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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진 Dec 29. 2022

그래도 공부가 우선입니다

슬기로운 학교생활 1

오랜만에 학교와 관련된 글을 쓴다. 정년을 이년 육 개월 앞두고 스스로 교직을 물러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라면, 다른 하나는 당시 항간(巷間)에 떠돌고 있던 말의 영향을 얼마간은 받았다고 실토해야 옳겠지. 다시 말하자면, 첫 번째 이유는 더 이상 이전처럼 아이들을 책임감을 갖고 가르칠 수 없다는 스스로의 자조적(自嘲的)인 번아웃(burnout)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보다 유능한 젊은 예비 교사들을 위해 미리 자리를 비워주는 것도 남들이 보기에는 썩 괜찮아 보일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우리같이 호봉(號俸) 높고 정년을 바로 눈앞에 둔 교사의 연봉이라면 얼추 신입교사 두 사람을 채용하고도 남는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얼씨구나 당장 두 사람의 신입교사를 채용하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교직을 물러난 첫 해는 코로나가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左之右之)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고, 마음을 먹는다고 쉽게 오갈 수 있는 공간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집안에 마냥 눌러앉아서 글을 쓰는 일이었다. 여기저기로 흩어져 있던 글을 한자리에 모으고 또 새로운 글을 쓰면서, 접근이 용이한 페이스북을 택해 글을 한 편, 두 편 올리기 시작했다. 가까운 지인이 블로그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해서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고는 동일한 글로 양다리를 걸쳤다. 결국 글을 쓰는 재미란,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존재하기에 발생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로 볼 때, 글에 반응을 해주는 소중한 분들이 있기에 지속적으로 글을 이어가며 쓸 수 있는 것이다.


올 5월 말부터 쓰기 시작한 '영어공부 잘하기' 연작(連作)은, 사실 어느 정도 (老) 교사의 내공(內工)이 실려있는 글이라고 자평(自評)하고 싶다. 명예퇴직을 하려고 마음먹고 실제 퇴직에 이르기까지 서너 해는 스스로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시기였다. 후임 선생님들이 어느덧 관리자의 위치에 올라와 있기도 했고, 교직 생활 내내 나 자신의 의식을 관통하고 있던 교사로서의 자존심이, 말년(末年) 교사가 가질 수도 있을 나태함으로 인해 마냥 허물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아마 그 반대쪽이 당시 내가 처한 입장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무슨 말 못 할 콤플렉스에 빠진 것처럼.


퇴직을 눈앞에 두고 내가 특히 관심을 쏟은 분야가, 소위 말하는 영포자(英抛者) 학생들이 영어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잦은 상담을 통해 동기(動機)를 불어넣는 것이었다. 특히, 능력별 반 편성에서 열반(劣班)에 속한 학생들은 수업종이 울리든 말든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쉬는 시간에 이어서 잠을 자기가 일쑤였고, 알밤이라도 한 대 머리에 쥐어 박고 깨우려 하면, 몸을 일으키는 순간부터 학생의 적의(敵意)로 가득 찬 시선을 감내(堪耐)하거나, 일부러 들으라는 듯 혼잣말로 '씨발'이라고 내뱉는 욕설을 들은 척 만 척 흘려버려야 했다. 욱 하는 마음으로 멱살잡이를 하고 주먹다짐까지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씨는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던가? 마음을 비우고, 진심으로 다가서자 한 사람, 두 사람 스스로 마음을 열어 보이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주위에 무턱대고 잠을 자는 친구들이 없어지자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으며, 기초 어휘와 손쉬운 문법을 두고 학생들 사이에 서로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변화들이 나타났다. 영어공부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오는 학생들이 늘어날수록, 정기고사에서 지금껏 받아보지 못한 등급을 받는 학생들의 수가 많아졌다. 결국, 수업시간에 교사의 말을 귀 담아 듣기 시작했 바로 그 순간부터 변화의 조짐이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영어공부 잘하기' 1에서 8까지의 연작은, 원론적이긴 하지만 교직 마지막 서너 해 동안 학생들과 씨름하며 얻은 소중한 가르침의 결과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래서, 슬기로운 학교생활을 위한 첫행보(行步)를, 영어든 수학이든 교과수업에 충실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반계 고등학교든 전문계 고등학교든 요즘은 대학진학이 학생들의 주관심사이기 때문에 학교생활의 가장 중요한 덕목(德目)이라 할 수 있는 학과 공부에 우선적으로 주력해 보라는 뜻이다.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지만, 공부하고자 하는 과목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공부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 밖에, 슬기로운 학교생활을 위해 특정 과목을 우선순위에 놓고 공부하는 방법은 앞에서 열거한 영어 공부의 학습 방식과 거의 다를 바가 없으니 참고해 주길 바란다.


