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일 년에 두세 번씩 우울이 내 마음을 덮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출근은 해서 일은 한다. 숨만 쉬고 살아도 나가야 하는 돈이 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출근을 하고 일은 한다. 퇴근 후 장을 보고 밥을 짓고 반찬을 하지만 그렇게 한 저녁은 맛도 없다. 맛없는 저녁에 반주라도 걸쳐 기분을 끌어올리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기에 쏭과 호은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갑자기 이런 우울이 나를 덮는 날이 오면 쏭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나 우울이 왔다고. 오래가지는 않지만 최대한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쏭은 최대한 내 기분에 맞춰서 기다려주곤 한다. 꽤나 자란 호은도 이제 눈치가 있어서 그런 때가 오면 알아서 더 까불지 않고 투정도 부리지 않는다.
이번 우울은 안타깝게도 며칠 전 쏭의 생일에 와버렸다. 하루 종일 배달을 하면서 안 좋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실제로 해서는 안 되는 생각들이 일을 하면서 자꾸만 떠올랐지만 '오늘은 쏭의 생일이니까', '진짜 그러면 안 되니까'라는 다짐으로 참아냈다. 퇴근길에 소고기를 사서 미역국을 끓이고 찹스테이크와 가리비술찜을 해서 내어줬다. 케이크는 좋아하지 않기에 그냥 초코파이에 초를 붙여 생일 노래를 불러줬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을 찍으며 좋아하는 쏭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다 식사가 끝날 즈음에 결국 말해버렸다. 우울이 너무 심하게 왔다고. 본인 생일에 남편 위로를 하게 시켜서 미안했지만 점점 가라앉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공허함과 우울함이 뒤덮고있는 하루하루인 듯하다. 일도 생활도 손에 안 잡히는데 글을 쓸 마음은 더더욱 사라지고 있다. 처자식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이 아니었으면 행동으로 옮겼을 나쁜 느낌이라 더더욱 힘들다.
그래서 글을 쓰지 못한다.
미안하고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