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일자리는 여러 기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1) 세금을 떼는가
- Tax-Job (텍스잡) : TFN 관련 글에서 언급했던 정식 계약 형태다. 고용주는 고용인을 호주 정부에 신고하여, 세금을 납부하고 고용인은 개인 연금을 받는다.
- Cash-Job (캐쉬잡) : 정부에 신고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고용주와 고용인이 자의적으로 계약한 형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서류 절차를 건너뛸 수 있으니 좋고, 고용인도 즉시 일할 수 있으니 좋다. 시급은 최저 시급에서 세금이 빠진만큼의 금액을 받는다. 당연하게도, 정부에 신고되지 않은 상태이니 향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호주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텍스잡과 캐쉬잡 모두 장단점이 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과, 이동 및 변수가 많은 워홀러들은 간편한 형태인 캐쉬잡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2) 고용주가 누구인가
- Aussie Job (오지잡) : 많은 사람들이 호주가 오지이므로, 호주에서의 일자리를 오지잡이라고 말하는 것 아니냐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Aussie는 Australian을 줄여서 말하는 호주의 슬랭이다. 즉 오지잡은 고용주가 호주인인 직업을 말한다. 하지만 넓은 범주로는, '고용주 및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외국인인 직업' 전부를 포괄한다. 즉 영어를 쓰면서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직업의 통칭이다. 그가 원하는 직업은 바로 이 오지잡이었다.
- 한인잡 : 고용주가 한국인인 직업이다. 처음 영어를 쓰는 한인 워홀러들이 오지잡을 얻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대안이 되는 것이 한인잡인데, 같은 한국인이라는 동지의식을 가지고 의리와 정으로 뭉친다.
슬프지만, 오지잡은 법정 최저 시급을 준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인잡은 법정 최저 시급에 미달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는 한인잡을 찾는 이들의 상황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영어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지잡을 구할 수는 없다. 그런 워홀러들은 수중의 돈만 탕진하다가 돌아가야 하는데, 그들에게 남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한인잡이다. 궁지에 몰린 그들은 한인 고용주가 법정 최저 시급보다 낮은 돈을 제시해도 달리 선택지가 없다. 물론 선량하고, 인심 좋으며 한인 워홀러들에게 최고의 경험과 추억들을 선물하며 함께하는 한인 고용주가 압도적으로 많고 절대다수이다. 하지만 악덕 한인 고용주가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3) 계약 형태
- Full Time : 일주일에 3~7일 충분한 시간을 일하는 형태를 총칭한다.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 상태라면, 다른 곳에서 또 풀타임 계약을 해서 병행하긴 힘들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일반적으로,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람(특히 워홀러)에게는 곧바로 풀타임을 제시하지 않는다.
- Part Time : 일주일에 1~4일, 비교적 적은 시간을 일하는 형태다. 파트 타임의 경우 시간을 조율하여 여러 개의 파트 타임 직업을 동시에 하는 것이 가능하다. 워홀러들이 영어가 익숙치 않고 이동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용주들은 파트 타임으로 먼저 고용하여 일에 적응시키며 검증하고 난 후 풀타임을 제안하곤 한다.
- Casual : 정식 고용 형태가 아니며, 고용주가 필요할 때만 부르고 필요 없을 때는 남인 경우다. 노동법에서는 캐쥬얼 잡의 경우에는 근로자 입장에서 위험이 크기 때문에, 최저 시급을 풀타임이나 파트타임보다 약 1.5배로 지급하라고 명시한다. 그렇기에 캐쥬얼 잡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워홀러가 법규를 모두 준수하는 고용주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남들이 보기에는 캐쥬얼과 다를 바 없는 형태인데, 시급은 최저 시급만큼 받거나 오히려 더 못하게 받는 경우도 있다.
한인잡은 같은 한국인끼리의 믿음을 바탕으로, 보통 처음부터 Full time으로 일을 준다.
위의 세 가지 분류가 혼합되어, 2*2*3 = 12개의 형태가 생긴다.
외국인들과 일하며 세금을 납부하고, 풀타임으로 근무한다면 - 오지잡이면서 텍스잡이고 풀타임
외국인들과 일하며 세금을 납부하고, 파트타임으로 근무한다면 - 오지잡이면서 텍스잡이고 파트타임
한인들과 일하며 세금을 납부하고, 파트타임으로 근무한다면 - 한인잡이면서 텍스잡이고 파트타임
한인들과 일하며 세금 신고를 하지 않고 캐쥬얼로 근무한다면 - 한인잡이면서 캐쉬잡이고 캐쥬얼
...... 등등
이런 식이다. 위의 분류 중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워홀러 개개인의 특성과 지향하는 바가 다르며, 직군과 하는 일의 특성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고용주다. 만일 고용주가 불법을 저지르기로 작정한다면 그가 한국인이던 외국인이던 계약 형태가 어떻든 상관 없다. 물론 그 불법을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는 고용 형태가 텍스잡이긴 하다. 하지만 캐쉬잡으로도 좋은 고용주를 만나,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돈도 많이 버는 경우를 그는 많이 보았다. 어디서나 결국 인사가 만사다.
그는 자신의 인복과 행운을 믿지 않았으므로, 가장 안전하고 전형적인 형태를 원했다. 즉 그는 오지잡이면서 텍스잡이고 풀타임인 형태의 일자리를 원했다.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는 대부분 워홀러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때는 몰랐다. 안타깝게도, 그가 워킹홀리데이 기간 동안 오지잡-텍스잡-풀타임 형태의 Job을 가졌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