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책 : 아들의 행진곡이 들려온다 - 구리 료헤이
처음 이곳에 와서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능률이 높았다. 그래서 한 번 더 찾아온 카페.
주차도 편하고 오전 10시에 오픈을 해서 시작시간도 빠른 편이다. 커피와 함께 주는 쿠키도 맛나고.
북카페를 종종 오는 이유는 다른 카페들에 비해 차를 마시러 오는 손님들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흔히 오픈런해야 하는 카페에서 한 번 커피를 마신 적 있는데 전통시장 바닥에 놓여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시끄러웠다.
그 뒤로는 북카페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그 선택은 올 때마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장 틈에 있는 책상. 따뜻한 라테를 주문했고 책을 한 권 뽑아 왔다.
책장에 둘러싸인 느낌. 든든하다.
오늘은 책방에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읽을 책이 참 많았다.
먼저, 처음 읽은 책은 <도둑님 발자국>이라는 황선미 작가의 중학년 동화다.
집 유리창을 깨고 집안으로 들어온 흔적이 있어 도둑이 들었다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학원도 빼먹고 PC 방에서 놀다 온 도연은 엄마한테 혼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지만 그것보다 더 곤란한 일이 생겼다.
상연이 가출을 했던 것이다. 동생이 있는 곳으로 가는 동안 아빠와 엄마의 일을 듣게 되는 도연이는 슬프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학년 도서치고는 글씨가 너무 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 내용은 눈물이 살짝 날 정도로 알찼다.
표지도 귀여워서 해프닝으로 끝날 것만 같았던 상황이 어른인 내가 봐도 당황했을 것 같았다.
어른이 되고 나서 부모님을 이해한다고 했던가?
이 동화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 이제는 아이보다는 어른에 눈길이 간다. 암이라는 병을 알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카메라를 사는 아빠와 무용을 전공했지만 반지하에 살며 아이들의 학원비를 걱정해 화원에서 일을 하며 흙을 판다.
어른이 되고 나니 드는 생각, 어떻게든 살아가진다.
책방 안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책. 저자의 이름이 익숙해서 펼쳐봤는데 <가락국수 한 그릇>의 저자였다.
죽음의 도로라고 불리는 12번 국도에서 교통경찰로 일하는 겐보의 아버지. 이 도로에서 아들의 죽음은 맞은 후 과속, 과적을 하는 차량을 엄하게 단속하기 시작한다.
다시 마음을 다지는 경찰은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게 경례를 하고 처음에는 야유를 하던 운전자들도 함께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사고는 0%를 달성하고 겐보가 다니던 학교에서 졸업식을 한다.
명예 졸업장을 받은 겐보의 아버지는 감동을 받고 교통안전 퍼레이드를 지켜본다.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트럭 운전자도 아이들을 키우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용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
위의 동화집에는 <빨간 카네이션, 하얀 카네이션>이라는 다른 동화도 함께 수록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없는 남자가 하얀 카네이션만 사다가 결혼 후 생긴 어머니(장모님)가 생기고 난 후 빨간 카네이션을 사러 꽃집을 찾는다. 품절대란을 맞은 꽃집은 꽃이 모두 팔렸다고 한다.
한 꽃집에 들어간 남자는 이미 예약이 끝나 다시 돌아가려 할 때 예약손님들이 한 송이씩 건네는 꽃을 받아 든다. 7송이의 카네이션을 받은 남자는 편지와 함께 어머니에게 선물한다.
동화라서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세상에 찌들었을까?
아직 세상은 아름답다고 교차로에 떨어진 사과를 줍는 사진과 함께 낸 기사들을 보면 감동을 받는다. 빨리 치우고 가자(?)라는 한국인 특유의 민족성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사연이 나올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동화 속 세상은 어쩌면 만들어진 세상일 수도 있다. 그래도 현실은 동화처럼 따뜻한 일들이 아직 생긴다.
세상에 찌든 어른이라도 조금은 그 세상에 곁을 두고 싶다.
동화를 읽고 바로 읽은 책이 이 책이어서 조금 반전이다.
<조선을 발칵 뒤집은 엽기살인사건>이라는 책을 책장에서 발견하고 서 있는 자리에서 주르륵 다 읽었다. 역사에 기록된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되고, 역사동화는 만들어진다.
이 소설을 지은 작가는 역사에 관련된 정보를 오랫동안 수집하고 독특한 대중적 역사서를 기술한 이로 유명하다. 지봉유설을 쓴 이수광과 이름이 동일하다.
12시가 넘으면 주위에 다니는 단체로 회사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러 온다.
그들의 이야기가 가끔 책장을 너머 들려오기도 하는데 한 번씩 어머, 저도 그래요.라고 외칠 뻔한다.
크게 웃음소리가 들리는 내용에 나도 살포시 미소 짓기도 하고.
그들이 떠나기 전까진 근처에 있는 책장을 둘러보기가 꺼려진다. 대화를 멈출까 봐.
이 헌책방의 묘미는 정말 오래된 책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생긴 헌책방들은 팔릴 만한 책들을 전시해 놓는데 비해 이곳은 내가 찾는 헌책은 없지만 정말 다양한 종류의 헌책들을 만날 수 있다.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작가 한강의 2005년 인터뷰 사진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여유로울 때 많은 책들을 둘러보면 좋을 그런 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