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재는 대부분 자연에서 구한 것이다. 나무(木), 흙(土), 금속(金)의 성질을 이해하고 불(火)과 물(水)을 동인삼아 그에 합당한 기술을 적용하여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공예 제작의 기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공예품 제작은 인간의 의지를 관철시키기보다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서 출발한다. 한국사회는 공예품에 담긴 자연성, 수공성, 전통성, 장인정신에 대한 우호적 가치를 함의하고 있기에 소비자들이 공예품에 요구하는 친환경성에 대한 인식과 척도는 여느 생산재에 기대하는 것보다 높다. 우리 사회가 효율성과 속도를 우선가치로 삼는 시대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지만, 공예가들이 미재(美材)를 극복하기보다 배려하며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재료의 특성과 자신의 기술을 잘 조화시키는 것을 작업의 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하지만 공예의 일 역시 천위(天爲)를 극복하는 인위(人爲)의 일이다. 재료가 쉽사리 제작자의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기에 이를 극복하거나 더 나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공예가는 부득이하게 독성의 재료 혹은 비 친자연적인 수단을 사용해야 할 경우가 종종 있다. 환경과 생태의 회복이 인류가 당면한 최대 과제로 부각된 오늘, 늘 자연의 재료를 물과 불로 사물화 시키는 공예인들이 창작의 효율성과 친환경적 실천이라는 양날의 문제를 두고 누구보다 고민이 깊은 것은 당연하다.
Clare Twomey(UK), Monument, Zuiderzee Museum, Holland. March 2009 ⓒhttp://www.claretwomey.com
공예 작업과 환경의 문제
공예는 산업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인간의 생산 활동이다. 대량생산과 판매를 통해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미덕이자 목표인 산업사회 대량생산 시스템에 비하면 공예가들의 재료, 도구, 생산방식은 매우 친환경적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개인 공방에서 발생하는 물의 사용량이나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은 산업현장에 비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공예가의 일은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고 배려하여 성질에 따라 달리 만드는 일을 기본으로 한다. 그것이 사물의 미와 질적 차이를 만든다. 다수의 공예가들은 자연을 극복의 대상보다 순응과 조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몸에 밴 이들이기에 재료와 불, 물을 함부로 대하거나 남용하지 않으려 한다. 공예가들이 손수 만든 공예품을 재료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물건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게 하는 산업생산의 폐해를 치유할 대안적 생산방식으로 논의하는 이유다.
그러나 공예가들의 공예품 제작 역시 지구의 물질을 사용하고 소비하는 생산 활동이다. 과거 공예가들의 생산 활동에서 발생하는 자원의 소비, 열기, 유독 가스, 이산화탄소의 양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공예 제작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공장에서 내뿜는 해악에 비할 바 아니다. 그러나 지구 환경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해진 오늘 공예 역시 자연재료를 사용하기에 근본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과 결부되어 있고 소량이나마 공기와 토양 오염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환경에 대한 공예가들의 자성과 고민, 환경적 폐해를 줄이거나 없앨 구체적 실천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해서 공예인들의 스스로의 작업을 환경파괴로 규정하거나 맹목적 자기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공예가들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재료나 공정에 대한 이해가 출중하고 그것이 사용자에게 미칠 영향을 잘 알고 있다. 또한 해로움을 이로움으로 바꿀 다양한 기술과 방법들도 가지고 있다. 나아가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유독 물질의 처리에 대한 책무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들도 많다. 예를 들면, 연료를 덜 사용할 기법과 재료를 고민한다거나, 소성 후 썩지 않는 사금파리 같은 폐자재를 다시 녹여 새로운 상품으로 재생산할 방법을 고민하거나, 작업 시 발생되는 열을 작업장의 난방연료로 재순환시키는 장치를 개발하거나, 제품의 용량, 포장 등을 줄여 환경오염 방지에 기여할 제품을 만든다던가 하는 다양한 공예가들의 친환경 실천이 오늘 우리 공예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영국 도예가 클레어 투미(Clare Twomey(UK)의 <Monument>(2009)나 더이상 쓸모없다 버려진 것들에게 자기 아이디어와 재주로 새로운 쓸모, 대체불가능한 새로운 아름다움을 부여하려는 이택수 작가의 <Re-Born>연작 등은 이러한 현대공예가의 에콜로지 &업사이클링 실천에 부합하는 좋은 예다.
