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의 나는 종종 블로그에 배경화면을 그려서 올리곤 했다. 원래는 내가 쓰려는 용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써주었으면 해서 이모티콘 판매 사이트에 블로그 링크를 별생각 없이 걸어두었다.
물론 하루 방문자 수는 거의 없다시피 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나 혼자 그림을 기록하는 곳으로 바뀌는 것 같아 배경화면을 더 그릴지 말지 마침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어느 날 휴대폰을 보니 블로그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왔다. 디지털 문구 플랫폼에서 온 연락이었는데, 내 이모티콘을 인상 깊게 보았다고 했다. 자사에 스티커, 플래너와 같은 디지털 문구 입점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흔히 달리는 광고 댓글인 줄 알고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 이모티콘 이름까지 콕 집어서 말하는 부분을 보고 혹시 진짜인가 싶어, 황급히 검색을 해보니 국내에서 가장 큰 디지털문구플랫폼이었다. 실물이 아니라 태블릿 pc 앱에서 쓰는 다이어리, 플래너, 스티커, 노트패드 등의 디지털 파일을 판매하는 사이트 같았다.
그리고 예전부터 나도 마침 스티커를 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바로 절차를 따라 쉽게 입점을 했다. 원래는 일반적으로 문구점에서 파는 인쇄소 스티커를 제작하고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디지털 스티커가 훨씬 좋은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실물 스티커가 아니기 때문에 발주 비용도 없고, 재고를 둘 필요도 없고, 내가 송장을 출력해서 택배를 발송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상품 등록 과정이 훨씬 간단해서 오히려 좋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나는 수요가 있을 만한 그림을 그리되, 나만의 그림체가 담긴 디지털 스티커를 매주 올리기 시작했다. 이모티콘도 동일하긴 하지만, 내가 전혀 다른 일을 하거나 신경을 아예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팔리는 구조라서 좋았다.
가끔씩 스티커에 귀엽다, 잘 쓰겠다 이런 리뷰가 달릴 때마다 힘을 얻곤 한다. '나라면 어떤 스티커를 쓰고 싶을까?'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그린 그림을 누군가가 정말 구매해서 사용해 준다니 정말 행복한 일이다.
당장의 꿈은 지금 하고 있는 브랜드를 키워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다른 상품과 콜라보도 하고, 내가 그린 캐릭터가 담긴 굿즈도 많이 판매하고 싶다. 비록 아직은 멀게만 느껴져도 언젠가 닿을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