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미 Mar 23. 2022

유난 떠는 것이 아닙니다

미니멀리스트들은 다 버리고 사나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집이 지저분하면 비난할 거면서 아이를 키우는 집이 왜 이리 깨끗하냐며 또 훈수를 두는 사람이 있다.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도 당한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미니멀리스트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기준에서 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 좀 더 간소한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물건은 아껴 쓰고 쇼핑을 즐기지 않는다. 빚은 빨리 갚고 싶고 리스크가 큰 투자는 겁이 난다. 물건을 잘 사질 않으니 사치품이나 치장하는데 돈을 쓰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저한 비주류로 ‘짠순이’, ‘구두쇠’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는 필요가 없어서 사지 않는 것일 뿐이다. 돈을 쓰는 즐거움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다.


나는 결혼 전에도 평범했고, 결혼 후 미니멀리즘을 알기 전까지도 일반적인 소비를 하며 살았다. 하지만 일반적이 아니라 과잉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 달라졌다. 물건의 개수는 많이 줄어들었고, 마찬가지도 소비도 줄었다. 자연스럽게 물건의 마지막을 생각해서 아껴 쓰고 소중히 다루게 되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보다는 이로운 사람


필요 없는 물건을 줄이다 보니 물건들을 버리는 것에도 신경이 쓰이게 되었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더라도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생각에 환경에 친화적으로 살고자 다짐하게 되었다. 재활용을 꼼꼼하게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빈도를 줄이고 있다. 비누 사용을 늘리고, 일회용품은 거절한다. 비닐 사용, 포장을 하기보다는 있는 것을 여러 번 재사용하려고 한다.


물건에 신경을 쓰다가 나 자신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게 된다. 건강을 생각하다 보니 채식에 관심이 생겼고 완전한 채식을 하지는 못하지만 육류와 유제품의 섭취를 줄이게 되었다. 고기는 여전히 맛있고 좋아하지만 내 몸과 환경에 나쁘다는 생각을 하니 피하려고 한다. 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살이 찌고 기름기가 많아 소화가 어려웠다. 치즈와 우유가 들어간 음식도 마찬가지다. 치킨, 피자, 햄버거, 라떼 등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미니멀리스트,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뭔가 예민해 보이고, 일반적인 것을 거부하며, 본인이 옳다고 단정한다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각은 신경 쓰지 않고 거리를 두기로 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나눔을 많이 해서 이로우며 환경에도 덜 해롭다. 여전히 나에게 맞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고 있고 그 과정이 즐겁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비판



미니멀라이프를 하나의 유행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고 보니 붐을 일으켜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정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반가웠을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과 많이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미니멀리즘도 결국 부자가 하는 것이 아닌가? 

미니멀리스트들은 이것저것 다 사서 써보고 결국 가장 좋은 것을 남기고 비운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니다. 나는 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양보다는 질을 선호한다. 그런데 그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가격이 정해진다. 좋은 것은 비쌀 경우가 많다. 미니멀리즘은 가격이 비싸고 싸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다.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소중하게 다룬다. 비용을 지불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사용할 각오를 한다. 망가질 때까지 쓸 생각으로 신중하게 물건을 선택하게 된다.










미니멀리스트들은 다 버리고 사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나도 집에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가짓수가 많다. 사람의 기준은 누구나 다르다. 우리 가족은 3인 가족이고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며, 가족 중에 혼자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물건이 많다. 가족들의 물건도 존중한다.


내가 가진 물건은 많이 버렸다. 필요가 없는 것들을 그동안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 잡고 정리를 해 보면 알 수 있다.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안고 살고 있었다는 것을.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물건을 잘 사용하는 쪽을 택했다.


쓰임이 있는 물건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없어도 되는 물건을 사지 않는 것처럼 있어야 될 물건을 비우지 않는다. 물건을 비우는 것도 매우 신중하다. 무작정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다만 처음에는 재활용하거나 나눔을 할 수조차 없는 물건들을 많이 버리게 된다. 다시는 쓰레기를 안고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니멀리스트들은 구두쇠다.

사전에 구두쇠를 쳐 보았더니 돈이나 재물을 쓰는데 몹시 인색한 사람이라고 나온다. 나는 돈을 억지로 아낀다는 생각보다는 친환경적인 것을 생각한다. 천연세제를 사용하고, 비누를 많이 쓰며 플라스틱을 줄인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도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화장품의 종류도 많이 줄였다. 화학제품의 사용이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은 가격보다는 내 피부 타입에 잘 맞는가가 기준이 된다. 고가의 화장품을 다 사용해 본 것은 아니지만 써보고 정말 좋았던 제품도 있다. 로드샵 제품 중에서도 제발 단종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품이 있다. 여러 개 바르던 것을 많이 줄였다. 무엇이든 과잉이 문제다.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필요가 없는데 그냥 예뻐서, 기분이 우울하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지 않는다. 소비는 불안한 감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안다. 광고와 감정에 조종당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자연스럽게 돈을 낭비하지 않고 저축한다. 재미없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굳이 돈을 쓰지 않고도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다.



나는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정답은 없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버리기 강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