중국 징더전에서 수집한 청명(靑明) 시기 사금파리를 소재로 한 이택수작가의 작업, 2021, 2019청주공예비엔날레 기획전 ⓒ이택수19
공예 제작 과정 중에 도사리고 있는 '환경 위험성'
최근 기술과 재료의 발달로 레이저 가공머신, 3D 프린터를 비롯한 새로운 성형기계뿐 아니라 합성수지, 폴리카보네이트 등 기존 공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신소재들이 공예화하고 있다. 반면 다양한 재료와 기기가 공예화 될수록 공예 현장의 환경오염과 노동 상의 위험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예가들은 칼, 송곳, 그라인더, 톱 등 예리하고 날카로운 도구를 자주 사용할 뿐 아니라 빠르게 작동하는 기계와 몸을 밀착하여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는 재료, 공정, 도구 등에 의한 알레르기, 분진이나 유독 기체의 흡입, 자상, 화상 등 다양한 신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작업 중 안전한 기기 작동, 안전용품의 착용과 수시 환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공예재료 중에는 인체 건강에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작업자의 건강에는 이롭지 못한 재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옻액이다. 옻액은 한방에서 구충, 복통, 변비, 항암효과 등에 효험이 있는 약이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나무는 물론이고, 천, 금속, 도기 등에 이르기까지 내구력이 필요한 모든 기물에 천연도료인 옻칠을 했다. 그러나 유익한 옻이라도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옻의 단점이 매일 옻액을 다루는 칠예가라 해서 피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을 오르다 이 나무를 잘못 만지면 옻이 오르는 것처럼 피부가 예민한 작가들은 상시 옻독으로 얼굴이 부어오르거나 가려움증으로 고생을 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옻칠액을 바른 칠기(漆器)를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까? 옻나무 수액에 함유된 옻산은 인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이지만 한번 건조되고 나면 다시 물에 적셔도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칠기를 만져도 옻이 오르지 않는다. 칠예가는 세월이 가면 썩거나 사라질 자연재에게 영속의 생을 부여하고 인간의 삶에 오랫동안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는 이들이지만 작업하는 내내 신체의 고통을 숙명처럼 감당해야 하는 이들이다.
공예가들은 작업 중 다양한 도구, 기계, 물질을 사용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있어 늘 주의가 필요하다.
공예가들은 자연재 이외에 다양한 광물질을 사용한다. 대부분 인체에 안전한 물질들을 선택하고 사용하지만 특정 효과나 발색, 부득이한 공정 상 효율을 위해 독성을 지닌 광물질을 사용하기도 한다. 공예가들이 주의해야 할 대표적 산화물들은 납화합물, 카드뮴과 셀레늄 화합물, 산화안티몬, 산화 비소화합물, 탄산동, 카보나이트, 산화크롬, 산화바륨, 칼륨, 산화 하연, 니켈, 코발트 등이 있다. 대부분 미세한 분말형태라 공기 중에 분진화하여 흡입되거나 작업장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어 보관과 사용에 매우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특히 도예나 유리공예에서 용융제로 자주 사용하는 산화납은 다른 화합물과 달리 작은 접촉에 의해서도 독성이 인체에 흡수되고 축적되므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거의 세계 각국에서 납 화합물은 유통과 제조를 엄격히 제재하고 있다. 독성을 줄이기 위해 작가들은 납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프리트화하여 사용하는데 프리트 상태라 하더라도 흡입하거나 섭취하면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납 프리트나 산화동 성분은 과일즙이나 주스나, 식초가 들어간 산성 소스, 커피와 차 등과 결합하여 인체가 섭취 체내 축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되도록 저온으로 구워낸 식기에는 사용이 적절치 않다.
산화크롬은 가죽공예에서 가죽의 탄닝을 위해 자주 사용한다. 동물에서 얻은 원피는 부패하기 쉽고 건조 도중 굳어버리기에 보존을 위한 타닝(무두질, 제혁)이 필수다. 베지터블 가죽은 소의 원피를 식물에서 채취한 탄닌액을 가공재로 사용해 원단 화한다. 100% 친환경적 방법이라고 할 수 없지만 가급적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줄인 가공법이다. 문제는 크롬을 이용한 광물성 탄닝법이다. 크롬은 잘 알려진 발암물질이다. 탄닝 후 건조, 면도, 염색, 연마, 광택, 왁싱, 엠보싱, 워싱 등 여러 가죽 가공 및 제작과정에서 자연스레 가루가 발생한다. 이때 가죽에 잔존해 있던 분진, 슬러지 등과 더불어 크롬 성분 역시 공기 중으로 분진화한다. 예민한 이들은 공정 중 잠시간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두통을 느끼거나 심지어 구토감을 느낄 수 있다. 작업장의 환기가 중요하다.
