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책 :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 이희영
오랜만에 밀크북을 찾았다.
보통 카페들이 10시는 넘어야 여는 데 이곳은 9시부터 열어서 일찍 치고 빠지기(?) 좋은 카페다.
라테를 주문하고 내부를 둘러봤다.
겨울이라 따뜻한 난로에 나무들이 활활 타오르고 있고 크리스마스트리가 나를 반겨주는 군. :)
이곳엔 책도 많다. 다른 북카페는 '북'보다는 '카페'에 비중을 두는 것에 비해 이 카페는 볼 책도 많고 서점도 겸하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아이들이랑 같이 와도 편하게 있다가 갈 수 있었다.
아이들의 책도 꽤 많이 있어서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엄마, 아빠도 책을 읽고 아이들도 함께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서점을 가는 통로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관.
가끔 아이들 소리로 복작복작할 때가 있다. 워낙 공간이 넓은 편이라 아이들의 소리가 전혀 시끄럽지 않다.
오늘 읽은 책은 최애 작가 이희영의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란 작품이다.
여름이 지나 가을에 나온 책인데 나는 겨울에 다 읽었다.
확실히 집중해서 읽으면 이 책에 더 쉽게 빠져 읽을 수 있다.
바람이 수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반짝이는 윤슬이 눈부시게 빛나고 나무우듬지가 출렁였다. 파란색 물고기 한 마리가 토해 낸 후, 호수는 다시 침묵했다. 찰방 물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문장이 정말 수려하다. 예쁘다. 이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내가 이 안에서 참방참방 걷는 느낌이다.
상대에게 백 퍼센트 솔직한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요즘 정말 많이 드는 생각.
나는 상대에게 솔직한가, 상대는 나를 사심 없이 대하고 있는가?
사람들과의 만남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는 요즘, 많은 모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이 그래도 내게 도움이 될는지, 아니면 문장 하나 더 읽어보는 게 나을지에 대해서. 마음이 편한 상대라면 그냥 하릴없이 보내는 이 시간도 소중할 것일 텐데 함부로 이건 아니야 하고 배척할 수도 없다. 그건 내가 선택해야 한다.
소중한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건, 다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사진 속의 그리운 인물이 내 곁에 더 이상 올 수 없다는 건, 나 또한 갈 수 없다는 건 미처 표현할 수도 없다.
남겨진 이들의 다독거림이 세상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방편이 되었다.
그 자리에 멈춰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올 수 없다면 곁에 남아있는 자들이 손을 내밀어 줘야겠지. 그마저도 없다면 세상을 붙들 힘조차, 그 기회조차 없으니 그 삶은 더할 나위 없이 슬프겠지. 먹먹하다.
오늘 자리를 잡아 앉은 곳은 히터와 같은 방향으로 앉았더니 조금 등이 시렸다.
그래서 아까 봤던 난로로 이동해 등지고 앉아 끝까지 읽었다.
처음엔 뜨거웠으나 점점 덜 뜨거워지는 걸 보니 벽난로 속 나무가 거의 다 타 버렸나 보다.
가우디라는 가상공간에 들어간 진을 대신 혁. 그곳에 나타난 곰솔은 도대체 누구일까?
나도 따라가 보았다. 형의 공간에 들어선 그 인물은 누굴까?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대범하든 그렇지 못하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성격과 가치관이 존재하니까.
딱 하나의 해결책만 있는 건 아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청춘들의 로맨스가 아니었다. 작가가 강연 중에 어떤 독자가 사랑에 관련된 소설을 써달라고 해 쓰기 시작했다는 이 소설은 한 남자의 성장소설이자, 한 여자의 치유를 위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따뜻했고 먹먹했고, 다시 펼쳐보고 싶은 소설이었다.
사람이 흔히 느끼는 감정이 내가 잘못한 것은 감추고 남이 잘못된 이야기를 할 때도 그게 딱히 내게 잘못이 없으면 그냥 둬버리니까. 바로잡기에도 귀찮고 나에게 굳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상관할바도 아니고.
이 소설은 굳어있는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동시에 쉽게 입 밖으로 내보내는 이들에게 겨자처럼 따끔하게 쏘기도 한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다른 작업을 하는 동안 흘러나오는 캐럴이 하루를 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동안 바쁘게 보냈던 하루를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다.
내년 학기부터는 논문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방학 때부터 계획서를 조금씩 쓰고 종합시험도 준비도 슬슬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작업이 될 동화 쓰기 역시 열심히, 아주 열심히 할 테다.
올해 저지르기만 한 이들을 이제 새해에는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한다.
그럼 이곳을 더 자주 애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