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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치남 Nov 26. 2021

우울증과 그냥 동거할까요?

우울증을 통해 개선된 나의 삶

  팬데믹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아니 이제는 독감처럼 영원히 인류와 함께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현실에서의 경제적 고통 등으로 인해서 정신적으로 무장해제되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어두운 안개가 짙게 깔려 있다. 


  4년 전 우울증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기분이 복잡했고 초기에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을 때는 혼란스러웠지만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한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그냥 고혈압처럼 생활의 일부라 여기면서 지낸다. 하루에 한 번 아침에 혈압약을 먹으면 아무렇지 않게 정상생활을 한다. 의사 선생님이 혈압약을 먹지 않고 사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하신다. 자기는 혈압에 자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골로 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난 건강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을 더 괴롭힐 수 있다. 차라리 우울증 판정을 받고 자기가 환자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치료를 위해 노력하게 되고 확실히 개선된다. 그래서 난 이제는 우울증 약도 그냥 아침 식사 후 한번, 자기 전 한번 먹고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편안한 마음으로 산다. 


  현재는 적극적으로 우울증 약물치료와 상담을 받은 지 6개월이 좀 지나가고 있다. 3명의 의사를 거쳐 나한테 맞는 말수가 적은 담당의를 만났고, 맞는 약을 찾았다. 지금은 한주 건너 병원에 갈 정도로 호전되었다. 마음의 불안도 많이 사라지고 기분이 급 다운되던 횟수도 점점 줄어간다. 이유 없던 근육통도 사라지고 신경성 대장 증상도 많이 완화되었다.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욱해서 감정적으로 처리하던 일도 많이 유해진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다 한 신경 회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하나가 개선되면 다른 하나도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 같다. 


  모든 치료의 시작은 내가 그 병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저 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본다. 나는 우울증을 인정했고 완치보다는 개선에 주안점을 두었다. 어쩌면 약간의 우울증과 평생 함께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빨리 완치되고 싶다거나 조급한 마음이 없다. 우울증을 인정하고 살다 보니 항상 나 자신의 언행을 조심하고 실수했으면 바로 사과하고 자아 성찰한다. 스트레스받는 일은 되도록 피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우울증 때문에 술을 끊었고 쓸데없는 만남을 줄였고 신앙생활에 열심을 내게 되었다.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주말이면 자연을 찾아 힐링을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온유하고 차분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기분 나쁜 말은 빨리 털어내려고 한다. 쓸데없이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시간 뺏기기 싫어서 글도 쓰기 시작했다. 글도 손에 잡히지 않으면 몰입되는 영화를 본다. 앞으로는 미래를 위해서 투잡도 하려고 한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우울증이란 놈이 참 고맙다. 너로 인해 난 무분별한 생활을 정리하게 됐고 삶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신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됐다. 이제 정상인들보다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전화위복 


  우울증으로 인해서 잃은 것은 이미 지난 일이다. 우울증을 통해서 내 삶에 플러스가 되는 것에 집중한다. 오히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항상 겸손과 사랑의 마음으로 나 자신을 바라본다. 매일 아침에 거울을 보며 나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그래서 우울증이 뺏어간 것보다 가져다준 것이 더 많다. 


  어차피 모든 일은 해석 하기 나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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