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1)
한글로 번역된 유명한 영어 시를 통해 영어 쓰기 공부를 합니다. 한국식 사고와 영어식 사고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끼면서 외우는 영어가 아니라 이해하고 영혼을 만지는 영어 공부를 할 수가 있어요. (경고: 혹시 제가 설명한 내용이 잘못됐다면 바로 지적해 주세요. 함께 배웁시다! 제 설명이 100프로 다 맞지 않아요. 제 나름대로의 논리로 말하는 것이니 참고하고 들어주세요.)
우리의 영혼을 감동시킬 첫 영시는 바로, “가지 않은 길”
제목부터 시작할게요.
“가지 않은 길” 이 한국말만 보고 영작을 한번 해봅시다.
일단 ‘가지 않은’이라는 표현은 모르겠으니까 ‘길’이라는 단어부터 영작해보죠. 길은 보이고 셀 수 있는 것이니 A road 아니면 The road가 될 거 에요. (road라고만 하면 추상적인 의미가 돼 버려요. 추상적인 개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니까 a road/ the road / roads / the roads 이렇게 해줘야 구체적인 뜻을 가진 ‘길’이 된답니다. 그런데 이 시는 길 하나를 이야기하는 거니까 a road 아니면 the road가 되는 거죠.)
자, 이제 문제는 ‘가지 않은’이라는 형용사 표현을 어떻게 해주냐는 거죠. (형용사는 명사를 꾸며주는 모든 단어를 형용사라고 불러요. ) 일단 ‘가다’부터 생각해보죠. 가다는 go 밖에 생각이 나지 않네요.

그런데 길이 go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이걸 형용사로 바꾸면 gone ‘사라진’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니까 일단 go는 확실히 아니네요.
그럼, ‘가지다’라는 동사는 뭘 까요.
Have: 이건 뭔가 몸에 소유한다는 의미에서 가진다는 거고,
get: 이건 뭔가 가까이 다가가서 손으로 잡아서 가진다는 의미,
keep: 은 어떤 것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고,
take: 여러 개 중에서 뭔가를 선택해서 가진다는 의미죠.
그러면 이 단어 중에 ‘길을 간다’는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단어는 바로 ‘take’! 여러 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영어는 이렇게 정말 구체적인 뜻을 가진 단어로 표현하길 좋아하는 언어랍니다. 한국말은 눈치껏 말해도 잘 이해해서 얼버무릴 수 있지만, 영어는 눈치 없는 사오정이라서 구체적으로 하나씩 다 알려줘야 해요.

그래서 우리는 take라는 단어를 이렇게 찾았네요. 그럼 이제 take의 모양을 바꿔줘야 해요. 왜냐하면 길이 스스로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이나 동물이 길을 선택하는 거니까 길은 선택을 당하는 거고. 그래서 수동태 표현이 나오게 됩니다. 수동태는 영향을 받는 방향이 바뀌는 것을 표현해주는 영어의 독특한 문법이에요. Take의 3가지 동사 변화 형 take-took-taken 이렇게 많이 외웠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take와 took은 동사이지만, taken은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take와 taken은 앞에 주어와 정말 반대되는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Take는 앞에 ‘주어가 직접 뭔가를 선택한다’라는 의미이고 taken은 앞에 ‘주어가 선택을 받았다’라는 의미로 보면 돼요. 자 그럼 우리 거의 다 왔어요.

그런데 taken을 a road/the road 어디에 붙어야 할까요? 앞에 붙여야 하나, 뒤에 붙어야 하나. 일단 한국식 표현(‘가지 않은’ 길)은 길 앞에다가 붙였네요. 한국말은 보통 꾸미는 말을 앞에 둬요. ‘여자애, 예쁜 여자애, 아주아주 예쁜 여자애, 아주아주 예쁜 어린 여자애’ 이런 것처럼요. 하지만 영어는 앞에도 올 수도 있고 뒤에도 올 수도 있답니다. 그럼 어떤 경우에 앞에 오고 어떤 경우에 뒤에 오는 거죠? 에구 복잡해… ㅜ.ㅜ

A road taken / A taken road
The taken road / The road taken
자 일단 앞 뒤에 다 써봤어요. 어, 그런데 왜 taken a road / taken the road 이렇게 쓰지 않았냐고요? 그건 a와 road 사이에 형용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에요. 왜 그럴까요? a/the는 우리 눈이 명사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해줘요. 그래서 a/the부터 시작해서 맨 끝에 오는 명사 사이에 있는 모든 단어를 다 합쳐서 ‘명사 덩어리’라고 불러요. 영어 단어 하나하나를 눈으로 읽는 것보다 단어 덩어리로 한 번에 읽는 것이 빠르게 읽고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어쨌든, 그래서 이렇게 네 가지 표현들이 나왔네요.
잠깐, 우리는 가지 않은 길이라고 해야 하죠. 그러니까 부정해야겠네요. 부정은 not 아니면 no. No는 보통 명사를 부정할 때 쓰는 거고 우린 여기서 taken(형용사)를 부정해야 하죠? 그러니까 not을 쓰도록 합시다.
A road not taken / A not taken road
The road not taken / The not taken road

자, 그럼 이것들 중에 시인은 어떤 것을 선택했을 까요? A road not taken 하면 뭔가 선택되지 않은 길들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 한 개를 의미하는 경향이 강하고, the road not taken은 선택되지 않은 ‘그’ 길이라는 뭔가 명확한 어떤 길에 대해 말하겠다는 의미가 있어요. 시는 우리 마음의 눈에 생생한 그림이 그려지도록 하는 성격이 강하죠? 그러니까 시인이 결국 선택한 것은? 네 맞습니다. The road를 선택했어요.
자 그럼, (1) The road not taken과 (2) the not taken road 둘 중에 하나를 또 골라야 해요…

not이라는 단어가 빨리 나오는 것과 조금 더 늦게 나오는 것의 차이는 뭘 까요? (1) 번처럼 3번째 단어로 나오면 뭔가 극적인 반전 같은 느낌이 있지만, (2) 번처럼 2번째 단어로 나오면 뭔가 스포일러 같은 느낌이 오나요? 그럼 과연 시인은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네, 맞아요. The Road Not Taken!

왜 단어를 전부 대문자로 시작했냐고요? 제목이니까요. 이름 쓸 때 우리는 맨 앞에 단어를 대문자로 쓰잖아요. 그것과 똑같다고 보면 돼요. (아주 가끔씩 유명한 사람들 중에 본인 이름을 다 소문자로 쓰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건 약간 튀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시간에는 이 시의 첫 줄에 대한 썰을 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