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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 구조로 말하는 영어

by Sia

도서관 열람실을 지나다 우연히 내 눈을 사로잡은 그림책이 있었다. 그 자리에 서서 책을 읽어봤다. 사실적인 동물과 꽃 사진이 너무 귀엽고 아름다웠다. 제목은 비밀. 한국식 사고로 영어를 공부하면 영어를 이해하기가 더 복잡해지고 문법도 엉망진창인 영어를 배우게 된다.


우리말로는 그냥 '비밀'이지만 영어는 secret이 아니라 The secret이다. 비밀이라는 단어 앞에 the를 붙인 이유는 첫 번째로, 이 secret이라는 단어가 형용사가 아니라 명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두 번째로, a secret; 즉, 여러 가지 비밀 중에 하나의 비밀이라는 의미도 아님을 알려준다. The를 붙여줌으로 인해 이 비밀이 '특별한' 비밀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우리는 아직 이 특별한 비밀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더 빨리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the의 기본 의미는 같은 종류의 명사를 하나로 만들어 지칭하는 것이다. 세상에 많은 비밀들을 하나로 묶어 표현하고 싶을 때도 the secret이라고도 말한다.)

첫 페이지는 다람쥐 아저씨가 쥐에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하면서 비밀을 말하는 장면이다. '뭐 별 얘기 아니네'라고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두 번째 문장을 보고 난 망치로 머리를 한데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난 마우스가 그 비밀을 지키지 않고 다른 누군가에게 말할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딱정벌레에게 말한다는 것은 대수롭지 않았다. 날 놀랍게 만든 건 바로 작가가 선택한 문장의 동사였다.


마우스가 비밀을 딱정벌레에게 '말하는 것'이므로 난 당연히, say, tell과 같은 동사를 사용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작가는 squeak이라는 동사를 사용했다. squeak은 '끽이나 찍소리를 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우리말로 해석하면 전혀 '~무엇인가를 말하다'라는 의미가 없다. 단지 쥐의 찍찍 소리를 너무 생동감 있게 표현할 뿐이다. 하지만 The mouse squeaked the secret to the beetle. 이 문장은 마우스가 딱정벌레에게 그 비밀을 말했다는 의미다. 그것도 찍찍 소리 내며....

세 번째 장에서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 작가가 어떤 마술을 부리고 있는지를.

The beetle pinched it to the turtle.

이 문장은 의미는 다르지만 바로 앞장에 나온 문장과 문법적으로 정말 똑같다.


The mouse squeaked it to the beetle.

주어-동사-목적어(명사)-전치사-명사


영어는 단어의 뜻이 아닌 문법 구조를 활용해서 의미를 전달하는 아주 이상한(?) 언어이다. 이상한 언어인 이유는 한국어는 이런 식으로 의미를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문장에서 주어, 동사, 목적어 등이 어느 위치에 있던지 의미에는 상관이 없다. 이는 한국말의 위대한 '조사 (은, 는, 이, 가, 을,를 등등)'라는 문법 성분 때문이다. 영어에는 조사가 없다. 그래서 문법구조 자체를 활용해서 단어가 바뀌어도 기본 의미 구조는 똑같은 문법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동사-목적어(명사)-전치사-명사 이런 문법 구조를 갖는 문장은 문장에 쓰인 단어가 무엇이든지 전혀 상관없이 모두 다 똑같은 의미를 갖는다.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주어가 목적어(명사)를 (전치사 뒤쪽) 명사 쪽으로 이동시켰다.


다시 읽어보면 알겠지만, 동사에 해당하는 단어의 의미는 여기서 찾아볼 수 없다. 즉, 영어에서 동사는 한국말로 해석할 때 '부사'로 해석된다. 즉, 동사가 움직이는 형태를 설명하는 단어가 되는 것이다.


The mouse squeaked it to the beetle.

주어가 목적어를 명사 쪽으로 이동시켰다.

쥐가 그것을 딱정벌레에게 이동시켰다.

쥐가 그것을 딱정벌레에게 찍찍거리면서 이동시켰다. (즉, 찍찍거리면서 말했다)

이 문장을 직독직해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쥐가 찍찍거리면서 그것을 딱정벌레에게 이동시켰다.


즉, 영어의 동사는 한국말로 해석될 때 동사로 해석되지 않고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부사'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의 실제 동사의 의미는 문법구조에 담겨 있다.


The bettle pinched it to the turtle. [ pinch는 손가락으로 '꼭 집다'라는 의미이다. 딱정벌레의 습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행동이다.]

주어가 목적어를 명사 쪽으로 이동시켰다.

딱정벌레가 그것을 거북이에게 이동시켰다.

딱정벌레가 그것을 거북이에게 손으로 꼭 집어서 이동시켰다. (즉, 손가락으로 꼭 집어서 말했다)


The turtle grumbled it to the fish,

바다거북이 툴툴거리며 그것을 물고기에게 이동시켰다,


who swished it to the frog.

여기서 who는 '내 뒤에 작은 뼈대 문장 나와요'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who는 특이하게 뒤에 주어-동사가 나올 수도 있고 그냥 동사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동사만 나오고 있다. who 뒤에 동사만 나오는 경우는 who자체가 작은 뼈대 문장의 주어가 된다는 의미이다.


who swished it to the frog.

그 물고기는 휙 소리를 내며 그것을 개구리에게 이동시켰다.

The frog croaked it to the salamander.

개구리는 개골개골 거리며 그것을 도롱뇽에게 이동시켰다.

The salamander wiggled it to the moth.

도롱뇽은 씰룩씰룩거리며 그것을 나방에게 이동시켰다.

The moth shook it to the bee,

나방은 오돌오돌 떨면서 그것을 벌에게 이동시켰다.

who buzzed it to the cat.

벌은 위 윙 거리며 그것을 고양이에게 이동시켰다.


결국 다람쥐 아저씨에게서 나온 비밀은 다람쥐 아주머니 귀에 까지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다람쥐 아주머니는 다람쥐 아저씨에게 "I love you, too"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문장의 문법구조로 문장의 동사 의미를 표현하는 영어. 참 놀랍다. 영어 단어도 중요하지만 단어보다 더 중요한 건 영어의 문법구조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우리가 공부했던 영어 1 형식부터 5 형식은 바로 문법구조로 말하는 영어를 알려준 것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왜 우리가 영어 문장 형식을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그냥 1 형식부터 5 형식 문법구조만 달달 외웠다. 이젠 정말 그냥 무조건 외우는 영어는 그만하고 왜 영어문법이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지, 그 문법이 무슨 의미를 전달하는지에 집중하는 영어공부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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