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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진 Jun 24. 2022

되도록이면 영어 지문을 많이 읽자

영어공부 잘하기 7

'영어공부 잘하기'를 제목으로 달고 글을 연재하면서, 브런치에서 활동 중인 많은 교사 작가들의 글을 읽게 되었다. 과목을 불문(不問)하고,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식견(識見)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공부 방법을 조언하는 글이 많은데, 현직(現職)에 있을 때 이를 읽었더라면 지도하는 학생들에게도 보다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생각하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은 영어 수험서에 실릴 내용이 아니므로, 학생이나 학부모가 가볍게 읽으면서 영어 공부의 체계를 갖추는데 도움이 되거나, 영어를 공부함에 있어 고비가 올 때마다 필요한 동기를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읽기(Reading)를 중심으로 하는 영어를 공부할 때, 학습의 바탕이 되는 것은 기본 문법과 어휘력이다. 영어로 쓴 글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미리 두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은 흔히 자신의 문법 실력이 형편없다고 자조(自嘲)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학교 시험이나 각종 모의시험에서 문법 문제를 잘 틀리는 학생들이 이런 고충을 토로(吐露)하는데, 평소 이들이 문법 공부에 기울이고 있는 엄청난 노력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영어 지문을 우리말로 옮기는데 필요한 문법 지식은 생각만큼 그 범위가 넓지 않다. 자주 쓰이는 문형과 문법 패턴을 제대로 익혀두면 웬만한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수능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흔히 EBS 영어 영역 교재의 영어 지문을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데, 이는 문법상의 어려움이라기보다는 글의 내용 자체가 크게 난해(難解)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용 파악이 어려운 지문에서 문법 문제를 출제하면 정답률이 우선은 크게 떨어져 보이지만, 나중에 답이 공개가 되면 문법적으로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을 실수로 틀렸다고 자책()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런 학생들을 두고 문법 실력이 모자란다고 탓할 수만 없는 것이다.


그런데, 교과서를 공부하면서 무작위로 학생을 일으켜 세워 본문을 해석하도록 하면 생각 밖의 사실이 관찰된다. 아예 영어에 관심이 없거나, 성적으로 짐작되는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 보이는 학생조차도 어느 정도 미리 예습이 이루어질 경우, 큰 무리 없이 영문을 읽고 해석을 해 낸다는 사실이다. 특히, 수행평가와 같은 특별한 조건이 걸릴 경우엔,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를 오히려 훨씬 상회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학생도 적지 않다.


1학년이든, 2학년이든 학년이 시작되면 학생들과 미리 합(合)을 맞춰 두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문장의 다섯 가지 형식을 기본 예문을 들어 설명하면서,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8가지 품사적 역할(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접속사, 감탄사)과 문장의 성분(주어, 동사, 보어, 목적어, 수식어)에 관해 자세히 일러주는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문법 용어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영어를 상당히 잘하는 학생들조차도 이들 개념어의 문장 속 역할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생님은 해석과 관련된 문장의 구조 분석이나 구문 해석을 바로 이런 문법 용어를 바탕으로 일사천리로 진행해 버린다. 학생들은 우리말로 진행되는, 다시 말해, 본질적인 영어와 별 상관없는 또 다른 우리말 외국어 수업을 들으며 크게 난감해하것이다. 


실제로,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어수선한 학습 분위기 속에 이루어지는 이런 기초적인 문법 수업은, 학생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아주 효과가 있었다. 특히, 본시 수업을 마치고 나면 지난 수업에 고무된 학생들이 기본 문법 용어에 대해 재차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정도조차 모르고 있었음이 부끄러워 평소에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던 내용이었다. 거듭되는 이야기지만, 이후로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을 제대로 알아듣기 위해서라면 이 같은 기본적인 문법 용어는 반드시 미리 익혀두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초 어휘에 대한 정리였다. 사실, 교과서 지문만 떼놓고 본다면 교과서 전체를 아우르는 어휘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가 않다. 교과서의 7~80%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어휘들은 매 단원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어휘들인데, 를 소홀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혼자서 영어 단어를 공부하는데 여념이 없는 학생을 지켜보면, 대부분 두툼하게 정리되어 있는 보습 학원 제공의 프린트나 유명 출판사의 단어장들을 외는데 그치는데, 잠시 시간을 내어 이들을 테스트해 보면 기초 어휘조차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태반이 넘었다. 3년간의 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단어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된 어휘 학습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곤 했었다.


