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책 : 서사학강의 - H. 포 애벗
처음에는 다른 카페의 주소를 찍고 네비를 켠 채 달려왔다. 같은 주차장을 사용하는 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는지 그냥 주차장을 구비한 카페에 들르기로 하고 들어왔다.
원래 가려고 했던 카페 입구를 찾지 못해서 이곳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곳이었다.
주차등록하면 5시간 무료인 건 더 좋았고. :)
2층으로 올라오니 갤러리 카페를 겸하고 있다. 미술 작품 속 안에서 글을 쓰는 기분이 또 다르다.
갤러리 안에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발췌를 이번주까지 해야 하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너무 오래 걸린다.
왜?
책이 잘 읽히지 않아서 그런가?
그래서 카페에서 작업을 하려고.
3장 중 겨우 1장 마무리했다. 정말 이렇게 세미나를 하지 않으면 이 책을 끝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앉아 있어 보니 이 자리가 굉장히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한 번씩은 왔다가 가본다.
짱 박혀 있기 좋은 자리.
커피맛도 굉장히 부드럽다.
원두를 고를 수 있는데 오늘은 고소한 맛으로.
내 자리에서 대각선으로 보이는 자리는 창 밖을 향해 의자가 놓여 있다.
뷰가 좋은 자리 같은데 드디어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앉았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싶지 않은데 계속해서 들린다.
가스요금과 각종 공과금 얘기를 한다. (듣고 싶지 않은데 들려서요.)
근데 우리 집이랑 별 다를 바가 없어 훅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고.
고개를 들면 멋진 작품들이 보인다.
사람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무가 정중앙에 서 있는 작품을 보니 우리의 가슴속에는 나무 한 그루 정도는 품고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작은 나무 한 그루에 물을 주고 빛을 비춰서 조금씩 자라게 하면 어느 순간 몸도 마음도 커지는 내 마음속 나무 한그루.
지금 내 마음속에는 나무가 자라고 있을까?
오후가 되자 빛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있는 2층은 음악소리가 들리고 부부 말고는 사람들이 없는 걸까?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고 싶은데 그건 I형 인간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
1층에 있는 책장을 들여다보다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무소유]로 알려진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을 뽑았다.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바라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책의 첫 장에 쓰인 글이다.
그동안 이 글의 반대로 해왔다. 행복할 때는 그 행복에 겨워 계속 매달리고 불행할 때는 괴로워 피했다.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했고 흐지부지 넘어가려 했다.
오늘도 난 책을 통해 깨닫는다.
플랫화이트와 크로폴을 더 주문했다. 커피 맛이 좋은 곳.
스님이 작약이 예뻐 보여 백 그루를 사다 심었는데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누군가 뽑아 가서 그때 남은 이삭을 움을 틔워 꽃을 피우는 대목이 있는데 이를 탓하지 않고 꽃을 피운 싹에게 고맙다고 한다.
과연 나는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교통수당 지급대상자여서 받은 안내문을 버린다. 은혜를 무겁게 받고 있는데 국민혈세까지 받을 순 없다고.
성 베네딕도의 규칙을 나도 생활의 지침으로 삼아보려 한다.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말라.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
자신의 행동을 항상 살피라.
하느님이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을 확실히 믿어라.
말을 많이 하지 말라.
공허한 말, 남을 웃기려는 말을 하지 말라.
다툼이 있었으면 해가 지기 전에 바로 화해하라.
계속해서 비움을 강조하고 욕심을 버리라 한다.
내게 가장 많은 책도 이제는 선별이 필요할 듯하다. 자갈밭 속에서 보석 찾기.
<계로록> - 소노 아야코의 늙어감을 경계하고 경책 하는 글.
늘 인생의 결재를 해 둘 것.
푸념하지 말 것.
젊음을 시기하지 말고 진짜 삶을 누릴 것.
남이 주는 것, 해 주는 것에 대해 기대를 버릴 것.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 것.
지나간 이야기는 정도껏 할 것.
홀로 서고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기를 것.
몸이 힘들어지면 가족에 기대지 말고 직업적으로 도와줄 사람을 택할 것
<멋지게 늙어가는 법>
이렇게 늙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달에 산문집 2권과 시집 1권을 빌리지 않고 사서 읽는다. 1년이면 36권의 산문집과 시집이 집 안에 들어온다. 이렇게 쌓인 책들은 자식들에게 부모의 삶의 자취로 물려준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정말 맞는 말이다.
오늘은 이 책을 통해 여러 번 깨닫는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잊는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이 세상에 올 때처럼 빈손으로 갈 수 있기를.
2층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3층에 자리가 있다.
조용하게 작업하기엔 3층이 더 나아 보였다. 이 카페는 공부하는 사람, 회의하는 사람, 담소를 나눌 사람들이 공존한다.
크로폴도 맛나서 가족들에게 주려고 포장을 했다.
숨겨진 카페인가, 나만 모르고 있던 카페인가?
이 좋은 곳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