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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Mar 23. 2022

유난 떠는 것이 아닙니다

미니멀리스트들은 다 버리고 사나요?

 


 나는 평범하게 살았고, 일반적인 소비를 하며 살았다. 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고, 할인정보를 잘 찾아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는 알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이었지만 옷이나 화장품, 미용실 등의 꾸밈을 하는 비용도 제법 썼고, 친구들과 친목을 다지는 데 필요한 밥, 술, 커피 등의 비용도 곧잘 지출했다.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또래 집단들처럼 그냥 비슷하게 혹은 좀 부족하게 소비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소비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과잉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개수는 많이 줄어들었고, 마찬가지로 소비도 줄었다. 자연스럽게 물건의 마지막을 생각해서 아껴 쓰고 소중히 다루게 되었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집이 지저분하면 비난할 거면서 집이 왜 이리 깨끗하냐며 훈수를 두는 사람들도 있다.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도 당한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미니멀리스트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기준에서 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 좀 더 간소한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물건은 아껴 쓰고 쇼핑을 즐기지 않는다. 빚은 빨리 갚고 싶고 리스크가 큰 투자는 겁이 난다. 물건을 잘 사질 않으니 사치품이나 치장하는데 돈을 쓰는 경우가 드물다. 나는 필요가 없어서 사지 않을 뿐이다. 돈을 쓰는 즐거움이 아닌 다른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보다는 이로운 사람



 필요 없는 물건을 줄이다 보니 물건들을 버리는 것에도 신경이 쓰이게 되었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더라도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생각에 환경에 친화적으로 살고자 다짐하게 되었다. 재활용을 꼼꼼하게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빈도를 줄이고 있다. 비누사용을 늘리고, 일회용품은 거절한다. 비닐 사용, 포장을 하기보다는 있는 것을 여러 번 재사용하려고 한다.



 물건에 신경을 쓰다가 나 자신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게 되었다. 건강을 생각하다 보니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겼다. 과거에는 채식에도 관심이 많아 호기롭게 도전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무리한 절식이나 채식에는 성공하지 못했고, 적당히 먹고 내 몸의 상태를 살펴가면서 건강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는 듯하다. 한 달에 한 번, 호르몬의 변화로 단 음식과 짠 음식이 아른거려 못 견딜 때는 많은 양을 먹기도 한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신경을 쓰려고 노력한다.



 미니멀리스트라고 하면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뭔가 예민해 보이고, 일반적인 것을 거부하며, 본인이 옳다고 단정한다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각은 신경 쓰지 않고 거리를 두기로 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나눔을 많이 해서 이로우며 환경에도 덜 해롭다. 나는 생리컵을 사용하고, 텀블러와 손수건을 들고 다닌다. 장바구니를 준비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취미가 있고 집밥을 주로 해 먹는다. 많은 것보다 적은 쪽을 선호한다. 그냥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일 뿐이다. 여전히 나에게 맞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고 있고 그 과정이 즐겁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비판



 미니멀라이프를 하나의 유행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고 보니 붐을 일으켜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정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반가웠을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과 많이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미니멀리즘이라는 삶의 지향점을 알게 된 이후로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관련책과 영상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점에 공감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했다. 내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었고 사람들마다 관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 여러 가지 생각을 마주하며 나에게 알맞은 미니멀리즘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1. 미니멀리즘도 결국 부자가 하는 것이 아닌가? 



 미니멀리스트들은 이것저것 다 사서 써보고 결국 가장 좋은 것을 남기고 나머지를 비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니다. 나는 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양보다는 질을 선호한다. 그런데 물건을 선택할 때 가격이 가장 중요하지는 않다. 나의 경제상황에 맞는 선에서 물건을 고르고 소비한다. 싸다고 덥석 사지 않으며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올해 구입한 용량이 큰 제습기는 소음이 적고 제습성능이 뛰어나 가격이 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후회 없는 소비였다. 몇 년 전에 사은품으로 받은 손수건이 나에게 오랜 시간 동안 유용하게 쓰인다. 사은품을 받기 위해 물건을 산 것은 아니었지만 사은품은 공짜였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등급을 매기고 가격을 정한다. 품질이 좋은 것은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다. 미니멀리즘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다.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비용을 지불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사용할 각오를 한다. 망가질 때까지 쓸 생각으로 신중하게 물건을 선택하게 된다.









2. 미니멀리스트들은 사용할 수 있는 것들도 다 버린다

 


 미니멀리스트는 물건을 다 버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나도 집에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가짓수가 많다. 사람의 기준은 누구나 다르다. 우리 가족은 3인 가족이고 가족 중에 혼자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 그래서 집에는 물건들이 많다. 가족들의 물건도 존중한다. 



 내가 가진 물건은 많이 버렸다. 필요가 없는 것들을 그동안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 잡고 정리를 해 보면 알 수 있다.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안고 살고 있었다는 것을.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물건을 잘 사용하는 쪽을 택했다. 



 쓰임이 있는 물건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없어도 되는 물건을 사지 않는 것처럼 있어야 될 물건을 비우지 않는다. 물건을 비우는 것도 매우 신중하다. 무작정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다만 처음에는 재활용하거나 나눔을 할 수조차 없는 물건들을 많이 버리게 된다. 다시는 쓰레기를 안고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미니멀리스트들은 구두쇠다

 


 사전에 구두쇠를 검색해 보았더니 돈이나 재물을 쓰는데 몹시 인색한 사람이라고 나온다. 나는 돈을 억지로 아낀다는 생각보다는 친환경적인 것을 생각한다. 천연세제를 사용하고, 비누를 쓰며,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인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도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화장품의 종류도 많이 줄였다. 화학제품의 사용이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은 가격보다는 내 피부타입에 잘 맞는 것이 기준이 된다. 고가의 화장품을 다 사용해 본 것은 아니지만 써보고 정말 좋았던 제품도 있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과 별차이가 없었던 것도 많다. 내 피부에 잘 맞아서 로드샵 제품 중에서도 제발 단종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품들이 있다. 꼭 가격이 높다고 해서 좋은 화장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장품의 종류도 여러 개 바르던 것을 많이 줄였다. 무엇이든 과잉이 문제다.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필요가 없는데 그냥 예뻐서, 기분이 우울하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지 않는다. 소비는 불안한 감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안다. 광고와 감정에 조종당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자연스럽게 돈을 낭비하지 않고 저축하는 것을 선호한다. 재미없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굳이 돈을 쓰지 않고도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다.



 나는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정답은 없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 하지만 나와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에게 미니멀리즘을 강요하거나 먼저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는다.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내가 아는 것들을 알려줄 수는 있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공감한다. 내가 배울 점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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