특히, 학생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기본적인 '동사의 활용'이다. 흔히, 규칙 동사나 불규칙 동사를 일컬을 때 인용하문법 용어인데, 이런 기본 동사의 활용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 be, have, do 동사의 활용도 물론이지만 get, take, put, run, lay 등 많은 기본 동사들이 대부분 불규칙 변화를 하는 동사들인데, 이는 또한 다양한 의미의 명사들과 결합해 그 명사가 갖는 동사적 의미를 만들어 내는 구동사의 중심어 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동사 가운데 love, like , believe, kill 정도가 규칙 변화를 하는 중요 동사들이고 대부분의 기본 동사들은 불규칙 변화를 하는데, 이는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서술형 시험에서, 'He made her laugh.'를 수동문으로 고치는 문제의 답안으로 학생들이 제시한, 'She was maked to laugh by him.'에서 보듯, made로 써야 할 말을 maked로 쓴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처럼, 문법 문제의 답해야  경우를 차치(且置)하고서라도, 불규칙 활용을 하는 기본 동사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은, 학생들이 읽어야 할 영어 지문 속에 이런 불규칙 용언들이 포함된 문장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동사들은 모든 어법 문제의 기본이 되는 동사이면서, 모든 영어 지문의 전반적인 미를 이끄는 중요한 동사들이기 때문에 영어를 새로이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이들 동사의 명사형과 함께 한 번쯤은 반드시 정리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think나 believe의 명사형이 각각 thought나 belief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기본적인 동사 말고도 의미어(意味語, 혹은  내용어)인 명사나 형용사, 부사 가운데서도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들 또한 반드시 외워두어야 하는데, 이는 우리말을 기준으로 볼 때 일상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처럼, 문장의 형식이나 단어의 쓰임새에 대한 기본적인 어법 실력을 갖춰지면, 비교적 손쉬운 교과서 읽기부터 게을리하지 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가장 쓰임새가 많은 어휘들로 구성된 교과서 속 영어 지문이야말로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읽어 둘 가치가 있는 모범적인 문장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이다.


글을 단락으로 나누어 읽으며, 글 속의 요지나 줄거리를 파악하는 연습은 추후의 문제이다. 우선은, 전체적으로 완성된 줄거리를 가진 교과서의 한 단원부터 제대로 학습하고, 새로운 단원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학습의 연속성이 중요한 것은, 교과서 영어 지문은 꼭 필요한 문법과 중요한 어휘를 단원별로 골고루, 순차적으로 익히도록 해서 학생들이 학습을 하는데 부담되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구성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Y군은 수업 태도가 나무랄 데가 없는 것이 영어에 대한 관심은 커 보이나, 기초반에 편성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공부의 효율성은 좋아 보이진 않았다. Y군에게 변화의 조짐이 보인 것은, 무엇보다 올바른 수업 태도로 인해 초창기부터 선생님의 말을 새겨들으면서부터이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 문을 벗어나는데 선생님을 가장 먼저 불러 세운 학생이 바로  Y군이었고, 학기가 시작된 첫 두어 달은 완전히 Y군의 개인 교사나 다를 바 없었다. 얼토당토않은 물음으로 시작되던 질문이 이내 상당한 수준의 문장 분석이나 문장의 문법적 정오()를 물을 정도로 발전했는데, 가장 난처했던 순간은 중간고사로 미리 출제해 둔 서술형 시험 문제를 꼭 짚어서 질문해 올 때였다.


Y군의 경우를 눈여겨본 이유는, Y군이 어려서부터 영어동화 읽기를 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영어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호기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긴 했으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병행 영어 문법 공부가 그만 Y군을 큰 혼란 속빠트리고 말았던 것이다. 초등학생 수준에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문법 용어들이 Y군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학교 수업에서도 영어를 손 놓아버린 것이다. 

 

물론, 언어적 소양이 있는 학생들에겐 어려서부터도 상당한 수준의 영어 문법 학습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이는 영어를 공부하는 학습 방법이 달라서인데, 우리말로 문법을 배워서 익혔다기보다는, 어려서부터 영어 애니메이션을 즐겨보았거나 영어로 된 문법책을 교과서처럼 단계적으로 익힌데 힘입은 바가 크다. Y군은 한동안 단절되었던 학습의 맥(脈)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을 수 있게 되면서, 영어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자, Y군은  닥치는 대로 영어 지문을 읽기 시작했다. 교과서에서 시작된 영어 지문 읽기는, 이후 학년을 월반(越班)한 모의고사 문제 풀이로 이어지면서 내신성적과 함께 모의고사 등급까지 올라가는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Y군의 영어 학습은 처음에 시작하기가 힘들어 보였지, 공부를 일단 시작하고 난 이후부터는 거침이 없었던 것 같다. 늘 손에서 영어 지문을 놓지 않았고, 틈나는 대로 읽었으며, 모르면 누구에게든 주저 없이 질문했다.


자, 이제는 여러분이 선택해야 할 때다. 과연,  여러분은 어떻게 영어 공부를 시작할 것인가?


8부 '여러 가지 못다 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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