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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 Dec 31. 2024

방치하는 것2

 나는 가끔 힘들다고 표현은 했지만, 주변 사람에게 이러한 내 상태를 알리진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나를 걱정할 테니까. 나는 그들이 평소처럼 똑같이 웃고 옆에 있어 준다면 그걸로 힘이 났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런 생각이 안 드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봐주고 볼 때마다 울 것 같은 표정을 한다면 내가 웃을 수 있는 그 작은 힘마저 사라지게 된다. 내가 내 상태를 인지하게 된다. 그들이 아니라 철저히 나를 위해서 나는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언제나 내 옆에서 웃어주길 바랐다. 내가 나쁜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무너져 가고 있을 때, 나는 더 이상 버틸 힘도 없고 곧 주저앉아버릴 것 같아서 남자친구를 붙잡고 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지금 당장 공감보다 해결이 필요했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을 방법이 간절했다. 남자친구는 말했다.


 "나는 행복은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집중하면 어느 순간 힘든 게 사라져있어. 생각에도 근육이 있으니까 계속 의식적으로라도 긍정적이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보자. 분명 이겨낼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예전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현재에 사는 사람에 대해 생각이 났다. 답은 옆에 있었는데 난 어딜 헤매고 다녔던 것인가. 힘들 거야. 힘들겠지. 그래도 나는 더 이상 나를 방치하는 것을 그만 두기로 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내 손을 잡기로 했다.


 1년 반 동안 마음을 방치한 나는 일어날 힘도 없어서 쉽게 일어나지 못할 거라곤 예상했다. 그래도 더 주저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고 이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뒤덮여도 나는 생각의 근육을 먼저 단련하기로 했다. 근육이 생기면 그다음 일어날 힘이 조금이라도 생길 테니 말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계속 덮쳐왔다. 그래도 계속 긍정적이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는 이전의 나와 달라져야 했다. 그래서 주문을 만들어 매일 읽었다. '나를 믿어라. 의심하지 마라. 비교하지 마라. 겁먹지 마라. 할 수 있다.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자. 지금, 여기만 생각하자. 지금만 살자. 그저 할 뿐이다.' 맨 처음 이 말들을 거울을 보며 하는데 어색하고 오글거렸지만, 계속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하고, 밖에서 불안하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 계속 말하며 진정시켰다. 평생 이렇게 살까 봐 두려웠던 나지만, 내가 이 짓을 얼마나 반복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의 걱정은 미래에 맡겨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로 했다. 불안이 밀려올수록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더 집중하려고 애썼다. 무언가 집중할 때만큼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안 좋은 생각은 더 나는 법이다. 특히 잠들기 전은 더욱더 그렇다. 그땐 잠도 오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할 때라 집중해야 할 것이 없다. 그럴 땐 핸드폰으로 좋은 강의를 찾아보거나 웃긴 것들을 봤다. 그러다가 눈이 무거워지면 지쳐서 잠들었다. 잠들 때 조차도 억지로 해야 할 것을 찾아야 했다. 이렇게 3개월을 지냈을 때쯤은 더 이상 의식하면서 주문을 외거나 집중해야 하는 것을 찾지 않아도 됐다. 1년 반 동안 그렇게 나를 쫓아다니던 우울과 공황장애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조금씩 생각에 근육이 붙은 것이다.


 자, 이제 일어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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