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언제나
마음이 계절보다 앞서왔는데
광화문네거리 은행나무
이른 싹을 바라는 건
아마도 앞으로 다가올
여름과 겨울의 이상기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더 날이 가면 거리에 화분이 놓이고
서리섬에는 유채가 봄을 그리겠지만
청계천을 지키던 왜가리 소리를
자주 듣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른 산불이 모두 꺼지고
검은 재에서 신갈나무 움을 튀우면
우리는 각자 제 몫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순리에 맞춰 살아갈 것입니다
광화문네거리 은행나무들 노랗게 떨어지면
다시 또 봄을 기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