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태도 = 영어공부 태도
어릴 적부터 시기 질투가 참 많은 아이였다. 나를 뺀 주변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해 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술주정을 부리는 아부지와 이런 아부지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말다툼을 하는 엄마를 피해 귀를 틀어막고 숨바꼭질하며 사는 생활이 죽도록 싫었고, 이런 내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대학을 들어가며 마음속에 꽉 찬 시기 질투심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시기심과 질투는 초중고를 거치면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에너지원이었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내 영혼의 목을 조르는 걸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숨쉬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젠, 나이 사십. 어느 순간 나보다 더 잘난 사람에 대한 시기 질투가 온몸에 불을 지폈다. 내 인생 뼈 빠지게 죽도록 일해도 만져 볼 수 없는 돈을 누군가는 한 순간에 번다. 사회는 애초부터 불공평한 시스템이라고 불평한다. AI나 컴퓨터, 로봇 분야 아니면 경제 관련 공부에 비해 제대로 된 가치를 받을 수 없는 '교육'을 선택한 나를 죽도록 때려주고 싶다. 어떤 소수의 분야에만 돈이 몰리는 불합리한 사회제도도 너무 밉다.
그러다, 오늘 어떤 책을 읽다 한 구절을 통해 깨달았다. 나를 나이게 만든 이 질투심. 질투심은 보통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이것이 나쁜 이유는 질투의 대상이 잘못됐기 때문이지, 질투심 감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
We need to grow jealous of our right to speak for ourselves.
우리는 자기 의견을 말하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 성장해 나가야 한다.
jealous라는 단어가 꽂혔다. 이 문장에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주시하여 무언가를 고수하고 보호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자기 의견을 말하는 권리"에 질투심을 느끼는 것 처럼 이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I need to grow jealous of my right to speak for myself.
항상 자존감이 땅을 뚫고 살아갔던 일인인지라 내 의견은 내 눈에 눈곱만큼의 가치도 없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의견'을 말하고 사는 것이다. 물론 한낱 개인 의견이기에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지 않다. 모두가 다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타인에게 내 의견을 강요할 수도 없다. 문제는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펼칠 수 있느냐는 것.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인지하고, 그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서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소중한 '권리'이자 '인권'이며 그 누구도 대신 지켜 줄 수 없기에 나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영어를 공부하는 목적도 똑같다. 내 의견을 밝히는 권리를 지켜가는 것. 상대가 더 명확하고 조리 있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물론 한국말로도 할 수 있다. 영어까지 더 하면 내 의견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지게 된다.
어느 날 AI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 천문학적인 수입을 번다는 사실에 대해 남편에게 불평을 토로했다. 하지만 오히려 내 불평이 잘못됐다고 나를 '탓'한다. AI 관련 분야가 돈을 많이 벌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결국은 홍익인간 이념이 진리였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일.)
인간을 이롭게 하려면 내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불합리한 사회 정치 경제 문화에는 소수의 지배적인 이념이 판을 치고 다른 이견은 묵살시킨다. 이는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다 똑같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일은 나부터 내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여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과 똑같다. 영어는 다양한 세계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을 쉽게 교류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하지만, 영어는 다른 언어를 죽이는 살인마다. 그만큼 영어가 국제적으로 가진 문화, 경제, 사회적 지위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국제사회에서 영어가 갖는 지위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배울 의지가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한국말만 하며 살겠다고 할 것이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
즉, 내 영어공부 목표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영어의 국제사회 지위를 시기 질투해 영어공부를 한다면 이 공부는 틀렸다. 우리가 유일하게 시기 질투해야 할 것은 내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권리를 지켜나가고 다른 사람도 그들의 생각을 당당하게 펼치는 것을 도와주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자기주장을 하나의 언어만으로 하는 것보다 다양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인간 AI가 되어 천문학적 수의 사람을 도와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어 공부하면서 이 정신줄 놓치면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