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학교' 안 가면 안돼요?
조금은 '재미있는' 그런 학교는 과할까.
작은 아이가 1학년이 되었다. 나와 닮은 '이 아이'는 걱정이 워낙 많아 학교 가기 몇 달 전부터 고민에 빠졌다.
"엄마, 나 학교 가면 잘할 수 있을까?"
"엄마, 학교 가면 발표 같은 것도 해야 해요?"
"자기소개는 제일 싫어."
"나, 그냥 학교 안 가면 안돼요?"
결국 이 말까지 나왔다. '학교 안 가면 안 돼요?'
이런 대화가 3월 직전까지 계속되었는데, 아이는 학교 첫날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웃어주었다. 옆에 있는 J라는 친구가 너무 착하다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얼마나 마음이 놓였던지 몇 분이고 아이를 안아주고 칭찬해주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날 뿐이었다. 학교에서 바른 자세로 계속 앉아 선생님을 보아야 하고, (아이의 말에 따르면 '이 지루한 공부'를 언제까지?) 친구들과 어린이집처럼 마음껏 놀거나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바깥 활동이 없어(그래도 담임선생님께서 운동장에 한 번 나가 놀게 하셨는데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정지된 상태로 오전 시간을 보내는 학교의 모든 과정이 8살 아이에게는 '고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이는 피로에 찬 회사원처럼 일어나 '아, 토요일이야!'를 온 마음다해 외쳤고 오후에는 바다에 가서 꽃게를 잡으며 스트레스를 날렸다.
게다가 학교장 재량으로 코로나 상황의 등교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는데, 이 학교는 반에서 확진자가 4명이 나오면 원격수업으로 하겠다고 공지가 왔다. 매일이 살얼음판이었다. 확진자 '1명' 그리고 다음 날 추가 확진자 '1명'이라는 알림이 뜰 때마다 불안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 간지 2주 만에 원격수업이 시작됐고, 남편과 나는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학교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더 기가 막힌 답.
"긴급 돌봄은 없습니다. 학부모님께서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긴급 돌봄도 만들어놓지 않고 줌 수업을 하면 저학년 아이들은 집에 혼자 있으라는 말인가? 결국 교무실과 담임선생님과의 통화 끝에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를 교실에 와 있도록 해 주셨으나 긴급 돌봄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다.(만들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던 듯하다)
아이는 학교에 갔더니 자기 혼자였다며, 친구들 없는 교실에 혼자 있는 것은 너무 싫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당연하다. 선생님도 줌 수업하시랴, 한 명 와 있는 아이 챙기시랴 얼마나 바쁘셨을까. 그러나 이런 학교의 대책 없는 학교장 재량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2년를 넘어가는데 포스트 코로나는커녕 위드 코로나에 대한 준비 하나 없이 무조건 수업을 원격으로만 돌리고 '조심'하자고만 하는 학교. 코로나 뒤에 숨은 채 어쩔수가 없는 팬데믹 시대 탓이라면서.
확진자를 막는 것이 학교의 '일'일까?
아니다. 학교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고 친구들과 교제할 수 있고 여러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제 기능을 못하는 코로나 속 교육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은 그동안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또한 친구들의 얼굴과 미소를 잊어버렸다. 이리떼로 가장한 감염병에 속아 '거리두기'와 '손 씻기'라는 단어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그 속에서 또 애쓰시는 선생님들이 계신 것 또한 알지만)
아이들은 이제 학교가 싫다. '공부'가 싫은 것보다('공부'라는 것은 원래가 그런 존재였고) 중요한 것은 '학교라는 공간' 자체를 아이들이 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이상 학교는 '친구와 말할 수 없는' 곳이며 ', 'kf94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 곳이고, 온종일 '눈치'를 보다가 '빨리 떠나고 싶은' 곳이다.
코로나 이전의 학교는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웠고, 하루종일 수업 대신 운동장에서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했다. 일 년에 한 번은 아이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소풍을 가기도 하고,(작년은 롯데월드, 올해는 수순상 에버랜드였는데 코로나로 못 가게 되었고 큰 아이는 너무 실망해서 진짜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봄, 가을에 체육대회나 반별 모임도 있기도 했고, 운동장에서 '아빠와 캠핑'이라는 테마로 추첨을 통해 텐트를 치고 1박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우리의 '집'이 단순히 밥만 먹고 잠만 자는 곳이 아니듯이, 아이들에게 학교 또한 즐겁고 행복하고 안락해야 하지 않을까. 그곳에 있는 선생님들이나, 조리사분들이나, 학교를 관리하시는 분들 모두도 아이들과 함께 그 공간에서 웃으며 일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분들의 돌봄을 받는 우리의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넋두리로 글을 쓰는 일. 그리고 나는 나의 몫을 해야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꼭 안아주고 오늘은 크랜베리 쿠키를 함께 구울 생각이다. 쿠키를 먹으면서 보드게임을 좀 하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꽃에 물 주기를 시켜야겠다.
저렇게 바다에 노니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학교는 꿈일런지.
이게 너무 과하다면 '뭐, 학교도 괜찮아' 정도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