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일
"Keep walking."
스카치위스키의 유명한 슬로건이지만, 나에게는 삶을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문장이 되었다. 계속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발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다. 멈추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면서, 내 길을 살아내는 것이다. 짧지만 단단한 이 문장은 내 인생의 좌표가 되었다. '포기하지 않는다', '내 길을 간다', '속도를 내 편으로 만든다'는 뜻이 숨어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이 식상하게 들릴 때도 있었지만, 지금 나는 그 말은 온몸으로 이해한다.
필라테스 선생님의 말이 귀에 맴돈다.
"균형을 잡으려면 코어가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몸의 중심을 세우는 일은 닮아있다. 주 3회 필라테스는 내게 단지 운동이 아니다. 호흡을 고르고 근육을 느끼는 그 시간이야말로, 복잡한 생각을 비워내고 나를 단단히 붙드는 연습이다.
하루키 에세이 <나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그 말을 좋아한다. 달리기를 말하면서 그는 글쓰기와 삶을 함께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장은 내 하루를 꿰뚫는다. 나는 달리지 않는다. 대신 걷는다. 내 페이스로. 필라테스 매트 위에서, 그리고 책상 앞에서, 브런치북 연재 문장 속에서.
예전에는 달랐다. 오래전, 나만 아는 일기장에 글을 쓸 때는 자주 슬펐다. 세상에서 나만 손해 보는 것 같고, 내 감정만 바닥에 깔린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었으니, 그 안에서 나는 자주 무너졌다. 그러나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변했다. 누군가가 읽는다는 사실은 내 글을 다르게 만들었다. 문장은 조금씩 밝아졌고, 시선은 바깥을 향하게 되었다. 부정의 늪에서 건져 올린 문장이 긍정의 씨앗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살리는 글쓰기를 배우는 중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된다면, 그 빛은 결국 내 안에도 스며든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지탱하는 일이다. 브런치북을 연재하는 동안, 나는 나에게 깊숙이 들어가는 기회가 되었다. 더 나아지려는 노력, 더 발전하겠다는 의지, 하루를 감사함으로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 가끔은 계속 써야 하는가, 의문이 고개를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책을 펼친다. 그리고 또 하루키의 문장을 만난다.
"나는 무언가를 계속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건 단순히 계속하는 것이다."
맞다. 거창한 비밀 같은 건 없다. 그저 멈추지 않는 것이다.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읽고, 생각하고 한 줄이라도 쓴다. 때로는 손끝이 무겁고, 마음이 공허할 때도 있지만, 글을 쓰고 나면 이상하게도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저녁이 오면 남편과 소소한 시간을 보낸다. 함께 본 영화 한 편이, 길을 걷다 스친 바람 한 줄기가, 다음 글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오늘도 괜찮았어." 그 말을 가만히 되뇌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는 지금도 계속 배우는 중이다. 계속하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 그리고 오늘도 다짐한다.
Keep walking. 나는 내 속도로 걷는다.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일. 그 과정에서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