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여러달 전시되던 책이다. 책소개를 검색하면 단박에 찾을 수 있는 자극적인 구절이 있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이 문구는 내게 자극적이어서 책을 찾게 만들었다기보다 오히려 배제하는 역할을 했다. 검색창에 검색을 했더니 중학생 친구가 이 책의 내용과 함께 책을 추천하는지를 묻고 있었다. 이 밖에도 중학생 자녀가 이 책을 읽는 게 걱정인 부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궁금증에 책을 들게 되었다. 그리고 대표 구절의 '먹다'와 '먹는다'는 말이 비유적인 단어이길 바랐다.
식인행위를 하는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사회의 불합리 속에서 자랐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의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은 일정이상의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가능했다. 모두를 평등하게 보호해 주는 법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가려진 곳에서는 인간답지 조차도 않았다.
그런 곳에 구와 담이 있었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유일한 믿을 곳이었으면서도 서로를 상처입힐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 세상에는 둘 뿐이었으므로... 어쩌면 구보다 담은 좀 나은지도 모른다. 학교를 제대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생명까지 위협받는 연대빚은 없었다. 하지만 담이 마음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은 구밖에 없었다. 구는 담이 자신과 함께 있으면 힘들어진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둘은 숲으로 가 청설모가 되기로 했다.
청설모처럼 생존만을 위해서 살았다. 그거면 되었다. 그저 살아낸 그들에게는 희망이 생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가 원하는 단 하나의 희망은 아빠가 되는 것이었다. 청설모처럼 숨어 살면 가능할 줄 알았다. 하지만 돈의 그림자는 얼마나 긴지 그렇게 사는 그들을 찾아내고 결국 구는 죽어서 담에게 돌아왔다.
희망은 해롭다. 그것은 미래니까. 잡을 수 없으니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끌어들이니까.
욕심을 만드니까.
이들이 한동안 청설모처럼 살 때 꿈을 꾼다. 남들 다하는 가정을 이루는 희망, 사람답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 결국 희망은 사라졌고 담은 구를 먹어 한 몸이 되었다. 판도라 상자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희망' 희망은 축복이면서도 불행이다. 희망이 있어야 절망 속에서도 한걸음 내디딜 수 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 결국 절망적 비극으로 끝날 이들의 삶이 어나가게 만든 것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희망은 꿈일 수도 있고 고문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살아내야한다. 결국 그 끝은 가본사람만 알수 있다. 담이 구를 먹지 않았으면 더 좋았겟지만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후 나은 담의 삶을 그려본다.
유전된 돈으로 돈 없는 자를 잡아먹는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있는 사람도 살지 못하고, 돈이 있으면 죽어 마땅한 사람도 기세 좋게 살아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 요즘 세상엔 세상이 좋아져서 이런 일이 없을까? 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로 어둡고 무거운 공기 속에서 보통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굴러가는 것뿐이다.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보면서 느꼈다. 법을 만드는 사람은 일정 이상의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둠의 깊이를 알 수 없다. 그래서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
앞으로 더 좋은 세상이 오면 이런 일은 없을까? 글쎄... 빛이 밝아질수록 그림자는 더 어둡게 느껴진다. 저절로 사라질 리 만무하다. 다만 늘 그런 어려움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어둠 속에서 발버둥 치며 드러날 때 단숨에 찍어버리는 낙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게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방법이며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올 사람다움으로의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잘 읽히고 재미가 있다. 하지만 내 딸은 좀더 나중에 봤으면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