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덧없다
혼자 아침 산행을 하다 문득 한 생각에 빠졌다.
"삶은 덧없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전의 일이다.
아침마다 걷던 숲길에서
뜬금없이 작은 포클레인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확인해 보니 우리 또래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낯선 남자가 버려진 땅을 일구고 있었다.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혼자서 여러 날 버둥거리며 숲 터를 닦더니,
곧 어린 감나무 묘목이 심어졌고,
자동으로 물을 뿜어내는 호스까지 설치해 두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그 후로 봄이 왔지만,
그곳에서 더는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우리 중 누구도 감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다 오늘 문득 그곳 감나무가 궁금해져 기웃거려 보았다.
애써 심은 감나무는 찾기 어려웠고,
마른 잡목과 잡초들이 뒤엉킨 사이로
물도 흐르지 않는 고무호스만 덩그러니 걸쳐 있었다.
햇볕 아래 버려진 채, 그대로 시간에 갇혀 있었다.
한때 의기충천했던 쥔장은 온데간데없고,
숲터는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삶이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뿐인데,
자연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회복력에 경외감이 들었고,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나 역시 나의 정원을 애써 가꾸면서 관리하고 있지만, 숲터처럼 내 손길이 단 2년만 멈추어도 자연은 순리대로 제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정원을 가꾼다는 게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난, 그저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처럼 쓰고 있음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동안 잡초를 뽑느라 짓눌린 어깨가
살짝 가벼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정원을 가꾸며 자연을 돌본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자연이 내 삶을 가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애써 다듬고 채우려 했던 것들조차,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애쓰며 움켜쥐려는 마음도 조금은 내려놓아야겠다.
자연이 그러하듯, 나도 흘러가는 대로,
순리대로 살아가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