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이사, 두번의 입사, 한번의 퇴사
2023년 11월 30일, 전세계약이 딱 1년 된 신혼집에 다른 세입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3주 뒤 서울에서 첫 전세집을 구했다. 다행히 조금 긴 연휴기간에 입주하게 됐고 짐 정리하느라 시간을 다 썼지만 이제 집같은 집에서 살게됐다.
2023년 8월 16일, 와이프가 누나의 추천을 받아 서울로 이직하게 됐다. 갑작스럽게 주말부부가 되었다.
와이프는 급한대로 원룸텔을 구해서 살게됐다. 조금만 참자. 서로 격려하며 잠깐의 이별. 첫번째 입사.
2023년 8월 셋째주 어느 날, 서울 모처의 회사에 지원했다. 면접제의가 왔고 면접일 이틀 전 간단하게 짐을 꾸려서 누나 집으로 향했다. 비가 쏟아지던 화요일, 면접을 봤다. 와이프가 조금 더 큰 무대에서 날개를 펴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러다보니 절실함이 많이 컸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좀 더 앞섰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면접을 마치고 퇴근한 와이프와 만나 시간을 보냈다.
면접일 다음날인 수요일 비가 오지 않는 오전에 대구로 가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문경 휴게소에 잠시 들러 화장실을 갔다. 그리고 전화 한통이 왔다. 합격 전화다. 9월 첫째주 월요일부터 출근이 가능한지 물어본다. 당연히 간다고 했다. 두번째 입사.
2023년 9월 2일 일요일, 와이프와 짐을 챙겨 서울로 향했다. 급하게 구한 원룸 오피스텔을 구했고 화요일부터 와이프가 들어와서 함께 서울살이가 시작됐다. 첫번째 이사. 잠깐이나마 그래도 살기엔 좋았다. 위치가 강남역 근처라 산책을 나가도 사람에 치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곳.
회사에서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던 와중 와이프가 9월 중순 쯤 퇴사를 한다. 첫번째 퇴사.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격려하며 또다른 챕터로 빠르게 넘어가기로 했다.
11월 초, 강남역 단기임대 생활을 청산하고 그나마 조용한 외곽, 경기도 하남으로 이사를 했다. 두번째 이사. 역시나 단기임대. 둘 다 신혼집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 것에 대한 피로함이 극에 달하려 했고 하남에서의 단기임대가 끝나갈 때까지 해결이 나지 않으면 대구로 돌아가자는 얘기까지 나눴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구 신혼집에 세입자가 구해졌다는 것. 심지어 11월 안에 꼭 들어오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대구에서 짐을 뺐고 보관이사로 잠시 짐을 맡겼다.
서울에서 전세집을 열심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직장 출퇴근을 와이프가 배려해주고 싶어 그걸 기준으로 찾기 시작했고 회사에서 가까운 곳으로 구하는데 성공했다. 세번째 이사. 몇번이고 해봤지만 대구에서의 짐까지 오니 더 정신이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말. 다행히 조금 긴 주말이라 짐을 싹 정리하고 나니 크리스마스 저녁. 한숨 돌리고 다시 출근.
출근 후 오랜만에 브런치를 켰고 글을 남긴다.
밀린 일기를 좀 적어보니 글이 엉망이다.
야근도 잦고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거 같지만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먹고 또 해보니 아주 조금씩 풀리는거 같다.
내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나 스스로를 깎아먹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이러다가 예전에 자빠졌던 경험이 그래도 약이 된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