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에서
비가 내려
흐린날에는 바다도 우울해
저린 손끝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따스한 커피 한잔
인생도 문학도
귀찮은 행사가 되어버린
호기심 많은 청춘은
바닷가 돌틈에서
구멍치기를 한다
센 바당이 아니라고
망사리 매고 앞바르로
나가는 할망에
낚시대 버리고
멍게 해삼에 소주나
마시자 한다.
[겿]
센 바당 : 거칠고 노한 바다
망사리 : 해산물을 넣는 그물망
앞바르 : 앞바다, 가까운 바다
비가 내리는 흐린 날이야 따스한 것으로 속을 채우면 그만입니다. 커피로 낭만을 찾아 보지만 잠녀할망 망사리에서 떨군 소라나 해삼, 운 좋으면 멍게까지 넣어 한라산 한잔에 겨울을 잊습니다. 바람 많은 제주바다에 주절주절 주사 같은 낭만을 풀어 옥빛 바닷물결 연분홍으로 물들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