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새벽이 빌려 준 마음_이승윤

by 정아름

작년 겨울, 어느 분께서 내 글에 '하트'를 눌러주셨다.

나에게? 누구길래!


작성했던 글은 내가 요즘 즐겨 읽고 있는 소설과 그 소설 중 하나를 아이들에게 독서수업으로 준비해봐야겠다는 별 볼 일 없는 끄적거림이었다. 그런데 그분의 '하트'에 나는 훅, 하고 소름 돋는 직감이 왔다.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럴지도'라는 상상을 떠올리면서 그분의 블로그를 방문했는데.


그분은 바로, '회색 인간'의 '김동식 작가'님이셨다!!! (느낌표를 백 개 찍어도 부족한 아직도 밀려오는 이 감정) 나중에 신문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작가님은 자신이 소설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독자들의 덕이라고, 독자들의 댓글로 힘을 얻고 조언을 얻어 소설을 쓸 수 있었다고, 독자들이 자신의 스승이라고 인터뷰를 하셨다.


그래서 김동식 작가는 자신의 이름이나, 자신의 소설이 들어간 글이 있으면 당장에 달려가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이었다. 아, 이렇게 순수하고 겸손한 작가님이라니! 그렇게 나는 김동식 작가님과 이웃이 되고, 이제는 내가 감사하다고 글을 쓰고는 '회색 인간'으로 본격적인 수업을 준비해 나갔다.



문학수업 예산이 여유가 있어 '회색 인간'책을 스무 권 구입했는데, 비치된 소설을 빌려가 완독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소설 쓰기 수행평가에서는 평소에 전혀 볼 수 없었던 '낯선 집중력'을 아이들은 보여주었다.


더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글쓰기 시간이 부족하다며 다음 시간까지 연장해 달라고 했다. 이렇게 과몰입해서 너희들이 소설을 쓰다니, 그전까지 평범해 보였던 아이들에게서 완전히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우리 모두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야기'를 원한다.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사형선고를 당하면서도 여전히 읽고, 쓰고 노래한다. 우리는 아무리 돌가루가 날리고 묻어도, '회색이 아닌 인간'이니까.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_장강명 소설가의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소감 중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라고 쓰고 싶은데 요즘 너무 책을 안 읽고 있어 차마 양심상 못 쓰겠다. 더 솔직히 말하면 책을 사서 진열하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책'보다는 드라마나 영화가 노력을 적게 들여도 되니 슬슬 텍스트를 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최근 '너를 닮은 사람'이나 '그해 우리는' 드라마는 대사도 배우들의 연기도 ost 음악도 너무 좋아서 완전히 빠져버렸다)


소설가 이기호, 장강명, 김애란, 김동식.


제 작년부터 이 분들의 책을 차곡차곡 사서 읽고 있는 중이다. 이 분들을 통해 새로 얻은 깨달음은 소설가는 정말 '난'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소설을 쓰겠다며 새벽을 지새웠던 나의 과거는 지우자는 것. 김동식 작가의 '회색 인간'을 읽으며 접해보지 않았던 소재들에 뜨억뜨억 하지만, 소설의 재미를 다시 알게 해 준 작가님들께 감사하며 하루하루 단편들을 읽고 있다.


방구석에서 혼자 작곡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글이라는 것을 쓰는 소설가는 이번 달 월세 걱정을 한다. 당장 저녁거리가 없다. 통장 잔액은 없고 연체 문자만이 띠릭, 울린다. 이렇게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 이 일을 해 나가기란 정말 어렵다. 주변에서의 늘 걱정스럽거나 혹은 한심한 눈빛, 진심 어린 조언으로는 예술은 그저 '취미'로만 어때.


장강명 작가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제20회 문학동네 작가상에서 수상했다. 나는 그의 수상소감을 읽다가 몇 번을 다시 또 읽었다.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던 가수 이승윤과 마흔이 넘어 전업작가로 전향하고 겁에 질려 소설을 썼다는 장강명은 같은 마음이었을까.


굶지 않고 살아남겠다고, 쓰고 싶은 소설을 다 써서 더 이상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때까지 쓰겠다는 장강명 소설가의 목소리가 윙윙거렸다. 그래서 날이 저물기 전에 무엇이라도 써야 할 것 같은 스스로의 책무에 끄적끄적 답하는 중.


그는 무엇을 위하여 노래하고, 그는 무엇을 위하여 글을 쓰는가.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일.

자유롭고 행복한 '인간다움'을 향한 몸짓.



이 밥벌이의 싸움을 피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현실에 참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계속 싸워서 글과 돈을 열심히 벌어보겠습니다.
쓰고 싶은 소설을 다 써서
더 이상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까지,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겠습니다.

제20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 소감_장강명



https://www.youtube.com/watch?v=iyHpgi-trMI

새벽이 빌려준 마음_이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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