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던 이별의 징조들
지난 2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쉼없이 내게 일어났다.
삶이 흔들리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다행히 곁에 있는 사람들 덕분에 힘을 내기도 했고, 그들이 건네는 위로가 상처가 되기도 했다.
그들의 위로가 어떤 날은 내게 커다란 힘이 되었고, 또 어떤 날은, 차라리 듣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말들이 되어 내 마음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냥 하는 말인 걸 알면서도 아팠고, 가끔은 너무 진심이라서 더 눈물이 났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배워갔다.
지쳐 있는 사람은, 아무 뜻 없는 말 한마디에도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섣부른 조언이나 가벼운 위로가 때로는 칼날처럼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친가와 외가 어른들께 많은 연락을 받았다.
처음엔 내 부모님을 걱정해 주는 그 마음이 고마워 나는 최대한 예의 바르게, 성의 있게 통화에 응했다.
하지만 통화가 끝나갈 즈음마다 들려오는 말들이 점점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나저나 네가 고생이 많다.”
“어쩌니, 네가 힘들겠다.”
“너까지 쓰러지면 큰일이야. 네가 몸이 약해서 걱정이구나”
그 말들이 어쩐지 이렇게 들렸다.
‘너 아니면 누가 하겠니, 계속 고생해. 힘들어도 참아야지.’
물론, 그분들은 그저 위로하려고 하신 말씀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들 속에 내 고통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서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외로워졌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말들은 내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말이 아니라, 이해받는 느낌, 내 편이 되어주는 느낌이었다.
“지금 겪는 이 일들은 네 잘못이 아니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야. 단지 너는 조금 빠르게, 동시에 겪고 있는 것뿐이야.”
“이건 네 몸이 너도 좀 쉬라고 보내는 몸의 신호야. 이제는 너 자신을 좀 돌봐야 할 때야.”
“힘든 일이 이렇게 한꺼번에 왔으니, 좋은 일도 반드시 몰려올 거야.”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말이 있는 반면에, 상처가 되어 비수로 꽂히는 말들도 있었다.
“언니가 믿는 하나님은 도대체 있기는 한 거야?”
“난 하나님 같은 거 절대 안 믿을 거야.”
“이쯤 되면 점이라도 보러 가자.”
“진짜 이사를 잘못했나?”
신앙은 내게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감히 원망조차 입에 담지 못한 내가, 그 말들을 들은 순간 무너져 버렸다.
‘정말 하나님조차 나를 버린 걸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기도도, 예배도, 찬양도, 봉사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믿어왔던 것들이 한순간에 흔들렸고, 나는 아직도 그 믿음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건넨 사람들 역시 결국은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안다.
그들은 단지 너무 속상해서, 나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말을 한 걸 테니까.
지금은 비록 혼자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기분이지만, 이 시간이 다 지나고 나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 이 모든 일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힘들면 언제든 얘기해.”
그저 곁에 있어주고, 들어주고, 울어주고, 도움이 필요할 땐 두 손 내밀어주는 사람.
그렇게 나도, 누군가의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게 지금 내 마음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