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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램 donggram Mar 25. 2024

Love wins all

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 

무한 반복 재생하게 되는 노래가 있다. 내게는 최근 아이유의 ‘Love wins all’이 그랬다. 뮤직비디오 속 남녀는 각각 청각 장애와 시각 장애를 갖고 있다. 들을 수 없는 연인을 위해 수화를 사용하는 남자와 보지 못하는 그를 위해 눈을 감싸주는 여자. 한눈에 봐도 세상을 헤쳐나가기에 어려움이 있는 두 사람은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기라도 하듯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


뮤비 속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신랑과의 연애 시절이 떠올랐다. 마음에 틈이 벌어진 여자와 지갑에 구멍이 뚫린 남자가 만났던 그때. 모자란 구석이 많은 두 사람이 걸어가는 길에는 셀 수 없는 장애들이 존재했다. 혼자 있음을 두려워하는 여자와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남자는 흔히 ‘연인 관계로 엮여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 손가락질받곤 하니까. 나는 그럴수록 신랑의 손을 꽉 쥐었고, 그는 내 손아귀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괜찮다는 듯 자신의 가슴팍에 나를 품어주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염려와 반대를 뚫고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했다.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무릎이 까져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우리는 결국 우리여야만 했으니까.


영상 후반부에서 그들은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치열하게 도망친다. 그 질주의 끝은 소멸. 두 남녀가 입고 있던 옷만 남은 채 한 줌의 재가 되어 버린다. 이 장면은 ‘온갖 억압과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었음’을 뜻한다고 해석되고 있지만 내 시각은 좀 달랐다. 끝내 이겨내지 못한 현실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힘’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


누군가 사랑이 밥 먹여주냐고 묻는다면 지체 없이 아니라고 할 거다. 사랑이라는 형편없는 두 글자는 벌어진 마음의 틈을 메꾸지도 뚫린 지갑을 채워주지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결국, 그럼에도 서로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 밑 빠진 독에 평생 함께 물을 부어야 한대도 그 삶을 기꺼이 택하게 하는 것. 그 질퍽한 진흙탕에 웃으며 뛰어들게 하는 것. 이게 사랑의 힘 아닐까?


아무래도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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