금속공예가들 역시 녹을 제거 하거나 착색을 위해 여러 산화물들을 사용한다. 특히 고온 착색 시, 화학결합에 의해 독성의 연기와 열이 발생하기도 하며 직접 금속에 열을 가해 착색할 경우 산처리를 과정에서 화재, 화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특히 유화가리로 알려진 황화칼륨을 사용할 때는 산화물 특유의 냄새가 심하게 발생할 수 있고 피부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작업 중 반드시 장감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필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섭취 시 황화칼륨은 체내의 위산과 반응하여 황화수소를 발생시키는데 매우 가연성이 높다. 절대 모든 산 제품과 유화가리를 동시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유화가리는 수분에 노출되지 않는 어둡고 밀폐된 곳에 보관을 요한다. 덩어리 상태의 유화가리를 분쇄하여 사용할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나무망치에 마스킹 테이프를 두른 뒤 분쇄해야 한다.
이처럼 공예가들의 제작공정에는 다양한 광물질과 산화물이 사용된다. 이 물질들을 사용 후 하수구에 그냥 흘려보내면 바로 수질오염으로 직결된다. 이들 중에는 물과 만나 강한 독성을 띄는 것도 있으며 해로운 생물을 위협하거나 죽이기 위한 살충제의 주성분으로 사용되는 것도 있다. 다수의 공예가들은 작업 과정에서 어떤 독성물질이나 슬러지가 발생하는지, 이것이 자신의 건강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폐기 후 어떻게 처리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식에 강한 재료로 배관을 설비하고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정화장치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경제적 이유나 인식의 부재로 국내 공예 현장의 친환경 설비의 설치는 저조한 편이다. 하수나 토양에 유입되어 미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사라지게 하는 것이 인체에도 유익할 리 만무하다. 인간의 부주의와 안일함은 반드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성과 생의 순환을 통해 다시 인간에게 위협으로 돌아온다. 만물을 끊임없이 살리며 순환하여 무궁하게 하는 천지의 생생지도(生生之道)의 대의는 세상의 미물과 타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곧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작업 중 부산물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최대한 자연에 이로운 방법으로 처리할 것인가가다.
새로운 환경적 대안으로써 공예의 실천
예로부터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좋은 재료를 보는 혜안을 기르고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형태를 도출할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공예가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었다. 하지만 환경문제가 인류 생존의 최우선 현안과제인 이제는 공예가가 갖춰야 할 덕목에 창의성뿐 아니라 자연에 대한 지극한 이해와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정작 창작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은 공예가의 개개인의 건강과 삶의 행복이다. 공예가 스스로 삶에 대한 만족과 창작자로서 보람을 느끼려면 공예가의 건강한 노동과 정신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선 공예가 스스로 자신이 사용하는 재료, 도구, 공정의 불필요함과 과도함을 줄이고 작업장의 환경에 대한 개선의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공예가가 만드는 물건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인간의 생의 질과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따라서 인간의 욕망과 편의를 위해 자연환경이 개발, 변형될수록 공예가들은 지금보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관심을 쏟아야 하며 생산자로서 지녀야 할 친환경적 실천의 역할과 책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변화와 실천은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창작 공정상 재료와 동력의 소비, 폐물을 최소화 할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나아가 소비자가 내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어떤 친환경적 삶을 실천할 수 있는지까지도 깊이 고민하고 배려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예가의 아름다운 노동이야말로 우리의 자연을 되살리고 소비에 물든 인간의 삶을 치유하는 놀라운 상생(相生)의 힘을 근본에 품고 있다. 자연재를 물과 불을 사용해 물건을 만드는 일은 인간다운 생을 영위시키는 중한 일이지만 공예가의 창작이 자연의 일부를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치환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깊이 환기해야 할 때다. ■ 홍지수_미술평론/ 전시 기획자/ 미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