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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l 02. 2021

이력서 온라인 판매

 그는 이력서를 온, 오프라인에 모두 뿌렸다. 상점을 돌아다니면서 이력서를 건네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솔직히 더 쉽고 편한 방법은 온라인 상으로 지원하는 일이었다.  



 그가 이용한 웹사이트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검트리, 씩닷컴, 링크드인, 썬브리즈번이 있다.

 

1) 검트리는 호주에서 가장 활성화된 사이트로, 구인구직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중고 거래 및 숙소 공고도 올라오는 종합 웹사이트다. 그가 이용하는 웹사이트 중 일자리를 얻을 확률이 가장 높은 사이트다. 


2) 씩닷컴과 링크드인은 구인구직 위주의 웹사이트인데, 문제는 호주에서 아무런 경험이 없는 그에게는 불리하다는 점이었다. 일자리를 경험한 후에 이직할 때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처음 일자리를 구하는 그에게 알맞은 사이트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지속적으로 들어가서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날렸다. 


3) 마지막으로 그가 가끔 들어갔던 웹사이트는 썬브리즈번이다. 이 웹사이트는 검트리와 비슷하게 구인구직, 중고 및 물품 거래, 숙소 공고가 종합되어 있는데 한인 웹사이트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도 한인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그는 한인들과 일하게 된다면, 자신이 워킹홀리데이를 온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하여 선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보험용으로 들어가 보곤 했다.  


 썬브리즈번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글이 '구름' 게시글이다.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던 그였지만, 자세히 읽어보고 의미를 파악했다. '구름'은 담배였다. 호주는 한국보다 담배가 월등히 비싸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 한국에서 담배를 몰래 가져와 되파는 이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는 비흡연자다.  



 그는 검트리를 중심으로 이력서를 날린다. 카테고리를 정해 검색하니, 일자리는 많다. 식당 보조, 건설 현장 잡부, 청소, 정원일이 많이 보인다. 식당 보조가 가장 괜찮아 보인다. 식당에서 일을 하니 끼니 걱정은 덜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며칠 동안 이력서를 날려 보니, 직접 상점에 이력서를 건네는 것만큼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는다. 근근이 답장이 날아오는데, 이미 사람을 구했다던지, 더는 사람을 구하지 않는다던지, 자차가 필요하다는 식의 답변이다. 이러한 답변이 많아질수록 그는 차라리 직접 이력서를 돌리는 게 더 나은 방법인가 고민한다. 


 공공 도서관의 컴퓨터 자리는 모여 있었으므로, 옆 자리의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곁눈질로 볼 수 있다. 그는 외국인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많다. 외국인들도 그처럼 검트리를 검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검트리 다음으로는 유튜브에서 무언가를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는 검트리를 이용하는 외국인을 볼 때마다 안심했다. 외모는 다르지만, 함께 일자리를 찾는 동료라는 인식을 그 혼자 품곤 했다. 


 도서관 공용 컴퓨터를 쓰다 보면, 가끔 이전 사용자가 구글 계정을 로그아웃하지 않은 채 떠난 경우가 있다. 그는 그럴 때마다 남몰래 이전 사용자의 드라이브를 훑어보곤 했다. 여행 사진으로 꽉 찬 경우도 있었고, 이런저런 이력서 파일로 정리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몰래 이들의 구글 드라이브 전체를 삭제해버릴까 하는 심술궂은 발상이 떠올랐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니 너무도 끔찍하여 황급히 로그아웃한다. 이러한 행동은 일자리를 너무도 간절히 원하던 그의 심정과도 맞물려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나쁜 짓을 했다가 괜히 부정 타서 일을 못 구하면 어쩌나, 이렇게 착한 자신에게 어서 좋은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는 부정탈 행동은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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