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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Oct 25. 2022

내 감정 무시하지 않기

      

  영화 <인비트윈>에서 주인공 테사는 어려서 고아가 되었고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상처받지 않는 법을 혼자서 터득하며 살아왔다.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애쓴다. 그를 사랑하지만 상처받는 것이 두려운 테사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양어머니에게 묻는다. 양어머니는 말한다. 

“먼저 말을 해야 돼.”  

“그가 들을 수 있게 말이죠?”  

“아니, 네가 먼저 네가 한 말을 들어야만 해. 세상에 니 감정이 소중한 거라고 얘기해야 해.”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알리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기 스스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 때문이다. 상처받기 싫은 두려움. 다시는 버림받고 고통받기 싫은 두려움. 내가 집착하고 있는 그 두려움 때문에 사랑과 같은 따뜻한 감정을 끝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즉,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것이다. 두려움이 모든 상황과 감정을 압도해버렸기 때문이다.     


  불안한 엄마인 나는 내 안에 혼자 남겨지기 싫은 두려움, 상처받기 싫은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못했다. 아이를 평가하고 비판하고 재단하려고 들었다. 상황이 조금이라도 내 뜻과 어긋나면 욱하게 되고 아이의 행동에 일희일비했다. 맞고 뺏기고만 있는 아이를 보면서 왜 네 것을 지키지 못하고 하지 말란 말을 못 하는 거냐고 소리 질렀다. 아이가 내 말처럼 그렇게 하지 못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아이를 마주하고 씩씩댔다. 마치 아이가 아이를 대하는 것과 같이. 나는 뺏기고 울고 있는 아이에게 저 친구 때문에 많이 속상했겠다며 공감해주면서 안아주었어야 했다. 그리고 뺏지 말라고 내 것이라고 어떻게든 스스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해주고, 상대 아이에게 찾아가 그 물건은 우리 아이의 것이니 돌려주라고 얘기하고 서로 화해하고 다시 재밌게 놀라고 가르쳐야 했다. 성숙한 어른이지 못한 나는 아이가 그렇게 하도록 참고 기다려주고 가르쳐주지 못했다.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아이를 탓하고, 누굴 닮아서 저럴까 속상해하고 때로는 과격한 아이들이 많다 싶을 때는 놀이터에 못 가게 하기도 했다. 다른 아이에게 당하기만 하고 상처받고만 있는 아이를 마주하기가 싫었다. 내 안에 아직도 커다랗게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이 나뿐만 아니라 아이까지도 억압하고 있었다.      


  따뜻함으로 포용할 줄 아는 성숙한 어른으로서 아이를 대하고 싶은데, 나는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엄마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감정들, 언제나 무리에서 도태되고 배제될까 두려워하는 마음, 혼자 남겨져 상처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무시하면 무시할수록 똑같은 문제를 만들 뿐이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에서 마저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늘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 사람들을 대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이만큼은 나를 닮지 않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었으면 하고 욕심을 부린다. 아이에게만큼은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나는  영화 속 양어머니 말처럼 내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보고 싶었다. 솔직한 감정과 깊숙이 숨겨왔던 상처를 받아들이려는 용기를 냈을 때 비로소 말과 글로 내뱉을 수가 있었다.        


  상처받은 사람이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알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인정하는 것이다.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으려면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한다. 두려워도 고통스러워도 괜찮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누구나 자신만의 문제를 갖고 있으며 문제를 갖고 있다는 건 항상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이렇게 내 존재의 어둠까지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도록 해준다. 상대를 향한 진정한 사랑은 우리 내면의 성장을 요구한다. 아이를 향한 나의 마음은 사랑이기에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내 모습까지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내게 일깨워주었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성장하도록 해준다. 내가 인정하기 싫은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면서 엄마인 나는 아이와 함께 서툴고 때로는 힘들지만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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