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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Mar 03. 2022

편안한 집 생활을 꿈꾸다

프롤로그



좁아터진 집안에 물건을 쌓아 두다

 


 10여 년 전 성인이 되고 처음 전셋집을 구했다. 오래된 아파트의 복도식 끝집이었다. 전세였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대출을 해야 했다. 거실은 없고 방 2개와 부엌이 연결된 작은 집이었다. 새로 가전과 가구를 구입했으나 무조건 가진 돈에 맞춰 싸게 들였다. 부모님은 쓰시던 물건을 아낌없이 내어 주셨다. 취향이 아니어도, 필요가 없어도, 돈도 없고 앞으로 필요할 것 같아 일단 다 받아왔다.



 거실도 없는데 꾸역꾸역 소파까지 얻어와서 안방에 놓았다. 집에 손님을 맞이할 때면 없는 공간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큰 방에 소파와 텔레비전을 놓고 침실 겸 거실로 사용했다. 나머지 작은방에는 행거와 책상을 놓았다. 좁은 공간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공간을 잘 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가진 돈이 부족해서 작은 집을 구했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내 짐이 많았기 때문인데 애꿎은 평수타령을 했던 것이다.




나는 항상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았다

 


 나는 욕심이 많았다. 남부럽지 않은 딸과 멋진 동생이 되고 싶었다. 성공한 친구와 선배가 되고 싶었다. 내 집도 없는데 빚은 많으니 조바심이 났다. 대출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나는 대출이자가 아깝고 빚이 싫다. 주말까지 일하면서 돈을 벌어 매달 일정 금액의 전세자금대출을 갚아 나갔다. 경제적인 안정감이 없어 늘 불안했다. 적은 돈으로 살아야 했으므로 내 취향에 맞는 것보다는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구축 아파트였지만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무척이나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전혀 없었다. 오전에는 집안일을 하고,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다. 차츰 불만이 쌓였던 것 같다.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생활습관이 전혀 다른 가족과 마찰이 생겼다. 매일 바쁜 일과로 쉴 틈이 없었고 집안을 가득 메운 물건들을 보니 숨통도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전세기한도 채우지 못하고 전셋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집주인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는데 느닷없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다며 집을 빼라고 했다. 알고 보니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본인들이 들어와 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집이 없는 설움을 가득 안고 쫓겨난 속 쓰린 경험이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이가 없었다. 



 가족이 자주 아파서 내가 병간호를 해야 했기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집안일도 힘들었지만 병간호는 더욱 고달팠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억울했다. 나를 도와주지 않는 가족들을 원망했다. 나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싶었지만 나 자신마저도 이런 삶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편안한 집 생활을 추구하다



 짜증이 쌓여 폭발하기 직전에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었다. 일을 하지 못하게 되니 수입에 그만큼의 구멍이 생겼다.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내가 원해서 일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지만 심적인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책을 좋아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어차피 다 읽지도 못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용기 내어 읽을 책을 빌렸다. 간단하게 읽을 만한 살림과 라이프에 관련된 책을 주로 읽어 보다가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를 읽고 난 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때부터 없는 시간을 쪼개어 각종 미니멀리즘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집안에 쓸모없는 물건들을 많이도 비웠다. 막연히 필요할 것 같아 가지고 있던 물건들도 비웠다. 정말 많은 물건들을 비우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물건을 골라내는 작업을 통해 내가 살아온 여정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항상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쫓기는 삶을 살아오던 내가 사이즈를 줄이면서 조금은 가벼워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후련함을 느꼈다. 남겨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도 느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일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참으로 뜻깊은 시간이었다. 물건을 비우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자신감도 생겼다. 오롯이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들로 채워진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집안일을 줄이고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게 되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산다



 물건이 줄어들고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물건만 치운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가족이 크게 아파 병원에서 병간호를 하고 두 달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는 여행용 캐리어 가방 하나만으로 생활이 가능했다. 최소한의 물건을 가지고도 기본적인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집에 돌아오니 나의 집이 너무나 소중하고 안락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편안한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것,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게 다가왔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극도의 불편함과 불안함, 심적인 고통을 겪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그리고 나에게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생겼다. 내가 바꿀 수 없는 현실은 받아들이고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필요한 일들은 찾아 나섰다.



 도무지 혼자만의 시간이 나지 않아 새벽 기상을 했다. 처음에는 밤에 일찍 자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졌지만 온전한 내 시간을 만들자 기적 같은 행복이 찾아왔다. 4시, 4시 30분쯤 일어나 글을 끄적이고, 틈틈이 책을 읽고, 스트레칭을 했다. 천천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날이 밝으면 가족들을 챙겼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주 느릿느릿하게 정성을 다해서 한다.



 나에게 맞게 살아가는 것이 좋다. 남들이 보기에 어떠한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며 나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느리지만 원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남들은 모르지만 나는 안다. 그런 나만의 방식이 좋다.








오늘 하루도 집에서 성실하게 삽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생활하는 집생활자이다. 주로 집에서 생활하지만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시간을 보낸다. 가족들과 함께 살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며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 최소한의 살림을 추구하면서 나와 가족이 편안하게 지낼 집을 갈고닦는다.



 나는 집에서 심심하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 집에서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여가시간을 즐기고 공부도 한다. 집에서 운동도 하고 글을 쓰며 책을 읽는다. 집안에서도 얼마든지 즐겁고 보람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집은 나와 우리 가족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소중한 장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안 생활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집에서 든든하게 집밥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과 즐거운 삶을 살아간다. 나의 일터이자 아늑한 안식처가 되는 집에서 누구보다 잘 살아가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집 생활자의 즐거움이란 오늘 하루도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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