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Clarinet Concerto
- Sabine Meyer, Claudio Abbado, Berliner Philharmoniker
- 1998.12. 베를린 필하모니홀
Episode.1
미국의 얼굴 로버트 레드포드와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면 드넓은 사바나의 풍경이 정말로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대지 너머로 천천히 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낮잠 자는 사자들의 모습, 그리고 평화롭게 뛰노는 여러 동물들, 나른한 오후의 풍경이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그 평화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이 흐릅니다.
Episode.2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베를린필의 종신 음악감독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그의 클래식 제국을 구축했습니다. 그런 그의 카리스마가 결정적으로 금 가게 된 여러 배경 중하나 가 오늘 소개할 이 음반의 연주자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자비네 마이어는 현존 세계 최고의 클라리넷 연주자입니다. 1982년 카라얀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이 젊고 패기 넘치는 목관주자를 새 단원으로 선발합니다.
100년이 넘는 베를린 역사에 파격 인사였지요. 물론 그의 선발전 여성 바이올린 주자 한 명이 입단하긴 했지만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 목관 파트에 약관의 여성 연주자를 수석으로 선발한 것은 너무나도 이례적이었습니다.
베를린필 단원들은 카라얀의 결정에 반발하며 마이어와의 연주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갈등이 심화되자 마이어는 스스로 베를린필을 떠나게 되지요. 이때부터 40여 년에 걸친 카라얀과 베를린필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만년에는 많은 연주를 이웃의 빈 필하모닉과 하게 됩니다.
Episode.3
그 후 자비네 마이어는 솔리스트로 활약하며 세계 최고의 클라리넷 연주자로 성장하며 세계 무대를 누비게 됩니다. 자신을 쳐냈던 베를린 필하모닉과도 이 음반을 포함하여 여러 연주를 함께하게 되지요.
자신을 발탁한 카라얀과 함께 하진 못했지만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베를린필과 섬세하지만 따뜻한 모차르트를 만들어냅니다.
1악장과 3악장에서는 모차르트 특유의 생기 넘치고 유머러스한 부분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지지만 2악장 '아다지오'에서는 만년의 모차르트가 세상을 관조하는듯한 서정적인 분위기가 곡전체를 흐릅니다. 앞서 표현한 것처럼 나른한 오후, 아프리카 대평원의 풍경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악장입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메릴 스트립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다시 드넓은 아프리카의 대자연속으로 돌아옵니다. 베를린필을 다시 만난 자비네 마이어의 연주가 자신감 넘치면서도, 따뜻하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