리 꽃도 심고, 고기도 구워 먹으면 좋겠다고 하니 남편은 또 먹는 이야기냐며 마시멜로를 입에 넣어준다.


우리들의 베란다 캠핑은 사계절 내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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