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내가 잠시 머무르는 공간
식물은 장소를 대표하는 생물입니다.
연꽃은 물이 가득한 습지에서 살고, 산 능선의 바위에서는 소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내가 움직일 때 나는 그들의 자리를 떠나는 것이고, 새로운 곳에서 낯선 식물들의 자리를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여행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행은 새로운 경관을 감상하는 것만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삶의 길은 낯선 것들과의 마주함입니다. 늘 익숙한 것들과 함께 한다면 그것은 나아가는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길은 그 속도가 느리던 빠르던 방향성을 갖고 진행하는 것입니다. 인생이 바로 그렇습니다.
길을 가다 쉬고 싶을 때, 그곳의 경치를 감상하고 싶을 때, 그리고 잠시 머무르고 싶을 때 우리는 발길을 멈춥니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옷의 먼지도 털고, 가는 길의 방향도 확인하고, 비가 내릴 때에는 처마에서 잠시 비를 긋고 가는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멈추는 종착역은 있지만 그 이름이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조급해 필요도 없고, 집착할 필요도 없는 이 길에서 잠시 멈추어 하늘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