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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Aug 19. 2021

망고 이야기

디지털노매드의 삶


망고.


망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다.

망고를 언제 처음 먹어보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망고에 대한 첫 기억은 아프리카에서 인 것 같다.

막연히 해외로 나가고 싶은 생각에 모 신문사에서 모집하는 자원 봉자 활동에 지원을 하였고, 다른 곳에 비해 지원자가 현저히 없었던 아프리카의 가나를 선택해서 1년 동안 아프리카 가나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마음의 준비 없이 갔던 아프리카 생활은 쉽지 않았다. 자원봉사를 위해 간 곳에서 봉사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아프리카에 도착하고 난 이후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아프리카 대륙에 들어선 이상 다시 나오기는 쉽지 않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아프리카의 가나 생활에 적응을 하게 되었다. 그때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시기였고, 몇 장 찍어둔 사진조차 다 버려서 남아있는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아쉽지만 물건을 남겨두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어서 안타깝게도 아프리카의 기억은 내 머릿속에만 남아 있다.


내가 있던 가나의 수도 아크라는 사막같이 황량한 지대에 건물이 세워진 항상 흙먼지가 날리고 있는 도시였다. 식사는 보통 팜오일로 볶은밥이나 곡물을 쪄서 떡처럼 먹는 탄수화물을 기본으로 해서 아주 적은 양의 고기볶음이나 야채를 위에 얹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채식을 하는 사람이 지내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었지만 다행히도 과일은 싼 가격으로 양껏 먹을 수 있었다.



껍질을 깎아 놓은 오렌지를 광주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파는 아프리카의 강한 여인들이 있었고, 먼지가 가득한 도로 한편에는 과일을 한가득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꼭지를 입술로 깨물어 버리고 죽 빨아먹으면 되는 오렌지나 생전 처음 직접 보게 된 파파야를 주로 사 먹었다. 파파야는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 때문에 막연히 동경하던 과일이었는데 역시 주황빛의 파파야에 매료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 흙먼지가 나는 길을 걷다가 커다란 망고를 가득 쌓아 놓고 파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마 그때가 망고 시즌이 시작되는 시기였을 것이다. 타원형의 모양에 녹색 바탕을 기본으로 해서 불긋 불긋 빨간색이 물들어 있는 망고는 크기가 아주 커서 우리가 동남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망고의 3배 크기는 되었다.


망고 한 덩이를 시장에서 가져와서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피해 내 방에서 몰래 칼로 베어 먹는 망고 맛은 정말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망고를 먹고 싶기는 했지만, 내가 있던 시설의 아이들은 너무나 많았고 게다가 시설에도 규칙이라는 게 있어서 마음대로 간식을 주기에는 애매한 공기가 흐르고 있기도 했다. 가끔씩 창밖에서 나를 훔쳐보고 있던 아이들에게 망고를 먹는 모습을 들키기도 했지만 나는 아침 산책 후애 시장에 들러 망고를 사 와 혼자 의식을 치르듯이 칼로 커다란 망고를 자르고 입에 갖다 대는 아침의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나에서 망고는 '아망고'라는 가나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망고와 서서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후에 나는 곧 인도로 들어가게 되었다. 인도에서 여행 관련 일을 하며 지내면서 우리는 인도인들이 기억하기 쉬운 별명을 만들어 부르기로 했는데 그때 나는 갑자기 생각난 가나의 망고인 아망고를 내 별명으로 지었고 그 이후에 친구들은 모두 나를 아망고 라고 불렀다. 그리고 지금은 아망고라고 부르는 게 귀찮은지 그냥 망고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망고하면 인도 망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는 인도의 망고를 좋아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인도의 망고는 약 26가지가 된다고 하는데 종류에 따라 오묘하게 느껴지는 맛의 차이가 나를 더욱 인도의 망고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였다.


그 후 몇 년 후에 여행 관련 일을 그만두고 홀로 들어간 인도의 리시케시에서 나는 더 구체적으로 망고의 맛을 알게 되었다.


인도의 망고 시즌은 5월부터인데 그때가 되면 거리 곳곳에 망고가 진열되기 시작한다. 망고는 4월에도 나오긴 하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서 쳐다만 보고 다니며 망고를 파는 상인들에게 '하우머치, 하우머치'라는 질문만 해대면서 구경만 하고 있다가 가격이 떨어지는 5월이 되면 조금씩 망고에게 다가간다.