학교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하기 위해서 알아두면 유익할 몇 가지 내용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사교육(私敎育)은 잘만 활용하면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논란의 여지가 많겠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일단은 도움은 된다. 요즘처럼 공교육의 위상이 추락한 교육 환경에서는 사교육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가의 주체가 공교육인 이상, 사교육은 '을'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공교육의 문항 하나하나를 뒤쫓는 사교육의 학습 분량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고 학교 공부에다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교육 학습 분량을 무턱대고 받아들이려 했다가는 자칫하면 소화불량에 걸리기 쉬운 것이다. 그보다는 학교 수업을 통해서도 모르거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을 사교육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학습의 효율 면에 있어서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사교육을 받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는 잠을 자고, 시간에 쫓겨 무작정 해치워야 할 사교육을 진짜 공부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2. 인터넷 강의를 제대로 활용해 보자.

사교육에 비해서 인터넷 강의는 EBS의 경우 무료이거나, 비용이 상대적으로 아주 저렴하다. 팬데믹 하에서는 상당수 학교가 EBS와 연계해서 커리큘럼을 짜기도 하고, 고 3의 경우는 수능과 연계된 강좌가 주를 이루면서 이를 대부분의 학교 수업에서 수능과 연계된 교재로 활용하면서 이를 정기고사에 반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능력에 걸맞은 강좌나 강사를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무한(無限)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다만, 인터넷 강좌에 너무 의존해서 정규 수업을 등한시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강의의 특성이 강사의 설명 위주로 일방적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느 순간 흥미를 잃고 게임이나 드라마 시청 등 공부와 무관하게 옆길로 새기가 쉽다.


3. 평가와 직접 관련된 활동에는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교과 등급은 석차 백분율에 따라 9개 등급으로 나뉜다. 평가요소는 지필고사, 수행평가, 실기나 실험 등으로 구성되는데 일반 교과의 경우는 지필고사와 수행평가의 비중(比重)이 절대적이다. 과목 특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수행평가의 경우는 교사가 미리 예고한 평가 지표를 제대로 숙지(熟知)하고 준비만 제대로 하면 누구든 높은 점수를 취득할 수 있다. 수행평가 점수는 모든 평가 요소를 합친 100점의 원점수에 자신의 취득 점수가 그대로 가산(加算)되기 때문에 등급 결정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종종 수행평가 준비를 소홀히 해서 지필고사에서 대단히 높은 점수를 받고도 그 아래 등급으로 어진 예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4. 상담교사의 도움을 받자.

요즘은 학교마다 상담교사와 진로담당 교사가 전문화되어 있어, 필요할 경우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공부란 것이 넓은 안목으로 보자면 일종의 멘털 게임인데, 멘털이 무너지거나 약해지려 할 때 상담교사의 말 한마디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더욱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진학과 진로와 관련된 정보나 전문 상담이 필요한데, 이럴 때 진로담당 교사가 요긴한 도움을 줄 수 있다.


5. 독서활동과 스펙 쌓기에도 관심을 갖자.

글쓰기 연습을 포함한 독서활동은 학생들의 지적 영역을 넓히고 사고력을 확장하는데 필수적이다. 인문학을 포함해서 장래 자신이 전공할 영역과 관련된 독서활동은 굳이 눈앞의 대학입시가 아니더라도 평생 동안 마르지 않을 지식의 샘물이 된다. 아울러 진로와 관련된 스펙을 입학한 이후부터 계획적으로 쌓아두는 것이 자신의 목표의식을 강화시켜줄 뿐 아니라 수시와 면접 등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10부 '슬기로운 학교생활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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