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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May 24. 2024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제3회 권태응문학상 수상 - 함민복 시, 윤태규 그림 (문학동네)

오늘 가져온 동시집은 제3회 권태응문학상을 수상한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입니다.

개인적으로 함민복 시인의 글을 참 좋아하는데 이렇게 동시도 쓴 줄 모르고 있다가 수업을 해주셨던 김제곤 평론가님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어요.



권태응문학상은 독립운동가이면서, 동시인이었던 권태응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예요.

동시인이라면 이 상이 참 뜻깊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동시집은 4부로 이루어져 있고 42편의 동시와 함께 이안시인의 해설이 담겨 있어요.

함민복의 시는 쉬우면서 어렵다고 했는데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와,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면서 생각을 깊이 하면 더 와, 하고 감탄하게 되거든요.




1부는 '노래들은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2부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3부는 '멀리서 보면 더 멀리서 보면', 4부는 '나무들은 어떻게 졸까'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지난 프롤로그에서 '반성'이라는 시를 소개했었는데 그 동시는 2부에 실려 있어요.




표제작을 소개 안 할 수가 없죠?

제목은 '들'이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이 동시는 그림 같은 리듬이 있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글씨가 춤을 추는 것 같죠? 정말 동시가 최선을 다해 곡선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노래들은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너 공부 다 해 놓고 놀아라

그러지

않으면 용돈 없을 줄 알아라

라는

말은 직선이고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

이라는 노래는 곡선이다



이렇게 써 놓으니 확실히 동시가 밋밋해졌어요.

이것도 동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직선'으로 말하는 것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좀 더 곡선으로 말할 수 있기를 노력해 볼게요.




이번 동시는 3부에 있는 <책갈피>라는 동시입니다.

그림을 보고 혹시 책갈피를 떠올렸나요?

전 동시를 먼저 읽고 그림을 봤는데 이렇게 찰떡일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림작가분도 역시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책갈피


                    누가

                    급한 일이 생겼나

                    읽다 만 바위

                    틈에

                    딸랑

                    푸른 나뭇잎

                    책갈피

                    한 장






저는 책갈피를 종종 모으는데요. 여행을 갔을 때 독특한 책갈피가 있으면 구입하곤 해요.

책을 살 때 사은품으로 구입하기도 하고요.

이 동시를 보니 푸른 나뭇잎 책갈피를 갖고 싶어 지네요.  

바위엔 어떤 게 있어 책갈피까지 끼워두고 갔을까요? 궁금해집니다.

어서 와서 보라고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동시는 4부에 있는 '나무들은 어떻게 졸까'입니다.

동요 중에서도 '나무야, 나무야, 서서 자는 나무야'라는 동요도 있지요.

그냥 서서 자는 걸 묘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시선으로 나무의 조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나무들은 어떻게 졸까


고양이도 꾸뻑

강아지도 꾸뻑

수업 시간에 나도 꾸뻑


참아도 참아도

자꾸 꾸뻑


나무들은 졸리지 않아 좋겠다

아냐, 나무들도 졸지 몰라


바람에 흔들리다가

깜빡 멈춰 서며

꾸뻑 멈춰 서며

조는 건 아닐까


아냐 이러면 안 되지

흔들려야 할 시간이 한참 더 남았는데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흔들리는 일을 하다가


또 깜빡 멈춰 서며

또 꾸뻑 졸고 나서

창피한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흔들리는 건 아닐까



이제는 상상이 됩니다.

버드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잎을 너울너울 넘기는 모습이.

어쩌면 그 버드나무는 졸고 있다가 아닌 척 두리번거렸던 게 아닐까요?

짙푸른 나무들이 잔뜩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누가 졸고 있나 살펴봐야겠어요.






이상 3편의 동시를 소개했는데요.

모두 다 읽을 때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몽글몽글한 동시였어요.

저의 느낀 감상문을 이제 써보겠습니다.



동시집 책갈피

                            - 노아나


짧으면 동시일까

그림이 있으면 동시일까

말놀이를 넣으면 동시일까

아이가 쓰면 동시일까


이게 다 동시라면

무얼 쓰던 다 동시라면

내가 써도 동시라면


내가 만든 동시집

고이 접은 종이배

동시집 배에

톡 끼워둬야지



동시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고 이게 뭐야, 할 수도 있는 세계.

와, 이런 뜻이었어? 어머, 눈물 난다, 할 수도 있을 세계.

매번 동시를 읽을 때마다 감탄해요.

동심을 잃지 않은 분들이 남긴 시들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 ˶ˆᗜ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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