진한 주황빛의 살을 지니고 신맛이 강한 녹색 망고, 흐린 노란색의 살을 지닌 달콤한 맛의 노란 망고를 먹다 보면 어느새 푸른색 바탕에 빨간색이 물들어 있는 애플망고가 나오기 시작한다. 새콤함과 달콤함의 조화를 이루는 애플망고는 손바닥만 한 크기였고 매일 두 개씩 먹었다. 하루에 몇 개를 더 먹고 싶긴 했지만 요가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망고는 강한 열대 과일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망고를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칼로 잘못 깎다가는 망고 살이 껍질에 묻어 나가기 때문에 망고 꼭지 부분을 작게 입으로 물어 버리고 입으로 쭉쭉 빨아먹는 게 가장 편하기도 하고 먹는 맛도 있다. 나중에 거대한 씨가 빨려 나오면 껍질 안에 있는 살까지 손으로 눌러 끝까지 마시고 나면 꼭 망고 주스를 시원하게 들이켜는 느낌이다. 망고를 입으로 빨아먹으면 편하긴 하지만 입술 주위에 붉은색으로 망고 알레르기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난 망고 알레르기 따위는 개의치 않고 하루에 두 개씩 매일 망고를 먹었고 그래서 인도에서 보내는 5월, 6월에는 늘 입술 주위가 붉게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망고는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또는 내게 길을 알려주는 어떤 신호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망고라는 이름을 가진 장소를 좋아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망고 부동산, 망고 보드, 망고 빌라, 망고 트리 카페 등을 애용하고 있으며, 내가 하고 있는 일(직업)도  망고 요가 트래블 그리고 망고 빵집, 망고 요가 등 모든 것이 망고와 연관되어 있다.


인도에서 생애 처음으로 배운 요가원도 망고 나무 아래에 있었고, 요가 수업 후에 인도 홍차인 짜이를 들이켤 때도 망고 나무 아래의 벤치에서 앉아서 마셨다. 곳곳에 가지를 벌리고 활짝 펴 있는 망고 나무는 무더운 날씨에 그들을 만들어 주었고, 작은 망고들이 조금씩 커져서 색깔이 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기다리는 것도 좋았다. 나무에 매달린 망고가 익어가면 나는 망고를 한 아름 들고 친구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바닥에 망고를 내려놓고 둘러앉아 함께 망고를 나눠 먹으며 망고 시즌이 시작된 것을 축하한다.



망고는 이렇듯 내 생활에 가까이 들어와서 이제 무엇을 하든 다 망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망고 요가 트래블


여행사 생활과 프리랜서의 시간을 보낸 후에 홀로서기를 하면서 가장 먼저 만든 것이 '요가하며 여행하기'라는 테마로 만든 여행을 하는 망고 요가 트래블이다.


인도 요가 여행을 시작으로, 일본 산골 요가 여행, 태국 치앙마이 요가 여행 그리고 국내 요가 여행을 진행하고 있는 '망고 요가 트래블'이다. 네팔의 포카라와 인도네시아 발리 요가 여행도 2020년 초,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 기획을 했지만 현재는 코로나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국내 요가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망고 빵집 


나는 예전부터 빵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인도의 주식인 통밀로 만든 납작 빵인 차파티를 맛보면서 건강빵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중동이나 유럽 지역을 여행하면서 단 빵이 아닌 식사빵을 먹어보며 빵을 조금씩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도의 시골 보드가야에서 친구 식당 한편에서 비건 빵과 비건 케이크 장사를 하며 조금씩 빵집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도에서 장사가 불가능한 지금은 인스타그램으로 망고 빵집을 열어 조금씩 판매를 하고 있다. 망고 빵집의 모토는 '투박하지만 건강한 비건 빵과 디저트를 만듭니다'이고  주로 건강빵을 만들고 몇 가지의 비건 디저트도 함께 만들고 있다.


망고 요가


망고 요가는 줌 요가로 매일 요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인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자가격리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 함께 줌으로 요가를 같이 하면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요가 센터에서 수업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 우선 주변 친구들을 모아  요가를 시작하였고, 지금은 조금씩 수련생들이 생겨서 3달째 계속하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다. 인도의 아엥가 요가 (아헹가 요가) 수업으로, 요가 동작의 기초로 시작하여 몸의 정렬을 맞추는 요가이다.  동작,  동작을 천천히 자세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많은 동작은 하지 않아도 요가의 세계로  깊게 들어갈  있는 요가 이기도하다. 일요일에는 누구나 함께   있는 무료 오픈 클래스를 열고 있다.






사실 여행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요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나 역시 그렇고, 이 고난의 시기를 빠져나가기 위해 망고라는 이름으로 국내 요가 여행, 인스타그램으로 하는 망고 빵집, 그리고 줌을 이용하여 하는 망고 줌 요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되도록 공간을 소유하지 않고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매드가 돼보고 싶어서, 공간을 소유하지 않고 여행하며 요가 여행, 베이킹 도구가 있는 공간에서 빵을 만들어 보내는 빵집, 인터넷을 통한 요가 수업을 하고 있다. 컴퓨터 업종에 속하지 않는 사람도 디지털 노매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나 자신도 궁금해하며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매드의 삶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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