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 Oct 01. 2023

내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아마 대학생 때의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이 아닐까?


가고 싶은 학과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고졸로 남아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남들처럼 대학생이 되기로 했다. 그리고 스무 살.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대학교와 취업이 잘 된다는 학과에 추가합격 되어 입학했지만, 어쩐지 나는 항상 불안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들은 갖고 싶은 직업이 딱딱 있어서 그와 관련된 학과를 가는데, 나는 전혀 아니었으니까.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게 되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덕분이었다. 마침 이모티콘이 막 유행할 때였고, 마침 내 그림이 시장에 잘 먹혔고, 마침 스무 살 대학생에게 남는 건 시간이었으니.


취미로만 즐겨하던 그림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기쁘기도 했지만, 사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몰라 걱정도 많이 했다. 정성스레 그림을 그려도 누가 찾아주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잊히는 일이기에. 그래서 더욱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림체와 캐릭터를 몇 번씩 갈아엎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하루는 꼭 일을 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면 마냥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이걸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