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이 Mar 04. 2022

1인 가정도 딩크족도 아니지만

우리 집은 3인 가족이다. 책이나 SNS에 소개된 깔끔한 미니멀리스트들을 보면 혼자 살거나 부부 둘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 모델하우스처럼 물건이 없는 집을 보면 나는 미니멀하기 좀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좀 더 예전에 미니멀리즘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감마저 들었다.

이제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집이 좁아서, 함께 사는 가족이 맥시멀리스트라서 등등의 이유는 일종의 약점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가족과 함께하는 공동공간보다는 나 자신만의 개인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신기해했다. 내가 무슨 물건이라도 사려고 하면 ‘미니멀리스트가 왜 물건을 사느냐’며 놀렸다. 미니멀라이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단순히 물건 없이 사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내가 옷장 1칸에 옷을 보관한다 치면 다른 가족은 옷장이 5칸 필요하다. 4~5년 동안 전혀 입지 않은 옷도 비우지 못하게 한다. 매년 한 번도 입지 않는 옷을 골라 기부해도 되는지 물어보지만 거절당한다. 내 옷이 아니므로 딱 거기까지다.

잔잔한 물건까지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가족도 있다. 크고 작은 물건들이 집안을 차지하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 간다. 그나마 각자의 방을 채운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가족들의 공동 공간인 거실과 주방으로 개인의 짐이 나온다면 즉시 치워줄 것을 당부한다. 계속 치우지 않는다면 버리겠다는 선포도 한다. 결코 가족의 물건을 몰래 버리지는 않는다.

나에게 가족은 말도 못 하게 귀찮은 존재임과 동시에 너무나도 커다란 안정감을 주는 존재이다. 가족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 없었을 때로 완전히 돌리지는 못한다. 그러니 가족의 물건도 소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

누구나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다

예전에 비해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혹자는 유행이라고도 하는데 과거의 사람들이나 종교인들의 삶에서도 언제나 미니멀리즘은 찾아볼 수 있었다.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어도…….’라는 생각이 들어도 괜찮은 것 같다. 마음속에 막연하게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그것이 시작이다. 미니멀리즘의 큰 틀 안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면 충분하다.

나 같은 경우에도 미니멀라이프가 진행 중이다. 맨 처음에는 소유하고 있는 많은 물건들을 처분했다. 아름다운 가게에 10박스 넘게 기부했고, 필요한 주변 사람들에게 택배로 보냈다. 헌 옷 수거함에도 많이 드나들었고, 중고거래도 했다. 엄마 집으로도 그릇, 화장품 등 엄청나게 많은 물건이 이동했다.

점차 물건이 아닌 다른 분야에도 시야를 넓혔다. 건강을 생각하게 되면서 식습관과 식재료에 관심이 생겼다. 냉장고 속을 정리하고 신선한 재료를 먹을 만큼만 적당히 사려고 한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자극적인 맛을 멀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절약이 생활화되었다. 소비를 통해 추구하는 행복에서 벗어났다. 남을 따라 사거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는 하지 않는다. 내가 마음먹고 돈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돈이 절약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손가락질하는 세상 답답한 ‘짠순이’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비슷한 용도의 물건이 집에 있다면 굳이 사지 않는다.

좀 더 ‘나’에 집중하게 되었다.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깊은 생각을 많이 하고 차분해진다. 일단 잡동사니를 치우고 빈 공간을 보면 복잡하고 짜증 나는 감정이 줄어든다. 그 공간을 유지하려고 하다가 점차 집 전체로 확대되고 내 몸과 마음까지 퍼진다.

유명한 미니멀리스트들의 집을 보면서 시간이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잠을 줄여가면서 재미나게 정리했으며, 그랬더니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줄었다. 기본적인 물건이 줄어들면 치울 것이 없다. 당장 내가 매일 보는 공간, 작은 공간부터 치워보면 좋을 것 같다. 너무 깨끗하고 편리해서 차츰 그 공간이 넓혀질 것이다. 하지만 누가 강요하거나 대신해서 해주면 안 된다. 스스로가 깨닫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야채를 보면서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물건이 쌓여 있어서 찾을 물건을 도무지 찾을 수 없을 때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면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카드값만 쌓여가고 막상 돈을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답답함이 밀려오거나 재활용품장에 갔다가 가득 쌓인 용품들을 보고 큰일이라는 걱정이 생긴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방식대로 실천할 수 있다. 1인 가구와 5인 가구의 미니멀 방식이 같을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같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비움을 시작했다. 평생 심플하게 살고 싶다.

우리 가족의 방식대로 살아가다

예전의 나는 가득 쌓인 물건을 짊어지고, 과도한 인간관계와 먹거리, 불필요한 정보 등에 압도되어 살아왔다. 항상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바꾸지 못하고 불행하다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나는 차근차근 물건을 줄여 나갔다. 쓰임이 같은 여러 개의 물건들은 하나로 줄이고 가족 모두 편리하게 생활하기 위해 공간을 잘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어서 집안이 자주 어질러진다. 나 이외의 가족들은 맥시멀리스트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냥 보통의 물건들을 소유하며 살아간다. 건강과 소비 등 다양한 문제로 집밥을 매일 해 먹고 외식은 잘하지 않기에 조리기구와 식재료가 많다. 꾸준하게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유튜버들에 비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많다.

나는 물건들을 비우고 쳐내면서 내가 좋아하고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생각한다. 많은 미니멀 관련 책들을 읽어 보고 알게 된 것도 많지만 나와 맞지 않은 부분들은 굳이 따르지 않는다. 나와 내 가족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한다.

그렇게 3인 가족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갖추면서 살아간다. 물건의 가짓수를 많이 줄였지만 어느 정도의 물건은 가지고 살아가는 셈이다. 집안이 텅 빈 미니멀리스트의 집들과는 약간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우리 집 사정에는 잘 맞는 미니멀라이프를 생각한다. 가족 중에 나 혼자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고 해서 외롭지 않다. 나만의 방식으로 가벼운 집 생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keyword

Brunch Book

집에서 하루 종일 가볍고 편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